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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월드컵] 이강인의 완벽한 남자… 정정용, '흙수저'로 뒤엎다

(우치(폴란드)=뉴스1) 임성일 기자 | 2019-06-13 06:00 송고
11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아레나 루블린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전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경기에서 후반 교체된 이강인 선수가 정정용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대표팀이 에콰도르를 제압하면 이탈리아를 꺾고 결승에 선착한 우크라이나와 오는 16일 우치에서 결승전을 펼친다. 2019.6.1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승 진출과 함께 U-20 축구대표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잇따른 선방으로 차세대 거미손을 예약하고 있는 수문장 이광연은 팬들 사이 '빛광연'이라 불리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해 스타로 발돋움한 A대표팀의 조현우 골키퍼가 '빛현우' '갓현우'라 불리는 것에 빗댄 것이다.

이광연은 "다른 선수가 골문을 지켰어도 빛났을 것"이라고 겸손해 하면서도 "그렇게 불리는 자체만으로 무한한 영광"이라며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이광연을 포함해 대다수 선수들이 시쳇말로 '떴다'. 에이스 이강인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선수들도 인지도를 크게 늘렸다. 선수들만 수혜자가 아니다. 어쩌면 가장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이는 정정용 감독이다.

정 감독은 이번 대회 전까지 무명에 가깝던 지도자다.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10년 동안 지내며 유소년 축구 발전에 기여했으나 팬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일단 선수 시절이 밋밋했다. 프로 경력은 없다. 대학 졸업 후 실업팀 이랜드 푸마에서 뛴 것이 마지막이었다. 지도자로서도 음지에 있었다. 지금까진 빛날 구석이 없었다. 그런데 확 달라졌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U-23 대표팀이 금메달을 목에 걸자 김학범 감독의 지도력이 크게 부각됐다. 그러면서 김 감독을 향해 '비주류의 반란'이라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만약 김학범 감독이 비주류라면, 정정용 감독은 '흙수저'라 불러도 무방할 과거의 소유자다. 하지만 그 과거가 현재는 도움을 주고 있는 모양새다.
정정용 U-20 대표팀 감독이 11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아레나 루블린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전 대한민국과 에콰도르의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하며 결승에 진출, 선수들의 자축 물세례에 흠뻑 젖어 있다. 이날 대한민국 대표팀은 1:0으로 에콰도르를 꺾고 사상 첫 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대표팀은 이탈리아를 꺾고 결승에 선착한 우크라이나와 오는 16일 우치에서 결승전을 펼친다. 2019.6.1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잘했던 선수가 반드시 훌륭한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외려 자신이 뛰어난 선수가 아니었기에 좋은 선수가 되고 싶은 어린 선수들의 마음을 잘 헤아린다는 평가가 자자하다. 김학범 감독 이상으로 학구열 뜨거운 지도자로도 정평이 나 있다.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 선수들은 다양한 전술 변화를 능수능란하게 소화하고 있는데, 정 감독이 직접 작성해 배포한 '전술노트'를 잘 숙지한 영향이 크다. 전술만 파고드는 것도 아니다.

선수들의 강철체력을 이끈 오성환 피지컬 코치는 "정정용 감독님이 전술적으로도 조예가 깊지만, 스포츠 과학에 대한 관심과 지식도 상당하다. (전문가인)내가 볼 때도 놀라울 때가 있다"면서 "감독님이 이 분야의 중요성을 잘 알고 계시기에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셨다. 그 덕분에 선수들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존중의 뜻을 전했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선수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에이스 이강인은 정정용 감독에 대한 질문을 전하자 눈이 반짝 거렸다. 그의 입에서는 '솔직히'와 '진짜'라는 수식어가 반복됐다.

그는 "솔직히 이야기해서 우리가 여기까지 오기까지 감독 선생님이 진짜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한국에서도 그랬고 폴란드에 와서도 훈련에 집중할 수 있게끔 도와주시고 선수들에게 배려를 많이 해주신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나도 그렇고 형들도 그렇고 정말 못 잊을 감독님이시다. 솔직히, 완벽하신 분 같다"며 절대적인 신뢰를 보였다.

무리를 이끄는 리더에 대한 구성원의 믿음이 크면 클수록 조직의 힘은 단단해질 수밖에 없다. 강제적으로 끌고 가는 것보다는 자발적으로 따라오게 하는 것이 보다 좋은 리더십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정정용호가 기대 이상으로 순항하고 있는 것은 이 배 선장의 공이 상당히 크다.

정 감독은 에콰도르와의 준결승을 승리로 마친 뒤 "개인적으로 유소년 지도자 생활을 한지 10년이 넘었는데, 이제 비로소 체계가 잡혀간다는 생각이 든다. 선수들에게 가장 감사한 부분이다. 이 기틀이 향후 한국 축구의 뿌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도 세계적인 대회에서 경쟁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해 너무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흙수저로 시작했으나 그 수저로 모든 것을 뒤엎어버렸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