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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가업상속 세제개편 첫발에 의미…실효성은 글쎄"

세율 조정 빠져 한계 "100년 기업 육성 여전히 어렵다"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2019-06-11 10:11 송고
그래픽=김일환 디자이너© News1
그래픽=김일환 디자이너© News1

정부의 상속세 개편 방안을 놓고 단단한 중견기업을 육성하고자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은 긍정적이나 실효성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징벌적 세율 자체에는 변함이 없는데다 개편방안의 핵심인 가업상속 공제제도 이용 건수의 획기적인 확대도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기업들이 규제완화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과도한 세율로 경영권 방어가 어려운 국내기업들이 해외투기 자본의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정부는 11일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가지고 가업상속공제 사후관리기간 7년 단축 및 업종변경 범위의 중분류 확대를 담은 세제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가업상속공제 요건 완화다. 가업상속공제는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중소·중견기업이 10년 이상 경영한 뒤 상속하면 과세대상 재산에서 최대 500억원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과세혜택을 받으려면 사후관리 요건을 만족해야하는데 상속 후 10년간 대표직 및 지분 유지 등 요건이 깐깐하다보니 이용건수가 낮았다. 정부는 상속 후 사후관리 기간을 종전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해 이용건수를 늘리고 수혜기업을 확대하는 쪽으로 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경제계는 정부의 개편안을 놓고 첫발은 뗐다는 점에 의미를 뒀다. 산업허리를 떠받치는 중견·중소기업이 성장하는데 걸림돌로 지목된 상속세제의 문제점에 정부가 공감하고 손질에 나서는 등 의미 있는 변화를 보여줬다.

다만 개편안 자체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징벌로까지 여겨질 수 있는 최고세율 조정 없이는 기업이 제도 개선안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워서다.

국내에서 부과되는 상속세의 명목 최고세율은 50%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일본(55%)에 이어 세율이 2번째로 높다.

지분 상속으로 경영권을 넘겨주는 기업 승계 때는 세율이 더 높아진다. 관련법에 따라 최대주주의 주식 상속에는 기존 최고세율에 30%의 할증이 붙는다.

단순 산술하면 기업가치 1000억원 중견기업을 가족에게 승계하는 순간 오너 지분율이 3분의 1로 줄어든다. 65%는 국가에 헌납해야 하는데 가업을 잇기도 어렵지만 회사를 키울 유인도 낮아졌다. 기업을 가족에게 물려주려면 일본보다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애써 키운 기업을 반토막 내서 물려주는 것보다 회사 처분 후 빌딩을 사서 상속하는 게 낫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기업승계에 징벌적 세금을 물리는 조세제도가 강소기업 역사를 끊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단순 우스갯소리로 넘기기 어렵다.

사실상 세계 최상위권에 속한 상속세율 조정 없이는 중견·중소기업 가업승계가 여전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경제계가 정부의 가업상속 지원세제 개편방안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다.

단단한 중소기업들의 나라인 독일은 직계비속에게 기업을 승계하면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이 기존 50%에서 30%로 인하된다. 가업상속 공제 혜택도 커 실제 부담하는 최고세율은 4.5%에 불과하다.

중소기업 천국으로 불리는 벨기에도 가업을 이어받는 경우 상속세 최고세율을 80%에서 30%로 대폭 감면해준다. 여기에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더하면 실제부담하는 세율은 3%에 그친다.

그래픽=최수아 디자이너© News1
그래픽=최수아 디자이너© News1

OECD 35개국 중 30개국은 직계비속 기업승계 시 상속세 부담이 없거나(17개국), 세율 인하 혹은 큰 폭의 공제 혜택을 제공(13개국)하고 있다. 이같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상속세제의 전폭적인 수정이 필요하다는 게 경제계 주문이다.

개편방안의 핵심인 가업상속 공제 이용건수의 획기적인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2016년 기준 이용건수·금액은 76건, 3200억원(2016년 기준)에 불과하다. 2017년에는 이보다 금액이 더 낮은 91건·2226억원의 이용실적을 보였다.

매출액 기준을 완화하지 않고 사후관리 기간을 7년으로 단축하는 것만으로 가업상속 공제 이용건수 및 수혜기업을 대폭 늘리긴 어렵다. 지분 및 근로자 임금지급만 유지하면 최소 85%의 공제가 적용되는 독일처럼 대대적인 제도개선 없이는 실효성을 담보하기 힘들다. 독일의 경우 가업승계 공제 이용건수만 연평균 1만7000건, 55조원에 달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이 세대를 거쳐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등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aezung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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