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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월드컵] 역대급 존재감, 겸손한 파괴력…이강인은 진짜다

아르헨과 최종 3차전에서 환상 크로스로 16강 견인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9-06-01 05:40 송고 | 2019-06-01 05:42 최종수정
U-20 대표팀의 확실한 에이스 이강인 (대한축구협회 제공) © 뉴스1
U-20 대표팀의 확실한 에이스 이강인 (대한축구협회 제공) © 뉴스1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정정용 감독은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발렌시아 구단의 협조를 받고 싶다" "나중에 합류하더라도 이강인은 꼭 데려가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 성적을 내기 위해 이강인(18)이 꼭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정정용호의 에이스는 자타공인 이강인이다 .형들보다 2살가량 어린 팀 내 막내지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도 정상급 클럽으로 꼽히는 발렌시아 소속의 이강인이 공격의 핵임을 부인할 이는 없었다. 인정을 하면서도 동시에 우려의 시선도 적잖았다.

아직 어린 선수들의 연령별 대회인데 팀의 대다수보다 어린 선수에게 많은 부담을 주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 의문부호들이 떠돌았다. 아직 일정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나 이미 그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뀌었다. 이강인이 느낌표를 찍어줬기에 일정 연장도 가능했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이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대표팀은 1일 오전(한국시간) 폴란드 티히의 티히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F조 최종 3차전에서 2-1로 승리했다. 1차전에서 포르투갈에 패(0-1)한 뒤 2차전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꺾었던(1-0) 대표팀은 2승1패 승점 6점이 되면서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정정용 감독의 승부수는 역시 이강인이었다. 1, 2차전 모두 뛰어난 활약을 펼쳤으나 부담이 과한 느낌이 없지 않았던 이강인이었는데, 아르헨티나전에서는 수비적인 임무를 크게 줄여줬다. 사실상 프리롤을 부여하면서 위치에 상관없이 마음껏 끼를 발산하게 해줬다. 이 선택이 적중했다.
이강인은 전반 5분 먼 거리에서 공간이 열리자 지체없이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찬스가 생기면 과감하게 임하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였다. 전반 33분에도 페널티 에어리어 외곽에서 공을 잡아 수비수 1명을 완벽히 제친 뒤 슈팅을 시도했으나 오른쪽 골포스트를 살짝 빗나갔다.

사실 첫 번째 슈팅은 거리가 멀었고, 두 번째 슈팅은 각도가 썩 좋지 않았다. 이를 이강인이 몰랐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강인은 시도했다. 자신이 해결해야하는 의지도 강했고 책임감도 높았다. 그리고 컨디션도 좋았다. 다양한 위치에서 만들어진 프리킥 상황에서 전담 키커로 나섰는데 정확성이 꽤 높았다.

몸을 뜨겁게 달구던 이강인은 결국 첫 골의 단초가 됐다. 전반 41분 이강인이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오세훈이 문전에서 정확하게 헤딩 슈팅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뽑아냈다. 오세훈의 슈팅도 박수가 아깝지 않으나 그에 앞선 이강인의 크로스는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왼쪽 측면을 따라 내려가며 동료의 위치를 파악한 이강인은, 앞을 가로막던 수비수의 점프를 절묘하게 피하는 높이와 휘어짐을 가진 크로스를 오세훈 머리 앞에 배달했다. 소위 '질'이 다른 크로스가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던 득점이었다.

후반 11분 추가골에도 관여했다. 정우진의 크로스에 이은 조영욱의 왼발 슈팅이 직접적인 장면이었으나 그에 앞서 이강인이 아주 어려운 자세에서도 전방으로 패스를 뿌리면서 소유권을 지켜낸 장면이 있었기에 득점도 가능했다.

비단 득점 장면들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이강인은 '군계일학'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았다. 기본적인 볼터치부터 어려운 기술을 요하는 동작까지, 소위 말하는 '클래스'가 달랐다. 특별했으나 동시에 평범했다. 이강인은 다른 그 어떤 선수들보다 많이 뛰고 또 팀을 위해 희생했다. 정정용 감독과 동료들이 '막내'를 의지하는 더 큰 이유일 수도 있다. 

지금껏 때마다 '천재' 소리를 듣던 자원들이 있었으나 이 정도면 역대급 존재감이다. 겸손한 파괴력을 갖춘 이강인은 진짜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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