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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죽으면 여한 있어"…추상화가 하종현의 삶 담은 전시

부산 수영구 국제갤러리 부산점서 7월28일까지 전시

(부산=뉴스1) 이기림 기자 | 2019-05-30 14:28 송고
하종현 작가가 '접합(Conjunction) 18-12' 앞에선 모습.© 뉴스1 이기림 기자
하종현 작가가 '접합(Conjunction) 18-12' 앞에선 모습.© 뉴스1 이기림 기자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추상화가 하종현(84). 1960년대부터 반세기가 넘도록 그림을 그려온 하 작가는 4년 전 한 전시에서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30일 부산광역시 수영구 망미동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만난 하종현 작가의 생각은 그때와 달라졌다.

하 작가는 이날 "저라는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했다"며 "아흔이 다 돼가는 이젠 제 남은 인생을 좋은 일을 하는데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 작가의 이런 생각은 그의 작품에도 드러나 있다.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7월28일까지 열리는 개인전 'Ha Chong-Hyun'에 나온 작품들은 그의 인생과 노력이 묻어나 있었다.

 '회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50여년에 걸쳐 유화를 다룬 하종현. 그는 1962년부터 1968년까지 즉흥적인 추상예술경향인 앵포르멜 스타일의 추상 유화 작업에 몰두했다. 이후 전위적 미술가그룹인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를 결성하고 다양한 오브제를 이용해 '물성 탐구의 기간'을 거쳤다.

그러면서 마대자루를 토대로 고유기법을 활용한 연작 '접합(Conjunction)'을 1974년부터 시작했다. 이 연작에는 기성형식에 대한 저항적 태도가 담겨있다. 이번 전시에는 15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하종현, Conjunction 18-52, 2018, Oil on hemp cloth, 162x130㎝)© 뉴스1 이기림 기자
하종현, Conjunction 18-52, 2018, Oil on hemp cloth, 162x130㎝)© 뉴스1 이기림 기자

이번에 소개된 'Conjunction 18-52'는 마포에 검은색 물감을 칠한 뒤, 뒷면에서 흰색 물감을 밀어내고 앞면의 표면에 그을음을 입힌 작품이다. 하 작가는 표면을 다시 긁어내 음각형태로 흰색 물감을 노출시키고, 얇은 철사로 서체 같은 표식을 만들었다. 이는 1970년대 초 작가의 작업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다. 

또한 하 작가는 최근 적색, 청색, 다홍색을 '접합'에 도입했는데, 'Conjunction 18-12'에 사용한 다홍색은 단청과 한국전통악기의 화려한 문양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박희진 국제갤러리 디렉터는 "다홍색 작품의 경우 1960년대 추상화를 그릴 때 사용한 단청색의 연결로, 하 작가는 과거 했던 작업을 다시 하기도 한다"며 "또한 18-52 작품의 경우 1970년대부터 활용한 모든 기술이 다 들어가 있고, 평소에도 구작들을 작업실에 전시해 영감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하 작가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자신의 삶을 작품에 녹여낸다.

하 작가는 평소 작품에 쓰는 오일이 흘러나와 번지는 현상 등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일을 중요시하는데, 이런 모습들을 통해 연작명인 '접합'의 의미를 떠올릴 수 있다. 그의 물성과 퍼포먼스 등이 작품에 배어나오면서 합쳐지고, 뭉쳐지고, 엉켜지기 때문이다. 

전시는 7월28일까지.

하종현, Conjunction 15-169, 2015, Oil on hemp cloth, 162x130㎝)© 뉴스1 이기림 기자
하종현, Conjunction 15-169, 2015, Oil on hemp cloth, 162x130㎝)© 뉴스1 이기림 기자



lgi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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