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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투쟁 길어지면 명분 잃어…민주당도 양보해야"

전문가들 "한국, 합법 '필리버스터' 두고 장외투쟁…정치권 고질적 문제"
"여당이 강경 입장 유지하면 갈등심화…정국 모멘텀 마련해야"

(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2019-05-26 16:39 송고 | 2019-05-26 16:40 최종수정
© News1 임세영 기자
© News1 임세영 기자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 마비 상태에 빠진 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한 해법으로 정치관련 전문가들은 여야 모두 한발씩 물러날 것을 조언했다.

물론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하는 자유한국당이 국회 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라는 합법적인 수단을 두고 장외투쟁을 선택한 것을 두고선 정치적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회 파행의 책임을 한국당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면서 국회 정상화를 위해선 한국당은 물론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서로 양보할 것은 양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식물국회 현상 일반화는 이념적 양극화 때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은 지난 2012년 5월 도입된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실시된 제도다. 당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국회 선진화법 도입을 추진했었다. 국회에서의 몸싸움과 직권상정에 의한 법안 강행 처리의 악순환을 끊는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2019년 4월 한국당은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하면서 무력 충돌 사태를 빚었다.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7년 만이다.

물론 의회 내에서 소수정당들이 합법적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할 수단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회선진화법과 함께 필리버스터 제도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국회법 106조는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하려는 의원은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서명한 요구서를 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당 의석수(114석)는 본회의에서 '무제한 토론'을 실행하기 위해 충분하다.

이와 관련해 이상신 숭실대학교 교수는 지난 2015년 '국회선진화법과 입법교착' 논문에서 "국회의 여야대치가 심화되고 이른바 '식물국회' 현상이 일반화되는 것은 한국 정당들의 이념적 양극화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주요당직자들이 지난 17일 오후 대전 서구 갤러리아 타임월드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5차 장외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5.17/뉴스1 © News1 주기철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주요당직자들이 지난 17일 오후 대전 서구 갤러리아 타임월드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5차 장외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5.17/뉴스1 © News1 주기철 기자

◇"장외투쟁이 우리정치에서 고질화 돼 버렸다"

한국당이 택한 장외투쟁 역시 정치권의 해묵은 문제로 지적된다.

김용호 명지대 교수는 지난 2003년 발간된 '정치개혁의 성공조건'에서 "각 정당이 대선이나 총선에 이기기 위해 상대방을 견제하고 비방하는 권력싸움에 몰두하는 바람에 입법활동이나 예산심의 활동이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더욱이 반대당이 자주 장외투쟁을 전개하는 바람에 국회가 공전되는 경우가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장외투쟁은 권위주의 시기에 야당이 정치적 탄압에 맞서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으나, 민주화 이후에도 이러한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도 "야당에는 장외투쟁이라는 수단 외에는 대정부 압박 카드가 거의 없다"며 "장외투쟁이 우리 정치에서 고질화돼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정치 문화가 비교적 선진적인 유럽에서도 선거를 앞두고 장외투쟁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국내의 경우엔 이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민주당 제4기 원내대표단 첫 회의이다. 2019.5.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민주당 제4기 원내대표단 첫 회의이다. 2019.5.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한국당 지지율 상승세…여당이 국회마비 풀어야"

다만 전문가들은 장외투쟁에 나선 한국당 지지율이 고공행진하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패스트트랙 이전에 조사한 한국당 지지율(조사일시 4월 23~25일,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은 24%를 기록했다. 갤럽은 이같은 지지율이 2016년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화된 이후 최고치라고 분석했다.

한국갤럽이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조사일시 5월 21~23일,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당 지지율은 24%를 기록했다.

김병민 경희대 교수는 "패스트트랙이 여야 4당의 정치적 야합이라는 한국당의 주장이 국민들에게 어느 정도 통했다고 본다"고 풀이했다.

전문가들은 국회 파행을 끝내기 위해 여야 모두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한국당 지지율이 최근 상승세를 보였던 것은 국민들이 국회 파행이 무조건 야당의 잘못은 아니라고 판단한 결과"라며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강경한 입장을 유지한다면 갈등은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여당이 국회 마비를 풀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정부·여당이 정국을 풀기 위한 모멘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한국당의 투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명분과 실리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민주당도 한국당에 양보할 것을 찾아 모든 정당이 한발씩 양보해야 국회가 정상화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se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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