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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인공수정 친자여부 격론…"예외 넓혀야"vs"자녀에 부당"(종합)

대법 인공수정뒤 이혼 남성 친자부인 소송 공개변론
'동거안한 경우만 친자부정' 판례변경 여부 연말께 결론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류석우 기자 | 2019-05-22 17:10 송고
김명수 대법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제3자 정자 인공수정 자녀 친생자 추정 사건' 과 관련해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주재하고 있다. 2019.5.2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남편 동의없는 제3자 정자 사용 인공수정, 아내의 부정행위로 혼외자를 출산해 혈연관계 없음이 명확한 경우, 가족이 파탄난 경우에 해당한다면 친생(친자)추정 예외를 확대적용해 제척기간 제한없이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사건 원고는 제3자 인공수정 출산에 동의했다가 이후 변심해 친생부인권을 행사했다. 친생부인을 주장하는 사람의 부부관계가 파탄됐더라도 그건 보호대상인 자녀의 귀책사유가 아닌데 그런 사정을 인정해 자녀의 생물학적 아버지도, 법률상 아버지도 없게 되는 상태를 법원이 인정하는 게 합당한지 의문이다."

다른 사람의 정자로 인공수정해 낳은 자녀를 남편 친자식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치열한 법정공방이 벌어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2일 오후 2시 대법정에서 부인과 이혼한 A씨가 두 자녀를 상대로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해달라고 낸 소송의 상고심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고 각계 의견을 들었다.

이날 공개변론은 대법원이 기존 판례 변경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해 열렸다.

민법은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한 자녀를 남편 친자식으로 추정하고, 이를 깨뜨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친생부인소송'을 인정한다. 대법 전합은 1983년 7월 부부가 같이 살지 않아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다는 사정이 외관상 명백한 경우만 친자식으로 추정할 수 없다는 예외를 인정했다.

이후 과학기술 발전으로 제3자 정자를 이용한 인공수정 등 새 형태의 임신·출산이 나타나며 친자추정 예외 인정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돼왔다. 과거와 달리 유전자형 일치도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친자관계 입증 어려움도 크게 던 상태다.

이에 36년만에 기존 판례를 바꿀지, 유지할지를 두고 첨예한 공방이 오갔다.

원고측 김혜겸 변호사는 "친생추정 원칙을 정한 민법 844조는 제정 50여년, 예외를 인정한 대법 판결은 30여년이 지난 현 시점에선 과학적으로 (친자 아님이) 명백하고 상호 정서적 사회적 유대관계 단절이라는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이를 토대로 판례가 변경돼야 한다"고 친생추정 예외 확대를 주장했다.

안성영 변호사도 "기술발달로 진실한 혈연관계 판단이 손쉬워졌는데도 친자관계를 지속시키는 건 가족 구성원 복리와 가정 평화의 법익을 조화시키지 못하고 불행한 가족관계를 지속하게 해 매우 불합리하다"며 제척기간 2년이 지나도 친생부인 소송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역시 서면의견서에서 "친생추정 규정으로 출생신고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녀 복리, 인권보호를 고려해 법원에서 친생추정 예외인정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피고측 최유진 변호사는 원고가 제3자 인공수정 출산에 동의했다가 변심해 친생부인권을 행사했다면서 "사법부가 금반언(한입으로 두말하지 않음) 원칙에 반하는 사정까지 인정하면 사회적 공감대에 반한다"고 반박했다.

또 "예외를 확대하면 자녀는 혼외출생자로 신분이 불안정해지고 아버지에 대한 부양청구권, 상속권을 잃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입법으로 자녀의 법적지위 보호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법이 스스로 부당한 길을 걷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A씨는 피고측 주장과 달리 인공수정에 동의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의료법상 진료기록부는 10년만 보관하게 돼 있어 관련 자료는 폐기된 상태다.

현소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친생추정 예외를 인정하면 출생과 동시에 자녀의 아버지 확정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며 일부 예외를 인정한 1983년 판례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면으로 의견을 낸 대한변호사협회는 "제3자 인공수정에 남편이 동의한 경우엔 금반언 원칙에 따라 남편의 친생부인 주장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대한산부인과학회도 "태어난 아기가 안정된 환경에서 양육될 것이라는 신뢰가 중요해 판례변경에 부정적"이라고 했다.

논란 해결을 위해 제3자 인공수정으로 낳은 아이는 부부가 입양하는 것으로 법을 바꿔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차선자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자관계 귀속법리를 입양의 법리로 구성할 경우 제3자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자녀와 아버지의 관계가 회복 불능할 정도로 파탄나면 친자관계를 지속할 수 없는 사유라 파양 가능성 검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산부인과에서의 동의 하나가 친자관계를 귀속하는 모든 법적 효과를 내는 게 안정적 법률관계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관점을 달리해 입양을 적용하면 입양법의 안정적 법리로 자녀가 보호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국가족법학회와 한국민사법학회도 해결책으로 입양을 제시했다. 다만 가족법학회는 판례변경, 민사법학회는 판례유지를 전제했다.

한국법철학회의 경우 "해석론으로 친생추정 예외를 인정하기보다 입법을 통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변론에서 제기된 각계 의견을 토대로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가 늦어도 올 연말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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