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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구독자' 소근커플 "'유튜버'로 돈벌겠다? 일단 즐겨야"

CJ ENM 파트너십 맺은 '파워 유튜버' 소근커플 인터뷰
이소영·김근명씨 실제 연인 데이트 올려 '폭발적 반응'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2019-05-21 08:30 송고
유튜버 '소근커플의 김근명(오른쪽), 이소영 씨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씨제이 이앤엠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19.5.2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유튜버 '소근커플의 김근명(오른쪽), 이소영 씨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씨제이 이앤엠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19.5.2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미래의 문맹은 글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일 것이다."
헝가리 출신의 전위 예술가 라슬로 모오너지(1895~1947)가 생전 남긴 말이다. 그의 예언은 현실이 됐다. 21세기는 '움직이는 이미지' 동영상의 시대다. 어렵게 말할 필요가 없다. 바야흐로 '유튜브의 시대'가 도래했다. 유튜브는 다국적 정보기술(IT) 기업 구글이 운영하는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사이트다.

유튜브 시대가 봄을 맞으면서 새로운 직업이 생겼다. '유튜버'다. '유튜브 동영상 제작자'를 일컫는다. 소위 잘 나가는 유튜버의 구독자(시청자) 수는 100만명 이상이다. 100만부 판매 서적은 출판 업계에서 베스트셀러'로 인정된다. 구독자 100만명을 보유한 유튜버의 영향력은 '베스트셀러급'인 셈이다. 이들 중 일부 유튜버의 월 수익은 1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 오후 4시 기준 유튜버 '소근커플'의 구독자 수는 100만 7948명이다. 소근커플은 실제 연인 사이인 이소영(31)·김근명씨(30)가 자신들의 이름 한 글자씩 따 지은 예명이다. 막 30대로 접어든 두 사람 모두 국내 명문대학교에서 음악을 전공한 '재원'이기도 하다.

소근커플이 제작한 동영상들의 총 조회 수는 약 2억2000만회. 대한민국 인구의 4배 정도에 달하는 수다. 사람들은 왜 유튜버 '소근커플'에 열광하는 걸까. 이소영·김근명씨가 만든 콘텐츠에는 어떤 '이미지(장면)'가 담겨 있는 걸까. 지난 20일 강남구 삼성동 파르나스타워 9층에 들어선 CJ ENM 다이아 티브이 제작·회의실에서 이소영∙김근명씨와 마주 앉았다.
◇자연스러워야해요…억지스러운 설정은 피해

"데이트를 중심으로 여행·음악·일상을 다룬 동영상을 제작하고 있어요. 자연스러우면서 잔잔한 장면을 연출하려고 노력해요. 억지스러운 모습은 최대한 배제하려고 합니다. 시청자 분들이 일상의 소박한 행복을 느끼거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콘텐츠를 추구하고 있어요."

'소근커플' 이소영∙김근명씨의 말이다. 동영상을 직접 보면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이달 초 소근커플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결국 참지 못하고 머리를 잘라버린 소영이!?'라는 제목의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소영씨는 머리를 자르냐 마느냐를 놓고 고민한다. 근명씨는 옆에서 그런 소영씨를 놀려댄다. 두 사람이 옥신각신하는 모습은 사실 알콩달콩한 '애정 다툼'이다.

다른 콘텐츠에서도 알콩달콩·옥식각신 장면이 이어진다. '도저히 안 찍을수가 없었다…너무 웃겨서'라는 제목의 콘텐츠다.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는 소영씨가 영상에 담겼다. 다음 날 두 사람은 부대찌개로 해장을 한다. 열렬히 사랑하며 이제는 서로에게 익숙해진 커플의 모습이다.

소근커플 유튜브 동영상 캡처© 뉴스1
소근커플 유튜브 동영상 캡처© 뉴스1

뻔한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응이 심상치 않다. 이들이 제작한 동영상의 조회 수는 50만 회를 돌파하기 일쑤고 100만회 이상인 경우도 적잖다. 댓글 수천 개가 달리기도 하다. "헤어스타일의 완성은 얼굴이네요" "크, 역시 일요일밤에 소근커플(을 봐야 한다)" 이라는 댓글이 눈에 띈다. 마치 두 사람과 친분이 있는 사람끼리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느낌이다.

근명씨는 "인위적인 상황 설정이나 지나치게 극적인 요소를 피한다"고 말했다.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자연스러워야 사람들이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준엄하게 가르치려는 '꼰대'의 메시지는 이들의 콘텐츠와 구독자 사이에 낄 틈이 없어 보였다. 소근커플은 시청자들과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 소통을 하고 있었다. 근명씨는 "즐거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던지며 강조했다.

"우리의 목표는 유튜브로 성공하는 게 아니에요. 찍은 영상을 시청자 분들과 즐겁게 공유하는 것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가 즐거워야 시청자 분들도 즐겁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즐겁게 찍은 영상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동영상 분량 15분만 돼도 '길다'고 느껴져…지루함은 피해요"

동영상은 이미지를 쪼개 붙여 나열하는 편집 작업의 결과물이다. 근명씨는 편집 작업을 독학으로 배웠다고 한다. 배움의 과정도 "즐거웠다"고 한다. "이미지들을 잘게 쪼개 이어 붙인다"는 게 그의 편집 철학이다.

동영상 분량을 길지 않게 편집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소근커플의 동영상 분량을 보면 대부분 10분 이내 길이다. 근명씨는 "동영상 분량이 15분만 돼도 보는 사람은 '길다'고 느끼며 지루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얘기를 듣고 보니 언론사 기자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자들 고민 중 하나가 '분량이 긴 기사를 독자들이 잘 읽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자들 또한 이처럼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2019년 미디어 흐름을 주도하는 '1인 미디어' 유튜버의 '조언'에 한번쯤 귀기울 필요가 있다.

"분량도 분량이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입니다.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 말입니다. 저희는 유튜브 동영상에 거창한 메시지를 담지 않습니다. 자칫 동 떨어진 얘기를 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시청자 분과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하려고 고민 또 고민합니다."(근명씨)

"가장 기억에 남는 콘텐츠는 입시 스토리 영상이에요.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수험생들을 위해 제작했습니다. 고3 시절 저는 학원비를 마련하기 힘들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웠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공부하고 희망을 얻었는지 소개하는 영상이었어요. 그 사연을 처음으로 유튜브에 공개했는데, 많은 분이 영상을 보고 위로와 힘을 얻었다고 해요. 예상보다 많은 분이 격려해주셔 저 또한 큰 힘을 받았습니다."(소영씨)

소근커플은 4년 전 유튜브를 시작했다. '재밌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다른 뜻은 없었는데 반응이 좋아 놀랐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유튜브'를 생업으로 할지 예상 못했단다.

근명씨와 소영씨는 서울대학교와 경희대학교에서 각각 클래식 기타, 피아노를 전공했다. 대학 시절부터 7년간 연애한 이들은 서로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결혼을 약속한 사이인 동시에 직업적으로 든든한 동반자 관계다. 여기에 부모님들이 이들을 지원하고 나섰다.

"처음 유튜브를 할 때 소영씨 부모님은 조금 걱정을 하셨어요. 저 같은 경우(근명씨)는 부모님이 믿어주신 편이었죠. 어찌하든 저희 부모님 모두 열렬한 구독자가 되셨어요. 유투브 구독 알람을 설정해 시청하실 정도죠(웃음). 요즘 소영이 어머님은 직접 출연까지 해주시고 있어요."

소근커플은 지난 2016년 CJ ENM의 1인 창작자 지원 사업 다이아 티브이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CJ그룹 계열사가 운영하는 뚜레쥬르와 협업해 그해 10월 제작한 '소근소근 베이커리' 영상은 조회 수 111만회에 달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은 지난해까지 아시아 최대 1인 창작자 축제 '다이아 페스티벌'에 3년 연속 참가했다. '유명 인사'만 소개된다는 웹사이트 백과사전 '나무위키'에도 소근커플의 활동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소근커플 유튜브 동영상 배처 © 뉴스1
소근커플 유튜브 동영상 배처 © 뉴스1

◇"유투버, 안정적 직업 아냐…먼저 '취미'로 해보길 권해요"

그렇다고 섣부른 판단을 해선 안된다. 유튜브는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유튜버의 성공 확률은 '100대1'이라는 게 업계 정설이다. 유튜버 '99%' 중 상당수는 월수입이 100만원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근커플은 "즐거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또다시 강조했다. 유튜버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소근커플의 다음 조언을 곱씹을 만하다.

"일단 취미로 유튜브를 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취미로 하다가 자신이 즐거움을 느끼는지 못 느끼는지 판단해야 해요. 즐거움을 느끼면 자신에 맞는 옷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다시 한번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유튜버를 추전하고 싶지 않습니다. 누구나 다 알잖아요? 유튜버는 안정적인 직업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말이죠."


mr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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