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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편의 오디오파일]어벤져스 '인피니티 스톤'으로 풀어본 오디오 기기

(서울=뉴스1)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 2019-05-19 14:10 송고
© 뉴스1

오디오를 즐기기 위해서는 꼭 갖춰야 할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음원이 있어야 한다. mp3가 됐든, CD, LP가 됐든 음악이 담긴 음원이 없으면 오디오는 그냥 멍청한 기기에 불과하다. 그 다음은 음원을 재생, 정확히는 전기신호로 바꿔주는 소스기기(플레이어)가 있어야 한다. CD플레이어, 턴테이블, DAP, PC, 스마트폰 등이다.

이렇게 소스기기로 음원을 재생했다면 음량 등을 조절할 수 있는 프리앰프와 작은 신호를 크게 증폭해주는 파워앰프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지금까지는 모두 전기신호이기 때문에 이를 사람이 귀로 들을 수는 없다. 전기신호를 음파로 바꿔주는 스피커가 마지막으로 있어야 한다. 스피커를 음의 출구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러면 이들 오디오 기기를 '어벤져스' 시리즈로 유명한 마블 영화에 나온 6개 인피니티 스톤(Infinity Stone)에 비유하면 어떨까. 저마다 각기 다른 힘을 지닌 소울 스톤, 타임 스톤, 스페이스 스톤, 마인드 스톤, 리얼리티 스톤, 파워 스톤 말이다. 오디오는 음악을 듣기 위한 기기이고, 음악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초월적 존재라는 점에서 이들 사이에는 의외로 흥미로운 유사성이 있다

◇ 음원 + 소스기기

오디오의 출발은 음악이 담긴 음원이다. 예를 들어 필자가 아끼는 LP 중 하나가 카라얀 지휘, 런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베토벤 교향곡 전집이다. 총 7장의 LP로 구성된 모노 음반인데, 이중 9번은 1955년 7월29일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에서 녹음됐다. 무지크페라인은 필자가 지난해 5월 직접 찾아가 음악을 들었던 곳이기도 하다. 지금도 턴테이블에 이 LP를 얹어놓고 재생을 해보면 연주 당시로 타임슬립해 카라얀과 단원들을 만나는 기분이 든다. 음악이 선사하는 감동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점에서 베토벤 9번 LP는 필자의 마음을 조정하는 마인드 스톤(Mind Stone)이고, 턴테이블은 1955년으로 떠나는 타임 스톤(Time Stone)이다. 참고로 캐나다의 하이엔드 턴테이블 메이커 크로노스는 그리스어로 시간을 뜻하는 'Kronos'에서 따왔다.

◇ 프리앰프

프리앰프는 소스기기가 전기신호로 바꿔준 음원에 처음으로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역할을 한다. 음량 조절은 기본이고 제품에 따라서는 좌우 밸런스나 고역과 저역의 양까지 조절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프리앰프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각종 소스기기를 간편하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버튼이나 노브를 만지는 것만으로 턴테이블, CD플레이어, 네트워크 플레이어, 심지어 AUX케이블이나 블루투스로 연결된 스마트폰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프리앰프는 순간적으로 공간을 이동케 하는 스페이스 스톤(Space Stone)이라 할 만하다.

◇ 파워앰프

파워앰프는 말 그대로 미약한 전기신호를 크게 증폭시켜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는 영락없이 파워 스톤(Power Stone)을 빼닮았다. 실제로 파워앰프 모델명 중에서는 이러한 '힘'을 상징하는 단어가 들어간 경우가 수없이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미국 쉬트오디오의 파워앰프 '비다르'(Vidar). 비다르는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외계 아스가르드 국왕 오딘(영화에서는 앤소니 홉킨스가 열연)의 아들인데, 아버지를 잡아먹은 늑대를 발기발기 찢어버렸을 정도로 힘이 셌다고 한다. 역시 누가 뭐래도 파워앰프는 힘이 중요한 것이다. 또 스위스 골드문트의 파워모델에는 '텔로스'(Telos)가 붙는데, 이는 그리스어로 '파괴적인 힘'을 뜻한다.

◇ 스피커

파워앰프를 통과한 전기신호는 마침내 스피커로 들어온다. 스피커는 기본적으로 전기에너지를 플레밍의 왼손법칙을 이용해 운동에너지로 바꿔주는 장치다. 즉 스피커 앞쪽에 붙은 얇은 진동판을 마구 움직여 그 주파수가 내는 특정 소리를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무의미했던 전기신호를 현실의 소리로 바꿔준다는 의미에서 스피커는 리얼리티 스톤(Reality Stone)이다. 스피커 단 2개만으로 마치 콘서트 홀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점, 가상의 무대에 가수나 연주자가 홀연히 등장케 하는 점 등 이것저것 따져봐도 스피커는 오디오의 '닥터 스트레인지'가 분명하다. 미국의 대표적인 하이엔드 스피커 브랜드 중 하나가 마술이나 불가사의를 뜻하는 '매지코'(Magico)인 것도 우연이 아니다.

◇ 전원부(전기)

이렇게 해서 마인드 스톤(음원), 타임 스톤(소스기기), 스페이스 스톤(프리앰프), 파워 스톤(파워앰프), 리얼리티 스톤(스피커)을 찾아냈다. 그러면 마지막 소울 스톤(Soul Stone)은? 말 그대로 죽은 이에게 영혼을 불어넣을 정도로 강력한 스톤인데, 마블의 수장인 케빈 파이기는 인피니티 스톤 중 가장 강력한 스톤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영화에서 특정 스톤을 얻기 위해 한 사람이 반드시 죽어야 하는 경우는 이 소울 스톤밖에 없었다. 이렇게 막중한 소울 스톤을 오디오 기기에서 찾자면 그것은 바로 전원부다. 교류 전기(AC)를 기기에서 직접 쓸 수 있는 직류 전기(DC)로 바꿔주는 전원부가 없으면 오디오는 그냥 장식품에 불과하다. 아니, 전기 자체가 오디오에 영혼을 불어넣는 주인공인 것이다. 인피니티 스톤으로 만나는 음악, 그래서 음악은 영원하고 무한한 것인지 모른다.


lgir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