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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혁신 '시범대' 오른 22개 규제…"문제 없다면 폐지"

[1~3차 혁신금융서비스 중간평가①] 한 서비스에 1~4개 규제 얽혀…법부터 행정지도까지
폐지 1순위 일사전속주의…"포용적·확장적 규제체계 필요"

(서울=뉴스1) 민정혜 기자 | 2019-05-19 07:00 송고 | 2019-05-19 11:38 최종수정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서 열린 '금융규제 샌드박스 시행 핀테크 현장간담회'에서 핀테크산업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서 열린 '금융규제 샌드박스 시행 핀테크 현장간담회'에서 핀테크산업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올해는 핀테크 사넙 내실화의 골든타임" 이라며 "다수 글로벌 핀테크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2019.1.16/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금융 혁신을 가로막던 22개 규제 빗장이 한시적으로 풀린다. 금융당국은 이들 규제를 시범대에 올리고 제 기능을 증명하지 못하면 과감히 없앨 방침이다. 금융 혁신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제조업을 뛰어넘는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우리나라의 금융규제가 신성장 동력을 품을 수 있을까.
1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1월 사전신청을 받은 105건 중 총 26건을 3차례 걸쳐 금융혁신서비스로 지정했다. 이들 서비스는 일정 기간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 혁신성과 시장성, 안전성 등을 시험한다. 

◇일사전속주의 특례 9건으로 최다…공통된 특례규정 다수

총 26건의 금융혁신서비스가 받은 규제특례는 중복 제외 총 22개다. △여신전문금융업법(시행령 포함 5개 조항) △신용정보업법(2개 조항) △보험업법(3개 조항) 등이다.

이중 금융혁신서비스가 가장 많이 적용받은 규제특례는 일사전속주의(대출모집인 제도 모범규준 9조제2항)다. 여러 금융회사의 대출상품 정보를 소비자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모바일 대출 플랫폼' 9건이 모두 일사전속주의 특례를 적용받았다.
일사전속주의는 대출모집인이 1개의 금융회사와 위탁계약을 맺어 해당사 금융상품만 판매하도록 만든 것이다. 일사전속주의는 대출모집인의 문어발식 영업을 막기 위해 2010년 4월 도입했는데, 지금은 모바일 대출 플랫폼의 출현을 막는 장벽이 됐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은 "시장에서 금융혁신 첫 공략 대상을 신용대출로 삼은 것으로 중금리 신용대출의 금리 인하 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하며 "규제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레이니스트와 NH농협손해보험은 여행자보험과 관련한 같은 특례를 인정받았다. 같은 조건으로 다시 가입하는 여행자보험은 일정 기간 상품 설명을 반복하거나(보험업법 95조의2) 공인전자서명(보험업법 96조)을 하지 않아도 되는 특례가 인정됐다.

이들 업체는 해외여행을 자주 떠나는 가입자가 특정 기간(1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스위치(on-off)로 간편하게 여행자보험을 가입·해지하는 서비스를 내놨다. 보험 영업에서 설명의무는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한 핵심 규제지만 여행자보험에 자주 가입하는 소비자 편익을 위해 반복 설명과 서명은 생략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계좌에 잔액이 없어도 신용카드로 송금할 수 있는 결제와 송금의 구분을 없앤 서비스도 두 카드사가 내놨다. 비씨카드와 신한카드는 가맹점 사업자가 아닌 개인도 신용카드 결제서비스를 할 수 있고(여신전문금융업법 12조, 19조), 송금하는 사람이 수수료(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를 낼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

이들은 특례를 인정받아 신용카드 가맹점사업자의 범위를 개인으로 확장하고, 신용카드 사용자에게 전가할 수 없도록 금지해 가맹점사업자가 부담해온 수수료를 송금인에게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혁신금융서비스 주요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금융위는 이날 8건의 금융혁신서비스를 지정했다. 금융혁신서비스는 현재까지 3차례에 걸쳐 총 26건이 지정됐다. (금융위원회 제공) 2019.5.15/뉴스1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혁신금융서비스 주요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금융위는 이날 8건의 금융혁신서비스를 지정했다. 금융혁신서비스는 현재까지 3차례에 걸쳐 총 26건이 지정됐다. (금융위원회 제공) 2019.5.15/뉴스1

◇행정지도까지 가로막는 혁신금융

하나의 서비스가 시장에 나오기까지 적게는 1개, 많게는 4개의 규제가 얽혀있었다. 단 하나의 규제 탓에 금융혁신이 어렵기도 하다. 영세상인이 QR코드를 활용해 간편결제를 할 수 있도록 만든 비씨카드의 서비스는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개인 판매자가 신용카드가맹점 가입이 가능하도록 규제(여신전문금융업법 2조)를 고치면 실현 가능하다.

반대로 갖가지 규제를 뛰어넘어야 하는 사례도 있었다. 카드사가 보유한 가맹점 정보를 이용해 영세·소규모 개인사업자의 신용을 평가해 금융기관 등에 제공하고, 신용관리 컨설팅을 제공하는 신한카드의 서비스는 가장 많은 규제특례를 받았다.

이 서비스는 신용조회사가 아닌 카드사에 개인사업자의 신용조회업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신용정보법(4조, 50조제2항제1호), 여신전문금융업법(46조, 시행령 16조2항) 등 4개 규제를 손봐야 한다.

규제의 종류는 법부터 시행령, 심지어는 법규 해석과 행정지도까지 다양했다. 은행이 이동통신사업자의 통신망을 빌려 알뜰폰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금융과 통신이 융합된 국민은행의 서비스는 은행법령 해석 탓에 시행되지 못했다.

은행법령 해석상 알뜰폰사업은 은행 고유업무와 연관성이 없어 은행 부수업무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이 서비스의 경과를 지켜본 후 부수업무 범위에 알뜰폰 사업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법적 근거가 없는 대표적인 그림자 규제로 꼽히는 행정지도도 혁신금융서비스의 특례 대상이 됐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지역주민이 투자해 지역개발 사업의 이익을 공유하는 루트에너지의 서비스는 P2P 투자한도 완화 특례를 받았다. P2P 투자한도는 행정지도인 P2P대출 가이드라인에서 정하고 있다. 현재 금융위는 P2P대출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규제특례 부작용 나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철회

금융위는 앞으로 기존 혁신금융서비스와 같거나 유사한 건은 논의를 간소화해 빠르게 지정할 계획이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이 독점권을 보장하는 제도가 아닌 만큼 다양한 업체가 한 시장에 뛰어들어 나타내는 다양한 규제특례 경과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혁신금융서비스를 꾸준히 모니터링해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하거나, 소비자 피해 등을 유발하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거둬드릴 방침이다. 이미 규제특례로 비롯될 수 있는 각 서비스의 예상 가능한 부작용은 업체가 지켜야할 '부가조건'으로 안전망을 쳐놨다.

반대로 테스트 결과 규제가 없어도 금융시장 안전성과 소비자 보호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규제 혁신을 추진한다. 각 혁신금융서비스의 모니티링 기간은 따로 정하지 않았다. 서비스별 지정 기간이 끝나지 않았더라도 혁신금융서비스의 효용성과 편의성 등이 입증되면 곧바로 규제 개선으로 연결된다.

권대영 단장은 "금융은 신뢰와 안전성 측면에서 상당한 규제가 필요하다. 문제는 규제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규제가 완전히 새로운 시도들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수용성과 확장성이 있는 네거티브적 규제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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