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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한다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2019-05-18 12:26 송고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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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자 시인은 '고통과 사랑'을 시라는 형식에 담아 기록하고 있다. 그는 시집에서 '훔친 것들'을 아무도 모르게 숨겨 둔 외로운 이처럼 덤덤하게 삶을 풀어 놓는다.
     
'죽음의 기억은 / 적의 크기만 한 기억 / 하얀 접시에 나누어 담고 / 신이 가르쳐 준 대로 애통할 시간이 없다'('적의 크기만 한 기억' 중)
시인의 고백을 보면 내밀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 이유는 시인의 고백이 죽음을 바탕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시적 화자들은 '긴 시간을 함께해온 사람의 사망신고서에 도장을 찍고'(구름 도장), '샛노란 꽃잎이 까맣게 타 죽으려고' 하거나(크레바스), '스물다섯 청년이 20층 옥상에서 추락'(위약)한다. 

죽음은 완전한 끝이고, 가장 짙은 어둠이다. 끝없이 아래를 향한다. 그러나 시적 화자들은 그와 동시에 고개를 들어 위를 본다.

이처럼 시인은 고백과 비밀, 죽음과 참회들이 터져 나오도록 둔다. 그리고 일생 동안 사랑했던 이가 죽음을 맞이하는 '끝'의 순간에서 시인은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조재룡 문학평론가는 작품 해설을 통해 "시인은 죽음이 헐렁하게 빠져나가게 내버려 두는 대신, 삶의 가치를 되돌아보고, 성스러움의 순간들을 체현하는 밑거름으로 삼는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198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해 시집 '나무고아원' ' 그녀는 믿는 버릇이 있다' 등을 냈다. 박두진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등을 수상했고 협성대 총장을 역임했다.

◇ 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한다 / 최문자 지음 / 민음사 / 1만원


lgi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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