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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멀티언어 예술 ‘디카시’의 세계화에 거는 기대

(세종·충북=뉴스1) 김기준 기자 | 2019-05-17 07:30 송고
김기준 세종·충북본부 부국장© 뉴스1
 새로운 문학 장르로 주목받는 디카시(詩)가 국내를 넘어 국외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디카시는 자연이나 사물에서 포착한 시적 형상을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영상에다 5행 이내의 문자로 표현한 문학작품을 말한다. 영상과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빚어내는 멀티 언어 예술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멀티 언어 예술의 등장은 디지털 시대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반영한 데서 출발했다. 언제 어디서 누구나 쉽게 쓸 수 있어 기성 시인이나 아마추어 문학도뿐만 아니라 학생, 주부, 직장인 등 모든 일반인에게 관심의 대상이 됐다. 결국 관찰과 내면 사이에서 호소할 곳을 찾지 못하는 현대인의 고민을 해결할 수단이 필요한 시점에서 디카시가 자연스럽게 등장했고, 이제 세계의 문학으로 나가고 있다.  

중국에서는 6월 열리는 ‘고성 국제 디카시 페스티벌’의 사전 행사로 한글 디카시 공모전까지 개최하고 있다. 벌써 2회째다. 한국디카시연구소와 중국 청도 조선족작가협회가 디카시 확산을 위한 MOU를 한 뒤 공모전을 기획했다. 중국 현지(칭다오)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한국디카시연구소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이들은 장소를 상하이로 옮겨 한국 교민들이 운영하는 민간단체인 민음관과 한국의 역사 강좌를 하는 HERO 역사연구회 관계자 등을 만나 디카시 국제교류의 물꼬를 틀 예정이다.

중국에서 디카시는 적잡시(迪卡诗)로 통한다. 중국의 대학 한국어과 교수들이 디카시의 음역과 의역이 일치하는 중국어 신조어로 그렇게 정의했다. 적잡시의 중국어 발음이 dikshi, 즉 디카시로 한국 발음과 거의 일치하는 면도 있다. 

한국에서는 2004년 이상옥 시인이 인터넷 한국문학도서관 연재 코너에서 처음 ‘디카시’라는 문학 용어를 사용한 뒤 그해 9월 최초의 디카시집 ‘고성가도(固城街道)’를 출간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그 뒤 2016년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에 ‘디카시’가 정식 문학 용어로 등재되고, 지난해 서동균 시인의 ‘봄’이라는 제목의 디카시가 중·고등 국어 교과서에 실리면서 한국 문단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런 가운데 전국에서 다수의 디카시 공모전이 생겼다. 특히 충북 보은문화원에서 제정한 ‘제1회 오장환 디카시 신인 문학상’의 탄생은 디카시의 첫 신인 문학상이라는 점에 큰 의미가 있었다. 이 지역 출신으로 시단의 3대 천재로 불리는 오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계승 발전하게 하는 완결체이기도 했지만, 첫 회에도 불구하고 국외서 응모가 많아 디카시의 세계화를 입증했다.

공모전이 많은 한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SNS 위챗 그룹 췬을 중심으로 디카시가 활발하게 소개되고 있다. 상하이, 옌지 등에서 더 활발한 ‘우리민족 문학사랑방’ 췬에는 글로벌 소통 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회원이 가입해 활동한다. 이곳에서 디카시에 관한 소통이 활발하면서 빠른 속도로 중국의 디카시 인구를 확보하고 있다. 

디카시는 2016년도부터 발원지인 경남 고성과 한국을 넘어 중국, 일본, 뉴질랜드, 캐나다, 미국, 인도네시아 등 국외로 확산하는 추세다. 어디까지 나갈지 모를 디카시의 영역 확산을 기대하고, 응원한다.


soknisan8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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