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뒤바뀐 성분 미스터리 코오롱 '인보사'의 운명은?

신장유래세포, 미 FDA 임상 재개 승인이 관건
2년전 이미 인지, 고의성 있다면 식약처 처벌 불가피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2019-05-11 06:01 송고 | 2019-05-11 10:32 최종수정
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의 자발적 유통·판매 중단 관련 간담회에서 한 관계자가 관련 자료를 발표하고 있다. 2019.4.1/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의 자발적 유통·판매 중단 관련 간담회에서 한 관계자가 관련 자료를 발표하고 있다. 2019.4.1/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국내 제약사가 모처럼 개발한 신약 '인보사'. 이 약을 둘러싼 최근의 복잡한 논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거꾸로 돌려볼 필요가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실수든 고의든 그 잘못 때문에 과연 인보사의 약효까지 부정해야 하는가.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의 미국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 개발에 착수한 것은 1999년이다. 골관절염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연골세포의 성장을 돕는 기능을 가진 '형질전환세포'(TC)를 만들어 내는 것이 핵심 과제였다. 
'인보사'는 TGF-β1 유전자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와 연골세포를 1 대 3 비율로 섞어 관절강 내에 주사하는 세포유전자 치료제다. 

코오롱티슈진은 2004년 '인보사' 연구개발 초기 형질전환세포는 '연골유래세포'라는 점을 확인했다. 당시 검증 기술인 세포의 발현 단백질 등 분석으로 확인한 것이다. 

형질전환세포를 개발한 뒤 TGF-β1 유전자의 발현이 강한 세포만을 골라낸 뒤 배양해 만든다. 이 배양 세포들을 별도 구축한 세포은행에 보관하고 계속 복제해 사용한다. 즉, 개발 초기에 골랐던 세포 성분을 10여년간 비임상 시료와 임상시료, 완제품으로 써왔다. 
'인보사'는  2017년 7월 국내 판매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서 임상을 성공리에 마치고 실제 환자들에게 투여됐으며 이 과정에서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개발 후 15년이 지나 올 2월 미국 품목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서류상 세포와 실제 세포가 다르다는 점이 발견된다. 미국 임상3상 중인 '인보사' 물질을 유전자 검사법인 STR(염색체 분석)로 확인해본 결과 그 형질전환세포가 '신장유래세포'(GP2-293)인 것으로 드러났다. 

개발 초기 검증 기술로 연골유래세포라고 확인했지만 최신 유전자 검사기법에서 실체가 확인된 셈이다. 현재까지 세포 종류가 불일치한 원인을 명확히 찾지 못한 채 의혹만 커지고 있다.

최근 인보사 논란은 코오롱 측이 인보사 성분 불일치 사실을 2년전 확인했으면서 고의로 숨겼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가 모처럼 개발한 이 신약이 여전히 안전성과 치료 효과를 갖고 있느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인보사에 대한 임상3상 재개를 승인한다면 신약으로 다시 인정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신장유래세포를 사용한 약물에 대해 임상을 승인한 사례도 있기 때문에 FDA의 판단이 주목된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인보사 기사회생 가능성은?

FDA는 임상재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코오롱티슈진에 '인보사' 성분특성과 성분이 바뀐 경위 등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코오롱티슈진은 오는 6월까지 관련 자료를 모두 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드물지만 실제 유럽에선 '신장유래세포' 성분의 약물에 대해 임상을 승인했던 사례가 있다. '인보사'도 '신장유래세포' 성분으로 그 동안의 임상에서 안전성을 통과한 셈이 된다.

식약처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다시 안전성 부분을 확인할 계획이다. 또 세포치료제가 전세계적으로 아직 상용화된 지 얼마되지 않은 만큼, 앞으로 15년 동안 인보사 투약 환자에 대해 장기 추적관찰을 시행할 계획이다. 

인보사가 치료제로서 인정받는다 해도 코오롱티슈진이 신장유래세포의 존재를 고의로 숨겼다면 별개의 처벌 사안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주장해온 올 2월이 아닌 이미 2년전에 코오롱티슈진이 알고 있던 정황이 드러났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 같은 사실을 지난 5일 공시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당시 코오롱티슈진 담당 실무진이 윗선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누락한 것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시점이다. 코오롱티슈진이 인지했던 날짜는 2017년 3월이고 '인보사'가 국내 허가를 받았던 시점은 4개월 뒤인 7월이다. 만약 코오롱티슈진이 회사 차원에서 이 사실을 고의로 숨겼다면 사실상 거짓 허가신청을 한 꼴이 된다. 이 경우 '인보사'는 국내 허가가 취소될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식약처도 이 부분에 대해선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식약처와 FDA는 앞으로 관련 사안을 종합해 각각 판매재개와 임상재개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빠르면 2~3개월 내로 결론이 날 전망이다. 식약처는 코오롱측 주장대로 처음부터 '인보사' 성분이 '신장유래세포'였던 것인지 그리고 성분이 바뀐 경위, 실제 2년 전 '보고 누락'이 존재했는지 등을 중점 검토할 예정이다. 고의성 여부에 따라 행정처분 수준이 달라질 전망이다. 식약처는 이를 위해 20일 미국 현지실사에 나선다. 

◇성분 왜 바뀌었나, 해명 못하는 이유?

코오롱티슈진이 2004년 당시 형질전환세포를 '연골유래세포'로 봤던 이유는 '연골유래세포'에서만 발현되는 '제2형 콜라겐 단백질'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TGF-β1 유전자를 도입한 '신장유래세포'도 '제2형 콜라겐 단백질'을 발현한다는 작용기전이 알려졌다. 개발 당시에는 이 부분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코오롱측 설명이다.  

치료제의 핵심인 형질전환세포를 만드는 과정에 신장세포가 사용되는데 이 과정부터 문제가 생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두 세포를 모양으로 구별할 순 없었을까. 코오롱티슈진 관계자는 "TGF-β1 유전자가 삽입되면 세포 모양이 바뀌기 때문에 현미경으로 구별하는 게 쉽진 않았다"고 말했다.

'연골유래세포'에서 나올 수 없는 유전자 개그(Gag)와 폴(Pol)이 실제 나오지 않았던 것도 '인보사'의 주성분이 '연골유래세포'인 것으로 판단하는데 주효했다. 원래 TGF-β1 유전자를 '연골유래세포'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운반체(벡터)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때 사용되는 유전자인 개그(Gag)와 폴(Pol)은 '신장유래세포'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성분이 바뀐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코오롱티슈진 관계자는 "제조 과정에서 신장유래세포가 분리되지 않고 성분에 섞여들어간 것으로 추정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파악 못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전세계적으로 아직 세포치료제 연구가 미숙한 점을 이유로 든다. 한 관계자는 "학자들 얘기로는 이번 사안이 아직 우리가 살아있는 '세포'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수준임을 방증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인보사는 제조 특성상 오래전에 만들어 놨던 세포를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이지만, 중간 성분분석을 명확히 하지 않았던 것도 기업으로서 뼈아픈 실수를 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신장유래세포 '종양' 발생 가능성…문제없나?

'신장유래세포'가 사용된 '인보사'는 안전성 문제가 제기된다. 신장유래세포는 보통의 세포에 비해 분열속도가 매우 빨라 종양발생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다. 

코오롱측은 '인보사' 완제품이나 임상시료를 출고하기 전에 방사선 처리한 뒤 세포활성도가 없는 것만 사용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앞서 기자 간담회에서 "보통 세포가 죽는 방사선수치는 56Gy(방사선흡수선량)이지만 우리는 그보다 높은 59Gy를 조사한다"며 "방사선을 쪼인 세포는 최대 24일 내로 모두 사멸돼 사라지지만 우리는 그보다 더 긴 44일동안 세포사멸을 확인한 제품만 출고해왔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인보사'가 투여되는 관절강 안쪽도 폐쇄돼 있는 곳이어서 투여 성분이 혈액을 통해 다른 인체 장기로 전달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도 코오롱측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lys@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