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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제품 폭리 창구된 보조금, 이럴 거면 없애자"…韓 전기이륜차 '한숨'

[전기이륜차 육성 헛발질②]100만원대 中제품에 230만원 보조금
중국에 산업 종속 부채질…업계 "예산, 국내 산업 육성에 쓰여야"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2019-05-08 10:24 송고 | 2019-05-08 13:50 최종수정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정부의 전기이륜차 보조금은 국내 산업을 지원하는데 쓰여야 하는데 외려 중국에 종속되는 것을 부추기고 있다. 이럴 거면 차라리 보조금을 없애고 경쟁하는 게 낫다."

국내에 제조시설을 갖춘 전기이륜차 생산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환경부의 보조금 약 230만원을 받는 전기이륜차 10종 중에서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5종이다. 에코카 루체, 와코코리아 2K2, 씨엠파트너 썬바이크, 그린모빌리티 발렌시아, 동양모터스 빈티지 클래식 등은 국내공장에서 만들어진다.

나머지 제품은 사양 변경을 거쳐 중국에서 수입되거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중국에서 제작돼 한국에 들여오는 제품이다. 특히 일부 제품은 현지에서 100만원대에 팔리고 있지만 한국에선 350만원 이상의 가격을 책정해 230만원의 정부 보조금까지 받아가며 국내업체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국내 생산 제품이라고 해도 모든 부품을 한국에서 조달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 전기이륜차 생산시설을 갖춘 A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 아예 조달할 수 없는 부품도 상당하고, 있다 해도 원가가 2배에서 4배까지 가격이 차이나서 어쩔 수 없이 수입하는 부품이 많다"고 말했다. 자체 기술력이 높은 에코카와 와코코리아, 씨엠파트너 등의 부품 국산화율도 70~80% 수준이다.

전기이륜차 모델 하나를 국내에서 완벽하게 생산할 만한 제조업 생태계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10여년 전부터 중국의 저가공세와 수입 브랜드들의 점유율 확대 속에 오토바이, 스쿠터 등의 국내 이륜차 생산기반이 무너지며 생긴 부작용이다.

중국은 2000년 대부터 전기이륜차 등 친환경차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국가 정책적으로 육성했다.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우리보다 앞서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17년부터 전기이륜차 보급 사업을 본격화했다.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33억7500만원, 1351대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지난해 125억원, 5000대로 예산이 늘었다. 올해는 이보다 2배 늘어난 250억원, 1만대에 대해 보조금이 투입된다.

우리 정부의 전기이륜차 보급사업의 목적은 미세먼지 등 대기질 개선과 온실가스 저감 등 환경문제 해결에 초점을 두고 있다. 환경부가 중국 업체에까지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하게 된 것도 단순히 내연기관을 대체할 전기이륜차의 보급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내수산업 기반에 대한 이해 부족이 기형적인 보조금 제도의 원인이 됐다.

B업체 관계자는 "정부 보조금은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산업토양 마련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쓰여 야한다"고 강조한다.

C업체 관계자 역시 "전기이륜차 보조금이 200만원 수준으로 결정된 이유는 기존 내연기관이륜차와 전기이륜차의 가격 차이가 그 정도였기 때문"이라면서 "내연기관과 동등한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보조금을 지급하자는 게 제도의 기본 취지였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중국산 제품의 저가 공세에 보조금을 얹어주는 기형적 제도가 계속되면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춘 배터리나 관련 부품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보조금 제도가 되레 국내산업 기반 약화의 원인으로 작용해 중국산 제품에 종속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국업체들은 국내에선 상당 부분 마진을 포기하고 장사하고 있다. 보조금 지원 하에 시장이 이제 막 성장하는 단계인 만큼 이윤을 챙기기보단 브랜드 인지도를 쌓고 점유율을 높이는 게 맞는 일이라고 판단해서다. 원가가 절반 수준인 중국산과 싸우려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형적 보조금 제도를 이용해 이윤을 더 챙기려는 수입업자들이 난립하면서 불만이 커졌다. B업체 업체 관계자는 "보조금으로 기술개발 등 미래준비를 하기보단, 폭리를 취하기 위한 창구로 활용하는 게 잘못된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가격경쟁력을 등에 업은 중국산 전기이륜차가 국내 시장을 잠식하게 되면 피해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C업체 관계자는 "한국의 전기이륜차 생산기반이 완전 붕괴되면 이미 제품을 구입한 국민들은 산업이 종속된 중국으로부터 수리 부품 등을 계속 수입해야 한다"며 "중국이 갑자기 가격을 높이거나 할 때 대응할 방법이 없어 지속적인 국부 유출이 우려된다"고 목소리 높였다.

한국업체들은 환경부가 더욱 엄격한 조건을 가지고 보조금을 차등 지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D업체 관계자는 "중국업체에 원가를 공개하라고 할 순 없겠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대책도 없이 수입원가보다 높은 보조금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정부가 대략적인 원가를 추정해 보조금 액수를 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업체 관계자는 "전기이륜차 보조금은 국민의 세금을 지원하는 것인 만큼 환경보호는 물론 국내 산업육성과 기술축적, 고용창출 등의 요소를 반영해 차등 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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