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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액 역대 최고…'돈잔치'에 가려진 실상은 규제 덫

[文정부 2년-혁신성장 어디로]⑤규제 혁신 없는 벤처투자 확대 '독' 된다

(서울=뉴스1) 남도영 기자 | 2019-05-09 07:00 송고
편집자주 혁신성장은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의 양축이다. 최저임금, 주52시간제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양극화를 가속화시키고 최하층 일자리를 오히려 줄이는 '역설'을 낳으며 이념논란으로 얼룩질 동안 정작 '일자리 창출'과 직결된 혁신성장은 보이지 않는다. 소비에서 투자로 이어지는 '고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혁신성장 전략 부재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2벤처 붐 확산 전략 보고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3.6/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제2벤처 붐 확산 전략 보고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3.6/뉴스1

벤처투자가 매분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 1분기 벤처투자액은 74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9% 늘었다. 1분기 역대 최고 기록이자 4년 연속 증가한 수치다. 예년대로 벤처투자가 이뤄지면 올해 사상 첫 4조원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대규모 정책자금 투입을 바탕으로 이 같이 벤처투자가 활기를 띄자 2000년대 초 뜨거웠던 벤처창업 열기를 되살린 '제2 벤처 붐'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해 2020년까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신생 벤처기업) 기업 20개 육성을 목표로 한 '제2 벤처 붐 확산 전략'을 내놓기도 했다.
◇벤처, '돈잔치'만 벌이고 정작 투자할 데가 없다

정부는 제2 벤처 붐 확산 전략을 통해 신규 벤처투자 규모를 오는 2022년 연 5조원으로 늘리고 벤처기업의 규모를 성장시키기 위한 12조원의 ‘스케일업 펀드’와 인수합병(M&A) 촉진을 위한 1조원 규모의 전용펀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비상장 투자전문회사'(BDC) 도입과 벤처지주회사 제도 개선에도 나선다.

이 같은 정부의 강력한 투자의지에도 불구하고 막상 현장에선 "돈이 있어도 투자할 기업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중에 벤처투자 자금이 풀려도 성장할만한 '싹이 보이는' 스타트업(신생벤처)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세상이 급변해도 여전히 천편일률적인 입시위주의 교육시스템에서 '파괴적 혁신'에 나설 '용감한 인재'는 귀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책자금을 받은 벤처캐피탈(VC)들은 정작 투자할만한 '스타트업 모시기'에 눈치 싸움까지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벤처 생태계의 질적성장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확대'가 '시장확대'를 웃돌면 오히려 거품이 일거나 투자수익률이 악화되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역량있는 벤처기업들이 시장에 나올 '판'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재정만 투입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다.

질 높은 창업이 이뤄지지 않는 대표적인 이유로는 규제 문제가 꼽힌다. 최근 창업한 스타트업들이 규제 문제로 잇달아 사업을 접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비춰지면서 젊은 세대에게 창업은 여전히 '위험한 직업'으로 통하고 있다. 규제혁신을 외쳐온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카풀 갈등'을 제대로 봉합하지 못하면서 이런 실망감은 더 커졌다.

한 대학교수는 "실제 대학 연구소나 대기업에서 기술을 갖춘 유능한 인재들이 선뜻 창업에 나서지 못하고 있으며 주변에서도 만류하는 분위기"며 "창업으로 성공한 롤모델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 혁신산업의 뒷자리나 잡지 말아라

결국 규제 문제를 풀지 못하면 대규모 재정 투자도 혈세 낭비에 불과하다는 게 벤처기업인들의 지적이다. 정부의 제2 벤처붐 확산전략에서 규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제시한 방안은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하는 안이 유일했다. 이 때문에 정부 발표 후 벤처 1세대인 이재웅 쏘카 대표는 "정부가 규제개혁에 좀 더 집중하면 제2의 벤처붐은 만들지 않아도 온다"며 "벤처에 투자할 정부 재정을 오래된 산업의 구조조정에 투입해 혁신산업의 뒷다리를 잡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꼬집기도 했다.

규제 문제 외에도 시장이 스스로 우수한 기업을 찾고 촘촘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민간 중심의 벤처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도 시급한 사안으로 꼽힌다. 현재 벤처기업 확인제도의 민간 이양을 골자로 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과 벤처투자법령 통합 등 벤처투자제도 시장친화적 개편을 위한 '벤처투자촉진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두 법은 벤처업계에서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해 온 사안이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정부의 제2 벤처붐 정책은 반갑지만 여전히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은 불안한 외줄타기"라며 "중국, 일본, 대만 등 주변국과의 경쟁 상황을 봤을 때 벤처 정책이 좀 더 속도감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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