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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대 中전기이륜차에 韓 정부는 230만원 보조금

[전기이륜차 육성 헛발질①]150만원 中제품, 韓서 400만원
환경부, 원가 고려없이 230만원 지급…줄줄 새는 보조금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2019-05-07 23:36 송고 | 2019-05-08 17:53 최종수정
그래픽=이지원 디자이너© News1
그래픽=이지원 디자이너© News1

중국 현지에서 100만원대에 팔리는 전기 이륜차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200만원대 보조금 지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정부는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 해마다 예산을 크게 늘려가고 있다. 그러나 단순 수입된 중국산 전기 이륜차에도 원가보다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세금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의 보조금 230만원을 받는 경·소형 전기 이륜차 10종 중의 2종은 국내 제조시설이 없는 업체가 중국에서 수입·유통한 제품으로 나타났다. 이들 제품은 중국 현지에서 한국의 보조금보다도 낮은 200만원 이하에 팔리고 있다.

한중모터스가 중국 '야디'(YADEA)로부터 수입해 판매하는 전기스쿠터 'Z3'의 국내 출시 가격은 385만원이다. 이 제품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223만원 등을 적용해 155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이 제품과 유사한 스펙으로 중국 내수용으로 팔리는 야디 'Z3s'의 출시가격은 8688위안으로 약 149만원이다.

한국용 모델과 중국용 모델은 1560Wh 용량의 같은 배터리를 사용한다. 다만 최대출력은 중국용이 1800W, 한국용 3500W로 차이를 보인다.

전기 이륜차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가격 비중은 약 40~60% 수준이다. 한국용 제품의 모터 성능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배터리 스펙이 동일한 만큼 200만원 이상의 가격 차이를 만들어낼 수준은 아니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인에이블인터내셔널이 중국 전기 스쿠터업체 '니우(NIU) 테크놀로지스'로부터 수입·판매하고 있는 NIU N PRO(369만원)는 한국에서 보조금 230만원을 받아 139만원에 살 수 있다. 그러나 이 제품의 중국 판매가격은 9999위안(173만원)이다.

한국에서 팔리는 제품의 배터리 용량은 2100Wh다. 중국 내수용 제품은 최소 2040Wh로 큰 차이가 없다. 이에 대해 인에이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한국 보조금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주행거리나 출력 등을 높여 중국 내수용과 다른 라인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중모터스 역시 "배터리 용량은 같지만 모터 성능이 다르고, 철제 프레임을 쓰는 중국 내수용 제품과 다르게 한국용 제품엔 알루미늄이 들어간다"며 "한국 사정에 맞는 사양을 반영한 것이어서 단가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업체들은 수입하면서 드는 관세와 부가세, 운송비 등으로 인해 단가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이에 대해 한국에 제조시설을 둔 전기이륜차 업체들은 100만원대 제품이 한국에 수입되면서 약간의 업그레이드를 거쳐 400만원에 가까운 가격으로 둔갑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정부가 보조금 230만원까지 얹어주면서 수입업체들이 이를 활용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부풀리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하소연한다.

보조금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는 것은 수입업자들만이 아니다. 국내 이륜차 점유율 1위 대림오토바이가 판매하는 재피(Zappy)는 중국 종쉔의 전기차 브랜드인 CINECO T3를수입한 제품이다. 대림 관계자는 "종쉔은 파트너사로 재피를 만들기 위해 개발 단계부터 협력했다"고 설명했다. 두 제품은 배터리 용량(2160Wh) 등 대부분의 스펙이 같지만 가격 차이는 크다. 중국현지 판매가격은 1만288위안(177만원) 수준으로 한국에선 보조금(230만원)을 받아 165만원에 살 수 있다.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전기 이륜차 보급이라는 목적으로 올해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250억원이라는 예산을 책정했지만 보조금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고, 단순 수입·유통업체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환경부의 전기 이륜차 보조금 지원 대상 기준은 1회 충전 거리와 최고속도, 가속도, 배터리 종류 등으로 결정된다. 현재로선 이 기준만 통과하면 단순 수입된 제품이라고 제재할 방법은 없다.

업계 관계자는 "미세먼지 저감이라는 정책적 목표가 뚜렷한 환경부가 전기 이륜차를 보급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 산업을 육성하는 데까진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생산 원가도 고려해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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