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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지적장애인 착취 '염전 부부' 2심서 ‘집유’로 감형…왜?

임금 1억8천만원 안주고 장애인 연금 등 횡령
법원 "공소장 변경으로 폭행죄 제외" 원심 파기

(광주=뉴스1) 전원 기자 | 2019-05-05 06:00 송고
광주고등법원 전경. © News1

지적장애인에게 17년 동안 농사일 등을 시키면서 한번도 임금을 주지않고 노동력을 착취한 부부가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태호)는 노동력착취유인(인정된 죄명 영리유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모씨(61)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내 공모씨(54)에 대한 항소심에서도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판결했다.

앞서 1심에서 한씨는 징역 7년을, 공씨는 징역 5년을 판결받았다.

재판부는 "이들이 지적장애를 가지고 신안 염전에서 생활하던 박모씨(48)를 영리목적으로 유인해 17년이 넘는 기간동안 농사일 등 노동을 시키면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박씨를 폭행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장애인인 박씨에게 제공되는 (복지) 혜택을 부당하게 이용하기 위해 박씨 명의의 신청서를 위조하고, 장애인 연금 등을 횡령하기도 했다"며 "박씨는 노동을 착취당하는 과정에서 허리를 다쳐 사고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가 충분하지 못해 척추가 심하게 휘어 있고, 현재까지도 고통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씨 등은 박씨의 가족들이 찾고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음에도 본명과는 무관한 다른 이름을 창설했다"며 "이런 점 등을 보면 죄질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검사가 죄명을 영리유인죄로 변경하고, 폭행죄를 제외한 내용으로 공소장을 변경하면서 가벼운 죄명으로 처벌을 받게 됐다"면서 "특히 이들이 범행을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은 점, 함께 여행을 가기도 했고, 때때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도 했던 점, 선의 의도를 배제하기 여려워 보이는 점, 피해자 가족이 선처를 바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들 부부는 지난 2000년 9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17년간 박씨를 농기계 등의 보관 창고를 개조해 만든 방에 살게 하면서 논일과 밭일, 벼 건조 및 유자 수확 등 일을 시켰으나 임금 1억8000여만원을 주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한씨는 2010년 7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고흥군으로부터 매월 박씨 명의 농협 계좌로 장애인연금, 기초주거급여, 생계급여 등 합계 5880여만원을 입금 받아 보관하던 중 각종 공과금 명목으로 자동이체하거나 전자제품 구입비 등으로 281회에 걸쳐 합계 1700여만원을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사결과 박씨는 1993년 경남 밀양에서 실종돼 신안의 한 염전에서 일하던 중 2000년 3월 공씨 가족에 의해 고흥으로 이주해 농사일 등을 하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가 지능이 낮고 자신의 인적사항을 잘 알지 못하는 점을 이용해 박씨의 성을 한씨로 바꾸기도 했다.


jun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