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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캠퍼스에 부는 블록체인 기술 연구 바람

서울대학교 블록체인연구학회 '디사이퍼' 오세진 학회장 인터뷰
"블록체인 만병통치약 아냐...본질 제대로 이해하는 게 중요"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2019-05-01 14:12 송고
서울대학교 블록체인 연구학회 '디사이퍼' 오세진 학회장 © 뉴스1
서울대학교 블록체인 연구학회 '디사이퍼' 오세진 학회장 © 뉴스1

"우리나라에선 블록체인이 모든 산업의 만병통치약처럼 다뤄져요. 하지만 정작 기반 기술 자체에 대한 연구 부족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프로젝트는 거의 없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학회는 철저한 기술 검증과 연구를 통해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울대 블록체인연구학회 '디사이퍼' 오세진 학회장(23·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석사과정)은 지난 29일 뉴스1과 만난 자리에서 "블록체인은 확장성 등 아직 기술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불완전한 기술인데 산업계에서는 마치 블록체인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처럼 이야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블록체인의 상용화를 논의하기 이전에 블록체인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디사이퍼는 블록체인 기술 검증과 연구를 통해 블록체인이 안정화되고 상용화되는 데 일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조직된 학술단체 디사이퍼는 1년 새 국내 최대 블록체인 학회로 성장했다. 서울대 재학생·졸업생, 일반인 60명이 학회원으로 활동하며, 과기정통부 주최 '2018 정보보호해커톤'을 포함해 각종 블록체인 경진대회를 휩쓸었다.

디사이퍼의 전문성을 인정한 국내 주요 SI(시스템 통합) 기업 블록체인 사업부는 이들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도 블록체인 기술 솔루션 기업 '해치랩스'와 블록체인 컨설팅사 '디콘'과 같은 유망 스타트업도 배출했다.
디사이퍼는 스마트계약 보안, 블록체인 거버넌스 등 블록체인 기술의 현황을 파악하고, 문제 정의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있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미디엄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된다. 매 학기 개최하는 블록체인 콘퍼런스 '디퍼런스'는 이미 업계 관계자가 필수로 참석해야 하는 행사가 됐다.

이번 학기부터 디사이퍼는 프로덕트와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는 단체로 발돋움한다. 연구 분야는 △탈중앙화금융(DeFi) △기술연구 △기술응용으로 구체화했다.

서울대학교 블록체인 연구학회 '디사이퍼' 활동사진 © 뉴스1
서울대학교 블록체인 연구학회 '디사이퍼' 활동사진 © 뉴스1

디파이팀은 금융과 비즈니스 영역 블록체인을 연구한다. 금융 분야인 대출이나 파생상품을 어떻게 토큰화할지 다루고, 플랫폼 비즈니스와 데이터 마켓플레이스에 어떻게 블록체인을 적용할 수 있을지 논의한다. 나아가 음지 영역에서 블록체인이 자금 세탁에 악용되는 현실을 진단하고, 금융 취약점에 대해 분석한다. 

기술연구팀은 블록체인 기술의 문제점과 해결책에 대해 연구한다. 블록체인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으로 언급되는 확장성·처리 시간 등에 대해 다루는데 프라이버시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칠 예정이다. 블록체인상에서 데이터의 원본을 숨기면서도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블록체인에 적용 가능한 암호학적 기법과 그 응용 방법을 모색한다.

기술응용팀은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해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오 학회장은 "신기술을 비판하기는 쉽지만 이를 검증하고 구현하는 건 어렵다"며 "기술응용팀 중 합의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팀은 이론으로 존재하는 합의 알고리즘을 직접 구현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개선점을 제시하는 팀"이라고 소개했다.

대표적으로 기술응용팀은 퍼블릭 블록체인인 이더리움과 이오스를 기반으로 한 디앱(DApp·분산형 애플리케이션)과 이를 연결하는 코스모스 기반의 디지털 자산 거래소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 등으로 구성된 이 팀은 게임 속에서 상품 거래 시 사용할 수 있는 대체불가능한 토큰(NFT)도 개발한다. 유스케이스 증명을 위해 NFT를 게임의 요소로 도입하고, 웹에서 디앱 게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테스트를 진행한다.

기술응용팀은 이 밖에도 디앱에서 발생하는 거짓된 거래(트랜잭션)를 잡아내 실사용자를 시각적으로 제시하는 툴인 '디페커'(de-faker)를 개발하고 있다. 디페커의 베타 테스트 버전은 이번 학기 중 출시된다.

디사이퍼의 올해 목표는 블록체인 기술로 세계를 선도하는 학회가 되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것이다. 오 학회장은 "기술로 글로벌 학계를 선도하는 디사이퍼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해외 프로젝트 관계자를 만나 국내 블록체인 기술 연구를 소개하면 미국 버클리대학이나 MIT보다 뒤처지지 않는 결과라고 칭찬한다"면서도 "언어적 장벽 때문에 국내 많은 기술이 제대로 소개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이번 학기부터 디사이퍼의 모든 활동과 연구 결과를 한국어와 영어로 제공한다. 오 학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모두 같은 블록체인 문제를 바라보고, 비슷한 속도로 풀어나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블록체인 기술의 중심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블록체인 기술 연구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같은 맥락에서 국내 교육기관이 블록체인 기술 강좌를 신설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신호탄으로 소개했다. 대표적으로 서울대학교는 올해 1학기 '스마트계약'과 '블록체인·암호화폐 기술정책'을 다루는 강좌를 신설했다.

오 학회장은 "'블록체인은 곧 비트코인'으로 인식하고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던 시선이 변화하고 있다"며 "캠퍼스에 불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이 국내 기술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hwa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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