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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한 상가건물 달랑 1곳만 장사…텅빈 세종시 상가들

대로변 상가들 곳곳 '임대' 현수막…40%가 빈 상가
상가 공급과잉…"상업지구 줄이고 연구소 유치 해법"

(세종=뉴스1) 김희준 기자 | 2019-04-21 08:00 송고 | 2019-04-21 18:12 최종수정
임대문의를 걸어둔 세종시 상가 / 김희준 © 뉴스1
임대문의를 걸어둔 세종시 상가 / 김희준 © 뉴스1

세종시 한솔동 '첫마을' 상가건물. 세종시가 들어선뒤 처음 조성된 이 아파트 단지내 상가는 세종청사 2단계가 조성되던 지난 2014년만 해도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한 치킨집은 단위 점포 매출이 전국 최고라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 18일 찾아간 '첫마을' 상가건물은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어지며 스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한 상가건물은 2층 고깃집을 제외하곤 입점한 가게가 없을 정도로 상가들이 텅텅 비어있는 모습이었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생활권이 넓어지고 새로운 상가들이 계속 생기면서 첫마을 상권은 시들해졌다"면서 "청사와도 먼데다 임대료가 비싼 것도 원인"이라고 했다.
첫마을 단지의 상가건물뿐 아니라 접근성이 좋은 대로변의 상가건물들도 공실률이 높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대전 반석역에서 정부 세종청사, 오송역을 연결하는 한솔동의 대로변에 위치한 건물들도 '임대 문의'가 나붙은 곳들이 즐비했다.

1층 상가가 대부분 빈 세종시 건물 / 김희준 © 뉴스1
1층 상가가 대부분 빈 세종시 건물 / 김희준 © 뉴스1

◇ "상가 너무 많아"…공인중개소만 즐비  

오송역으로 넘어가기 직전에 위치한 세종 도담동의 한 상가건물은 1층의 11개 점포 가운데 8곳이 비어있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초기에 들어선 단지보다 이후에 들어선 단지들이 상가분양이 더 많다보니 초기 상가들은 투자가치가 떨어졌다"며 "전반적으로 상가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세종시청부터 시 교육청까지 이르는 금강 수변 상가건물들도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손님이 몰릴 저녁시간이었지만 문을 닫은 음식점들도 눈에 띄었다. 문을 열고 있는 곳은 공인중개사무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세종시 소규모 상가의 공실률은 11.6%다. 전국 평균인 5.3%의 2배를 웃돈다. 세종시 부동산 업계에선 감정원의 통계가 표본조사임을 고려하고 대형 상가 공실률을 더하면 40%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투자가치도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세종시 주상복합 상가에 투자한 A씨는 "투자수익률은커녕 대출이자만 계속 나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지난해 4분기 세종시 집합상가 수익률은 0.71%로 전년 동기대비 0.15%포인트 떨어져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 1.73%, 서울 2.1%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임대료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세종시의 집합상가 임대료는 전년동기대비 5.6% 감소하면서 전국 최고의 하락폭을 나타냈다. 세종시 보람동에 있는 50㎡ 규모의 한 1층 상가는 분양 당시 임대료가 350만원이었지만 지금은 17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투자자 B씨는 "세종시의 경우 대부분 공실을 우려해 대형 프랜차이즈와 계약해 입주를 앞둔 매물을 찾고 있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 대리점이나 이마트 에브리데이와 같이 법인명의의 임대는 공실 우려 속에서도 임대료 연체부담이 없기 때문이란 귀띔이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고민 깊어진 정부…문제해결 위해 연구용역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국토교통부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애초 도시계획 단계에서 수요와 상관없이 상업지구의 비중을 너무 많이 잡았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행복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감정원에 세종시 상가 공실 문제에 대한 연구용역을 맡긴 상태"라며 "5월중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문제점 분석과 적절한 해법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와 행복청 안팎에선 앞으로 짓는 건물에선 상가의 비중을 줄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대부분 상가건물이 완공된 만큼 상가 활성화를 위한 기존 건물의 활용방안도 유력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종시로 내려올 소규모의 연구기관과 부설기관을 각 상가의 중심에 배치해 공실을 줄이고 수요를 높이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9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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