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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뿌리깊은 '반무슬림'…'9·11 정쟁화' 논쟁으로

트럼프, 무슬림 의원 비난 영상 게재…백악관 "악의 아냐"
민주당 "반이슬람 자극…차별·폭력 선동" 비판

(서울=뉴스1) 김서연 기자 | 2019-04-15 12:22 송고
일한 오마르 민주당 하원의원. © 로이터=뉴스1

반(反) 무슬림·반 이민 정책을 노골적으로 펼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화살이 이번엔 민주당 소속 무슬림 하원의원을 향했다. 그러나 공격을 위해 미국의 가장 큰 비극인 '9·11 테러'를 정쟁화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모습이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일한 오마르(미네소타) 하원의원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다. 오마르 의원이 지난달 23일 미·이슬람관계위원회(CAIR) 주최 행사에서 9·11 테러과 관련해 한 발언을 목표로 삼은 것.

오마르 의원은 당시 행사에서 "CAIR은 9·11 이후 설립됐다"며 "왜냐면 일부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한 뒤(Some people did something) 우리(무슬림) 모두는 우리의 시민권이 제한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94년 설립된 CAIR이 9·11 테러 이후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비난에서 무슬림들의 시민권을 보호하기 위해 크게 성장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누군가 어떤 일을 했다'는 발언에 주목, "우리는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며 오마르 의원의 발언과 9·11 테러 상황과 교차 편집한 동영상을 트위터에 게시했다.

영상을 게시한 이유를 명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3000여명이나 되는 대규모 인명 피해가 났던 9·11 테러의 책임을 '누군가 무엇을 했다'고 묘사한 무슬림 오마르 의원에게 돌려 비판하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미국 내 보수 성향 매체들도 그의 발언을 문제로 삼고 있던 상황이었다. '누군가'는 무슬림을, '어떤 일'은 9.11 테러 공격을 의미한다고 간주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일한 오마르 민주당 의원의 '9·11테러' 관련 발언과 테러 당시 보도 영상을 교차 편집한 게시물을 올렸다. (트럼프 트위터 캡처) © 뉴스1

그러나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 대한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민주당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 이슬람 정서를 자극하기 위해 오마르 의원의 발언을 문맥에서 빼내 이용하고 미국의 가장 큰 비극을 정쟁화했다고 반격했다.

가장 먼저 반응한 정계 인사는 버니 샌더스(무소속·버몬트) 상원의원이었다. 그는 영상에 대해 "혐오스럽고 위험하다"며 "트럼프(대통령)의 인종차별과 혐오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 피트 부트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베토 오로크 전 텍사스주 하원의원등이 비판 대열에 합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오마르 의원에 대한 인종차별과 폭력을 선동한다고 비판했다.

오로크 전 하원의원은 오마르 의원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대통령의 증오나 이슬람 혐오보다 강하다. 그가 우리를 갈라놓거나 두려워하게 만들도록 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오마르 의원은 지난 2월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겪었다. 그는 '공화당이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건 유대 로비가 제공하는 돈 때문'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오마르 의원의 사임을 압박했다. 여성 무슬림 최초로 하원에 입성한 그는 거침없는 언사로 임기 시작 전부터 우파의 공격 대상이 됐었으며 신변 위협도 수차례 받아왔다.

오마르 의원은 지난 13일 "나는 침묵하기 위해 의회에 나오지 않았다. 방관자석에 앉고자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며 "그 누구도 미국을 향한 내 변함없는 사랑을 위협할 수 없다. 나를 지지하며, 무슬림을 금지하는 이 나라 행정부에 함께 맞서 싸워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이 나라는 정의와 자유, 행복 추구 이념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이러한 핵심 신념들은 매일 위협받고 있다. 우리는 포괄적인 이민개혁을 통과시키느니 차라리 아이들을 가두겠다는 정부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을 정면 비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백악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 "대통령은 그 누구에 대한 폭력이나 악의를 바라지 않는다"고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동시에 "대통령은 반 유대적인 발언을 해온 이력이 있는 여성 하원의원의 문제를 짚어야 했다"며 오마르 의원을 향한 비판의 날을 세우는 걸 잊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캘리포니아)은 이후 "위험한 영상을 당장 내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이후 의회 경찰은 오마르 의원과 그의 가족, 참모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하기로 했다"며 "그들은 오마르 의원이 직면한 위협을 감시하고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의 영상은 지금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에 올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 정치적 이익을 위해 9·11 테러를 이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으로 수백명의 친구를 잃었다고 했지만 단 한 명의 이름도 제시하지 못했으며, 무너지는 빌딩에 이슬람 교도 수천명이 환호하는 모습을 봤다고 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고 WP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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