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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의 욜로은퇴] 연금은 갬블이 아니다

(서울=뉴스1)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 2019-03-29 15:04 송고 | 2019-03-29 15:19 최종수정
편집자주 100세 시대, 누구나 그리는 행복한 노후! 베이비 부머들을 위한 욜로은퇴 노하우를 전합니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 뉴스1
국민연금 수령 시기를 연기하면 1년을 미룰 때마다 7.2%씩 연금액수가 많아지니 최대 5년을 미룰 경우 36%를 더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하면 항상 따라 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몇 살까지 살면 본전을 뽑나요?”입니다. 그러고 나서, 사람들의 의사결정은 “5년 있다 더 받는 것도 좋지만 일찍 죽으면 손해잖아. 일단 먼저 받고 볼래”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질문과 선택은 옳을까요? 여기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연금을 바라보는 프레임에서 출발해보겠습니다.
연금을 보는 프레임은 ‘투자프레임’과 ‘소비프레임’이 있습니다. ‘투자프레임’은 연금을 수익성 관점에서 봅니다. 연금의 총투자수익은 자신의 수명에 달려 있습니다. 연금을 가입하고 오래 살면 투자수익이 높아지지만, 가입한 후 곧바로 사망하면 투자수익은 고사하고 원금마저 까먹게 됩니다. 일찍 사망한 사람들이 늦게 사망하는 사람들에게 보조금을 주는 꼴입니다. 이처럼, 연금을 투자프레임으로 보는 사람은 수명 예측이 의사결정의 근거가 되는데, 대부분은 빨리 사망할까봐 연금 가입을 주저합니다.

반면에 ‘소비프레임’은 연금을 드는 게 생애지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가라는 관점으로 봅니다. 이들에게는 사망 후에 받는 돈은 효용에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일반적으로 연금을 구입하면 다양한 만기의 채권을 구입하여 지출을 충당할 경우보다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습니다. 채권으로 지출흐름을 만들 경우 사망시점과 돈이 소진되는 시점을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망 전에 돈을 모두 소진하면 안 되므로 보수적으로 지출을 줄여 대부분 사망할 때 돈이 남게 됩니다. 남아 있는 돈만큼 생전에 소비를 못한 것입니다. 소비프레임으로 보는 사람이 연금을 더 많이 선택하는 이유입니다.

프레임이 연금선택에 영향을 주는지 실험을 해보았습니다(Brown, Kling 등(2008)). 두 그룹으로 나누어, 소비프레임에서는 ‘이 연금을 구입하면 월 70만원을 소비할 수 있다’고 하고, 투자프레임에서는 ‘이 연금을 구입하면 월 70만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결과는, 투자프레임을 제시 받은 사람들이 연금을 덜 구입했습니다. 70만원을 소비하는 경우 일찍 죽더라도 자신의 생전 소비에 문제가 없는 반면, 70만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그룹은 일찍 죽으면 원금 대비 수익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연금을 어떤 프레임으로 보는 게 맞을까요? 경제학자는 연금을 ‘위험 감소 전략’으로 봅니다. 공적연금은 장수리스크와 구매력리스크를 없애주기 때문이죠. 이는 투자수익 극대화가 아닌 확정적인 지출을 중히 여기는 소비프레임입니다. 반면에 사람들은 연금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전략’으로 봅니다. 연금을 선택하면 빨리 죽게 될 경우 원금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죠. 전자가 <연금=지출 극대화·위험 극소화> 프레임인데 반해 후자는 <연금=수익 극대화>라는 투자프레임입니다. 연금은 구매력리스크와 장수리스크를 줄여 생전에 지출을 극대화하는 상품인데도 불구하고, 부지불식간에 자신의 수명을 두고 행해지는 갬블(gamble)로 오인되고 있습니다. 연금을 보는 프레임을 소비프레임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이제 실전으로 다시 돌아가보겠습니다. 소비프레임을 선택했다 할지라도 국민연금을 연기해서 더 받는 연금이 너무 적으면 수령 연기를 택하면 안되겠죠. 국민연금 수령을 연기하면 어떻게 되는지 계산을 해보겠습니다. 60세부터 국민연금 월 14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수급 시기를 65세로 5년 늦추었다고 해보죠. 매년 물가가 2%씩 상승한다고 하면 수령 연기로 매년 7.2% 증가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5년 뒤에는 월 210만원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사망할 때까지 210만원에서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월 연금이 증가합니다. 물론 이 사람은 60~64세까지 받을 연금 8742만원은 못 받게 됩니다.

하지만 65세부터는 더 많이 받게 되므로 손익분기점이 되는 나이를 계산해보면 80세가 됩니다. 80세 이상부터는 5년을 연기한 사람이 이득을 봅니다. 이후 10년을 더 살았다면 1억원을, 20년을 더 살게 되면 2억 3000만원을 더 받게 됩니다. 85세 정도의 기대수명을 감안하면 연금을 연기하는 대가로 추가로 받는 연금이 적지 않습니다.

연금 감액제도를 감안하면 연금 연기수령의 이점은 더 커집니다.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있으면 국민연금을 감액하는데, 소득에 따라 최대 절반까지 줄어들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사람의 월 평균소득이 국민연금 전체가입자의 최근 3년 소득 평균을 넘으면 초과한 금액에 따라 감액을 합니다. 2018년 현재는 기준 금액이 227만원입니다. 그래서, 월 300만원을 번다면 3만6500원(=73만원x5%)을 감액하고 400만원을 번다면 12만3000원(=5만원+73만원x10%)을 감액합니다. 감액기간이 5년이니, 국민연금 수령 시기에 소득이 많은 사람은 연금 수령을 연기하면 그만큼 이득이 되겠죠.

국민연금은 ‘소비프레임’으로 보아, 수령시기를 연기하여 나이 들어 더 많은 돈을 받는 길이 현명합니다. 혹 오래 살아서 이러저러한 일로 자산이 소진되었을 때 더 많은 연금이 노후를 받쳐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금자산이 있다면, 지금 국민연금을 받고 미래에 현금자산을 지출하는 것보다 지금 지출에 충당하고 국민연금 수령 시기를 늦추어 이후 죽을 때까지 더 많은 연금을 받는 게 합리적인 전략입니다. 미래와 관련된 생애설계를 할 때는 근시안적인 편견에 기반한 프레임을 극복하는 게 중요합니다. 연금은 수명을 두고 수익성을 계산하는 갬블이 아닙니다.

※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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