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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쿨파] 당사국은 아니라는데…'외교 결례' 논란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2019-03-25 15:40 송고 | 2019-03-26 17:13 최종수정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오후 푸트라자야 총리 궁에서 마하티르 모하메드 말레이시아 총리와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3.14/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말레이시아를 방문했을 때 인사말을 잘못해 외교적 결례를 범한 것은 물론 국가 망신을 초래했다고 국내 보수 언론이 공격하고 있다.

그런데 막상 당사국에서는 “별 문제가 아니며, 문 대통령의 말에 우리는 행복했고 오히려 재밌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국내 보수언론은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말레이시아 방문에서 말레이시아어가 아니라 인도네시아어로 인사를 건넨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며 외교적 결례이며 나라 망신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정상회담을 끝낸 뒤 마하티르 모하메드 말레이시아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슬라맛 소르(selamat sore, 오후 인사)”라고 말레이시아 국민에게 인사했다.

그런데 슬라맛 소르는 인도네시아어이며 말레이시아어로는 ‘슬라맛 프탕(Selamat petang)’이 맞다고 보수언론은 지적했다.

그러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0일 “외교부로서는 참 아픈 실수”라며 사과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대정부 질의에 출석, "집중력이 떨어지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직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특히 C일보는 21일자 사설에서 “대통령이 해외 공개 석상에서 한 실수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 ‘안녕하세요’ 대신 ‘곤니치와’라고 한 셈 아닌가. 외교 결례이자 국가 망신”이라고 비판했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22일 이와 관련, "상대국가가 어떤 불만도 없는데 외교 결례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상대국에 대한 '결례'"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상대국은 아무 불만이 없는데 자국 대통령이 실수를 했다고 이렇게 얼척없는(어처구니없다는 뜻) 주장을 하는 경우는 참 흔치 않은 것 같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필자는 이 같은 공방전을 보며 외신을 유심히 살폈다. 과연 외신은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외신이 이번 사태를 가장 객관적으로 판단해 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구 주요 언론은 이에 대해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 사소한 해프닝 정도로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신경 줄을 놓으려는 순간, 외신의 반응이 처음으로 나왔다.

AFP통신은 22일(현지시간) 정작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큰 문제가 아니다(It is a non-issue)"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논란이 된 '슬라맛 소르'에 대해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에서도 쓸 수 있는 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아울러 "문 대통령의 말에 우린 행복했고 또 재밌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한국 외교부가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낙연 총리의 지적대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외교부는 통렬하게 반성해야 할 터이다.

그러나 상대국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데도 외교적 망신 운운하며 자국 대통령을 깎아내리는 보수언론의 태도 또한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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