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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초점]② '생일'과 '악질경찰'…세월호 유가족 반응은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2019-03-22 09:15 송고
영화 악질경찰 스틸 © 뉴스1
영화 악질경찰 스틸 © 뉴스1
금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두고 두 편의 영화가 관객들을 찾는다. '악질경찰'(감독 이정범)이 이달 20일 개봉했고 '생일'(감독 이종언)이 오는 4월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악질경찰'은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감고 범죄는 사주하는 악질경찰 조필호가 거대기업의 불법 비자금 사건과 엮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범죄영화이고, '생일'은 2014년 4월16일 세상을 떠난 수호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내용을 그린 영화다. 두 편은 서로 다른 장르로 세월호 유가족, 그리고 트라우마를 품고 있는 국민에게도 그날의 아픔을 위로한다. 

세월호 참사를 다루는 영화 두 편의 개봉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객들의 관심도 극장가로 집중되는 분위기다. 두 편의 영화 개봉을 앞두고 한때 영화계는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상업영화로는 처음으로 세월호 참사를 다루는 데다, 홍보 등에서도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에 '악질경찰'과 '생일' 양측은 언론시사회 진행 전 세월호 유가족들과 완성본 시사회를 가졌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영화가 아픔을 위로하는 방식과 영화의 취지, 그리고 감독들의 진정성에 공감했다. 

◇ "'악질경찰' 통쾌함을 통해 새로운 종류의 격려와 지지를 받았다"

세월호 유가족인 '예은 아버지' 유경근씨는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악질경찰'에 대해 남긴 글을 통해 영화가 함께 분노하는 것으로 위로하는 방식에 공감한다고 밝혔고, 더 나아가 영화에 대한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으면서도 세월호 참사가 모티브이자 숨은 주제인 영화 '악질경찰'"이라며 "'악질경찰'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공감'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감독, 스태프와 제작자 그리고 배우들까지 모두 어른으로서, 이웃으로서 미안함과 부채감을 진심으로 드러내고 용서를 구하는 것으로 그 '공감'을 표현하려 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악질경찰'은 최고의 공감은 '함께 분노하는 것'임을 직설적으로 보여줍니다. 세월호 참사가 박근혜 탄핵의 시발점이었음을 상기시키고, 남은 적폐청산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여전히 '분노'해야 함을 이야기합니다. 때로는 조필호(이선균 분)의 '악질스러움'이 필요할 수도 있으며,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얘기하는 것도 같습니다"라며 "분명한 것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으로서, 통쾌함을 통해 새로운 종류의 격려와 지지를 받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악질경찰'이 고맙습니다"라고 적으며 글을 마무리지었다.

'악질경찰'을 본 다른 유가족들도 영화가 전하는 다른 방식의 위로에 공감했다고 했다. 이 감독도 언론시사회 당시 일부 유가족의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유가족들 시사가 가장 떨리고 두려워서 잠도 못 잘 정도였다"며 "(시사 후에) 한 아버님이 다음날 문자를 주셨다. 아버님께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잊고 싶은 기억들을 다시 떠올리신 건 아닌지 죄송하고 송구스럽다. '청불'에 장르물, 상업 영화라서 보시기 불편했을 것'이라고 했더니 본인들이 겪은 일은 그것보다 훨씬 폭력적이고 야만적이었다고 하더라. 혹여 그런 부분에 대해 (좋지 않게) 얘기하는 사람이 있으면 자기 이름을 팔아도 된다고 했다. 그렇게 문자 주셔서 저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감독은 "아버님 한 분의 의견이 전체 의견이 될 수 없지만 감싸는 문자를 주셨을 때 곡해되지만은 않았구나 생각했다"고 전해 영화를 본 세월호 유가족들이 감독의 진심에 공감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또 이 감독은 "어느 유가족 분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세월호 참사가 잊히는 게 두렵다고 하더라"며 "우리 영화의 방식이 어떻게 다가갈지 모르지만 이렇게라도 말씀을 드리는 것이 침묵하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든 공론화되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면서 "394명의 스태프와 71명의 배우, 총 465명이 2년 동안 치열하게 찍은 영화인데 우리의 진심이 잘 다가가길 바란다"고 털어놨다. 

영화 생일 스틸 © 뉴스1
영화 생일 스틸 © 뉴스1

◇ "'생일' 통해 더 격려해줬으면" "누구나 공감할 스토리"

'예은 아버지' 유경근씨는 개봉을 앞둔 '생일'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도 잊지 않고 당부했다.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화 '생일'. 많이 봐주시면 좋겠습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힘드시겠지만 피하지 말고 직면해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당부하며 "'유가족이, 피해자들이 불쌍하구나'를 넘어 세월호 참사가 왜 304개의 사건인지 느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리고 "피해자들을 격려해주시면 더 좋겠습니다. 끝까지 함께 할테니 떳떳하게 나서서 진실을 밝히고 세상을 바꾸라고"라고 남겼다. 

'생일'은 유가족들과 두 번의 시사회를 거쳤다. 416 가족 협의회와 지난해 11월 안산에서 편집본 시사회를 했고 지난 6일 안산에서 완성본 시사회를 한 번 더 진행했다. 유가족들은 "자식을 떠나 보낸 부모의 마음을 잘 표현했다" "누구나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는 시점에 설경구, 전도연 배우가 출연해줘서 고맙다"고 감독과 제작진 그리고 주연배우에게 격려와 고마운 마음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생일'은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는 데 국한된 작품이 아닌, 가족이 있는 관객들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설경구 전도연의 딸을 연기한 김보민은 제작보고회 당시 "이 영화는 가족이 있는 모든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종언 감독은 제작보고회에서 "우리가 더 많이 주목하고 더 많이 보고 공감하는 것이 이 분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적절한 시기가 따로 있을까, 공감이나 위로는 언제든 좋지 않을까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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