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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없는 A팀, '옛날 선수' 몫까지 해줘야할 손흥민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9-03-20 11:29 송고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손흥민과 이강인이 19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A매치 평가전 훈련 시작에 앞서 장난을 치고 있다. © News1 성동훈 기자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손흥민과 이강인이 19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A매치 평가전 훈련 시작에 앞서 장난을 치고 있다. © News1 성동훈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난해 여름 이후 축구대표팀의 주장 완장은 손흥민의 팔에 주로 감기고 있다. 이전까지는 '기 주장' '캡틴 기'라 불리던 기성용의 전유물이었으나 주인이 바뀌었다.
러시아 월드컵 이후 은퇴를 고려했을 정도로 부담감을 느끼던 기성용의 짐을 다소 줄여주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기둥이 배턴을 이어받게끔 한 조치로 해석할 수 있었다. 벤투 감독의 의지이기도 하고 기성용의 바람이기도 했다. 후임자는 별 다른 이견 없이 손흥민이었다.

결과는 자연스러웠다. 손흥민은 플레이어로서도 에이스다웠고 또 주장으로서도 준수한 리더십을 선보였다. 하지만 한동안은 보이지 않는 도움이 남아 있던 상황이었다. 완장은 없으나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는 여전히 기성용이라는 것이 대표팀 관계자들의 전언이었다. 손흥민 스스로도 "주장 완장은 내가 차고 있으나 나에게 주장은 여전히 성용이형"이라는 말로 여전히 믿고 의지한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기성용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면서 또 구자철이 함께 팀을 떠나면서 이제 손흥민의 홀로서기가 시작됐다. 자신도 '진짜 리더'가 되어야한다는 인식을 갖고 더 강한 책임감과 실질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모양새다.

오는 22일 볼리비아(울산 문수구장), 26일 콜롬비아(서울월드컵경기장)와 두 차례 평가전을 갖는 축구대표팀이 지난 19일 파주NFC에 소집됐다. 여러모로 새 출발의 이미를 지닌 일정이다.
실패로 끝난 아시안컵 이후 첫 소집이고 2022 카타르 월드컵을 향한 여정의 시작이다. 기성용과 구자철이 물러났기에 골격을 새로 세워야하는 때이기도 하다. 그래서 벤투 감독은 여느 때보다 많은 27명의 선수들을 불렀다. 주장은, 공개적으로 발표가 되진 않았으나 손흥민이 맡게 될 것이 유력하다. 그리고 리더 손흥민은 소집 첫날부터 책임감을 강조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손흥민과 이강인이 지난 19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A매치 평가전 훈련 중 대화를 하고 있다. 2019.3.19/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손흥민과 이강인이 지난 19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A매치 평가전 훈련 중 대화를 하고 있다. 2019.3.19/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손흥민은 먼저 "대표팀에 올 때마다 책임감을 말하지만 이번에는 더 강한 것 같다. 어린 선수들이 많이 들어왔기에 보다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다"면서 "베테랑들이 컨트롤을 잘 해줘야 한다. 소속팀에서도 대표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는 말로 남다른 사명감을 전했다. 

최근에는 자신이 골을 넣는 것보다 다른 동료들이 골을 넣는 게 더 기쁘다는 표현까지 쓰면서 대표팀에 대한 애정을 피력한 손흥민은 "(아시안컵에서)원치 않은 결과를 가져와 많은 분들이 실망하셨을 것이다. 카타르 월드컵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선수들이 함께 자신감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며 리더다운 말을 덧붙였다. 초짜들을 챙기는 것도 그의 몫이다.

손흥민은 훈련에 앞서 처음으로 A팀으로 올라온 백승호에게 먼저 다가가 가벼운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뒷짐을 지며 다소 어색하게 서 있던 이강인에게는 아무 말 없이 장난을 치고 뒤돌아섰다. 

한 축구 관계자는 "기성용은 대표팀의 특별한 가치를 알고 있는 마지막 세대의 느낌이 있다. 예전 선수들은 무거운 책임감으로 대표팀에 들어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표팀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기성용은 다르다. 긍정적인 의미에서 기성용은 '옛날 선수'인데, 그만큼 일찍 대표팀에 들어와서 선배들과 경험했던 것들이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해석했다.

손흥민은 2010년 12월30일 시리아와의 평가전을 통해 A매치에 데뷔했다. 그의 나이 18세 175일(1992년 7월8일생) 때였으니 지금의 이강인과 큰 차이 없는 풋풋할 때부터 파주NFC의 밥을 먹었다. 그리고 어언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이제 기성용이 보여준 '옛날 선수'의 아우라가 손흥민에게서 뿜어져야할 때가 됐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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