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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강·온 강·온' 말 대결…첫 접촉 장기화되나

나란히 '압박과 대화' 동시 메시지 주고 받기…'핑퐁 게임'
실제 물밑 접촉은 없는 듯…대화 재개 시점에 주목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2019-03-19 11:38 송고 | 2019-03-19 21:17 최종수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로이터=뉴스1

북한과 미국이 각각 '압박과 대화' 메시지를 동시에 표출하면서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비핵화 협상을 계기로 북미 간 새로운 대화 방정식이 생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말 하노이 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북미는 직접 대화보다는 언론을 통해 메시지를 교환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정상회담 직후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기자회견으로 협상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북한은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앞세워 미국의 입장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하노이를 떠난 북미는 신경전을 계속 이어갔다. 미국에서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과 폼페이오 장관,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 등 북미 협상에 관여하는 고위급 인사들이 연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북 메시지를 표출했다.

'스피커'는 달라도 내용은 같았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대북 제재 완화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다는 취지다.
또 북한이 정상회담에서 제기한 영변 핵시설의 폐기, 단계적 협상 방식보다 한발 더 나아간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었다.

동시에 "북한과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도 나왔다. 주로 강경파, 온건파를 나눠 대외 표출 메시지에 온도차를 뒀던 방식과는 달리 모든 스피커들이 같은 메시지를 동시에 냈다.

'빅딜'로 좁혀지는 듯한 미국의 입장에 대한 구체적 행동 계획도 엿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미묘한 입장 변화를 주장하기도 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현지시간으로 18일 미국 캔자스주에서 진행된 언론 인터뷰에서도 '북한의 검증된 비핵화' 조치가 필요하다면서도 협상 과정에서 시기(timing)와 순서 배열(sequencing)의 문제가 있다며 여전히 단계적 협상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를 두고 미국이 정상 간 큰 틀에서의 합의 후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의 사실상의 단계적 조치를 진행하는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빅딜과 단계적 행동의 조합이라는 분석이다.

북한도 내용은 다르지만 미국과 비슷한 취지의 입장을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부터 밝혀 왔다. 지난 정상회담에서의 양측의 이견에 대해서는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되, 대화는 가능하다는 입장도 유지하는 방식이다.

북한 매체들은 정상회담 결렬 후 약 2주 만인 지난 12일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확고하다"라는 메시지를 냈다.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가 아닌 선전 매체라는 한 단계 낮은 형식을 취하되, 외무성 부원을 게시자로 내세워 격을 보완했다.

그러면서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가 가능한 동창리 미사일 시설에서의 움직임을 재개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몇 마디 말보다 더 강력한 강경 메시지를 표출한 셈이다.

국제사회는 즉각 반응했다. 북한의 핵실험 재개 가능성까지 언급될 정도로 북한의 무력시위 동향이 이슈로 떠올랐다.

북한의 가장 최근의 입장은 지난 15일 최선희 부상이 평양에서 주재국 상대 브리핑을 겸한 사실상의 기자회견을 통해 나온 것으로, 역시 강온 메시지가 모두 담긴 것이다.

최 부상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로운 결심' 예정하고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냈다. 비핵화 협상의 중단을 포함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도 "두 정상의 개인적 관계는 여전히 좋고 두 사람의 궁합은 불가사의하게 훌륭하다(chemistry is mysteriously wonderful)"라며 대화 지속 가능성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북미 간 메시지 표출을 통한 강온 핑퐁 게임의 공은 북한에 넘어간 상태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새 결심이 서야 대화 국면의 진전과 악화, 어느 쪽으로든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양측이 이같이 말로 신경전을 펼치는 것은 실질적으로 유의미한 대화, 접촉은 전개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북미 간 물리적 접촉 채널은 잠시 닫힌 듯하다.

이는 정상회담의 결렬 여파에 따른 양측의 대화 방식과 채널 재편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정상회담 결렬 직후 귀국길 비행기에서 "우리 각자는 조금 재편(regroup)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노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 측 대미 창구로 급부상한 김혁철 대미특별대표의 최근 동향이 파악되지 않고, 협상 수석대표인 김영철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대신 외무성 라인이 전면에 나서고 있는 북한 측 상황을 보면 실제 '재편'은 진행 중일 수도 있다.

현재로선 북미 간 실질적 대화 재개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양측 모두 '부지런히' 메시지를 표출하고 있는 만큼 실제 협상 과정보다는 느려도 상황은 꾸준히 진척될 것이라는 관측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seojib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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