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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체스 챔피언' 등극한 8세 노숙자 난민 소년

NYT "1년 전 학교 동호회서 체스 처음 배워"
타니 가족, 나이지리아 보코하람 테러 피해 美망명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2019-03-18 14:27 송고 | 2020-04-06 13:33 최종수정
뉴욕 맨해튼 노숙자 쉼터에 사는 8살 나이지리아 난민 소년이 사립학교 학생들을 제치고 뉴욕 체스대회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8월 망명 심사를 앞둔 이 소년은 "미국인이 된 것 같다"는 수상 소감을 전했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타니톨루와 아데부미(8)는 지난 주말 무패의 성적으로 유치원생 3학년 부문을 석권했다.

타니가 체스를 처음 배운 건 불과 1년 전이다. 타니는 지난해 뉴욕 P.S. 116 학교 체스 동호회에서 체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는 타니 가족의 재정 상태를 고려해 회비를 면제해줬다.

타니는 1년 전 가장 낮은 등급인 105점으로 출발했지만 실력이 빠르게 향상해 현재 기록은 1587점에 이른다. 세계 체스 챔피언 망누스 칼센의 기록은 2845점이다.

5월 전국 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매일 저녁 노숙자 쉼터 바닥에 누워 몇시간씩 체스를 연습한다는 타니의 꿈은 최연소 그랜드마스터다. 노숙자 쉼터 침대 옆에는 벌써 트로피 7개가 놓여 있다.

물론 타니가 언제나 밝은 건 아니다. 같은 반 친구들이 노숙자라고 놀려 울면서 쉼터로 돌아올 때도 있고, 지난 가을 이민 심사에서 "가족이 추방된다"고 판결문을 오해해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제인 수 P.S. 116 교장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타니의 승리는 인생의 도전적인 요소들이 개인을 규정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고무적인 사례"라며 "타니의 가족에겐 집이 없지만 타니는 헌신적인 부모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했다.

타니의 가족은 기독교인을 노린 보코하람 테러 이후 2017년 나이지리아에서 탈출해 지난해 뉴욕에 도착했다.

NYT는 "미국이 부유한 아이들에게 훨씬 유리한, 기울어진 경기장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노숙자 소년이 개인 체스 교습을 받는 엘리트 학교 아이들을 앞질렀다는 점에서 희망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타니의 사례는 난민들이 이 나라를 풍요롭게 하고, 기회는 공평하지 않지만 재능은 누구에게나 보편적임을 일깨워준다"고 했다.


angela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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