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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원 낭비·선수생명 위기…한화-이용규 대립의 '최악 시나리오'

개막 앞두고 트레이드 요청해 파문

(서울=뉴스1) 정명의 기자 | 2019-03-18 09:13 송고
한화 이글스 이용규. /뉴스1 DB © News1 오장환 기자
한화 이글스 이용규. /뉴스1 DB © News1 오장환 기자

구단은 10억원을 낭비하고 선수는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한다. 한화 이글스가 겪고 있는 '이용규 사태'의 최악 시나리오다.
한화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커다란 악재를 맞았다. 베테랑 외야수 이용규가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한 것.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한화는 이용규에게 육성군행을 통보했다.

프로 스포츠에서 베테랑 선수들의 트레이드 요청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나 개막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그것도 FA 계약을 맺은 직후 트레이드를 요청한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이용규는 지난 1월 말, 한화와 2+1년 최대 26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있었지만 스프링캠프 출국 하루 전 극적으로 계약서에 사인했다.

계약 후 이용규는 구단을 통해 "프로 선수로서 내 가치를 증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 캠프에 임하겠다"며 "다시 팀에 합류한만큼 가을야구를 위해 한 발 더 뛰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구단의 보도자료이기 때문에 진심을 100% 확신할 수 없는 말이기는 하지만, 공식적으로 이용규는 최선을 다해 시즌을 준비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더욱이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구단이 제공하는 환경 속에서 시즌을 준비해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용규의 트레이드 요청은 이해하기 어려운 돌출 행동이다. 한화의 육성군행 통보가 적절한 대응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이용규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본인이 속시원히 밝히지를 않고 있다.

표면적인 트레이드 요청 이유는 팀 내 좁아진 입지다. 한용덕 감독은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이용규의 역할을 9번타자 좌익수로 점찍었다. 1번 또는 2번 타순에 중견수로 주로 기용돼 온 이용규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역할임에 분명하다. 9번 타순에 들어가면 FA 계약의 옵션을 충족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팀을 위한 결정에는 개인의 손해를 일부 감수하더라도 따라야 하는 것이 베테랑에게 기대되는 행동이다. 팀 동료 정근우도 국가대표를 지냈던 포지션인 2루를 후배에 내주고 1루수, 중견수로 옮겨다니고 있다. 만약 이용규가 달라진 역할에 대한 불만으로 트레이드를 요청했다면 우호적인 여론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다.

이용규가 구단과 대립각을 세운 것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화는 지난해부터 급진적인 리빌딩을 추진하면서 베테랑들과 몇 차례 잡음을 일으켰다. 이용규의 트레이드 요청 배경에도 구단 또는 코칭스태프의 실책이 존재할 수 있다.

이대로 개막을 맞이한다면 한화와 이용규에게 모두 좋을 것이 없다. 현 시점에서 한화는 이용규를 트레이드할 생각이 없다. 트레이드를 하려고 해도 이용규를 원하는 구단을 찾기 어렵다. 이용규 역시 한화를 떠나고자 하는 의지가 확고해 보인다.

한화로서는 이용규를 전력 외로 분류한 채 육성군에만 머무르게 한다면 FA 계약으로 인한 10억원을 낭비하는 셈이 된다. 계약 총액은 26억원이지만 보장 금액은 계약금 2억원과 2년 간 연봉 4억원 씩 총 10억원이다. 이용규를 전력에 활용할 수 없다면 이 10억원을 고스란히 날리게 된다.

이용규도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채 선수 생명에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보장된 계약기간 2년이 지나도 이용규의 보류권은 여전히 한화가 갖는다. 한화가 트레이드 또는 방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이용규의 타구단 이적은 불가능하다.

한화와 이용규가 대타협을 이루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한화 구단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이용규와 단숨에 인연을 정리하지는 않고 있다. 한화에 이용규가 필요한 선수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용규의 입장 변화가 있다면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doctor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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