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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축구로 무릎 부상…39년 만에 보훈보상대상자 '인정'

보훈처 거부처분 취소…국가유공자는 해당 안돼
법원 "직무수행·교육훈련과 상당 인과관계 입증"

(서울=뉴스1) 이유지 기자 | 2019-03-17 08:00 송고 | 2019-03-17 15:04 최종수정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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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체력단련의 명목으로 축구를 하다 무릎이 어긋나는 부상을 입었지만 당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수차례의 행군과 훈련을 거치며 관절염을 얻은 60대 남성이 사고 39년 만에 보훈보상대상자로 등록돼야 한다고 인정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행정2단독 이정권 판사는 장모씨(60)가 지난 2016년 국가보훈처 산하 경기남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 등록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올해 초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장씨는 지난 1980년 1월 체력등급 1등급으로 육군에 입대, 1982년 10월 병장으로 만기전역했다. 입대 후 3개월 무렵 장씨는 야외훈련 중 체력단련 명목으로 타 분대와 축구경기를 하다 상대편 선수와 부딪혀 우측 무릎이 어긋나는 부상을 입었다.

당시 의무병과 군의관이 없어 고참들에게 응급조치로 냉수 마사지만을 받은 후 우측 무릎 관절의 탈골 현상이 반복되자 외진을 신청하려 했지만, 장씨는 선임에게 심한 기합과 구타를 당해 더 이상 시도하지 못하고 이후 전술·동계·팀스피리트 등 각종 훈련 등을 받았다고 밝혔다.

1981년 5월 유격훈련을 받던 중에는 무릎이 수회 어긋나고 붓는 등 통증이 심해 국군병원으로 후송, 피가 섞인 고름을 20㏄ 가량 빼내기도 했다. 그로부터 5개월 뒤 연대RCT훈련을 앞두고 장씨는 우 슬내장 진단서를 발급받았지만 "민간병원에서 치료받으라"는 말만 듣고 전역할 수밖에 없었다.
장씨는 이후 1984년 병원을 찾았지만 "수술 후 완치까지 6개월 이상 걸린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회사 일 때문에 수술을 받지 못하고 지내다, 결국 2015년 우측 무릎 연골이 0.7㎜ 닳아 없어지고 대퇴골이 변형됐다는 퇴행성 관절염 진단을 받게 됐다.

이에 같은해 5월 국가보훈처에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 등록 신청을 했지만 12월 두 건 모두 거부처분을 받았다. 이후 불복하며 청구한 행정심판도 이듬해 7월 기각되자 장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이하 공단) 수원지부에 소송구조를 요청, 등록거부처분 취소 소송에 나서게 됐다.

2015.9.16/뉴스1 © News1 변지은 인턴기자
2015.9.16/뉴스1 © News1 변지은 인턴기자

장씨를 대리한 공단 측은 육군본부·병무청 및 광주시청·광주북구청·광주서구청에 사실조회를 의뢰, 찾아낸 당시 군 간부에 대한 증인신문을 통해 △소대장 지휘 아래 체육활동 중 부상을 입은 사실 △당시 충분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 △완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훈련에 동원된 사실 등을 입증했다.

또한 추가 사실조회로 입대 당시 진료 기록을 감정해 장씨가 군 입대 전 신체등급이 1등급으로 어떤 질병이나 통증도 없는 상태였으며, 당시 부상 후 비전문가에 의한 잘못된 응급처치로 슬개골 연골연화증이 발병됐다는 고려대학교 안산병원장 등의 의학적 소견까지 확보했다.

이 판사는 "보훈보상대상자가 되기 위한 직무수행·교육훈련과 부상·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반 사정을 고려해 당해 군인 등의 건강·신체조건을 기준으로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증명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상이는 축구경기 중 우측 무릎을 다쳤음에도 고참들이 의학적 지식과 기술 없이 어긋난 무릎을 맞춰놓은 상태에서 1년에 5회, 매회 5~10일씩 20~30㎏의 군장을 메고 60~100㎞ 이상을 행군하는 훈련에 의해 우 슬내장이 발병해 결국 우 슬개골 연골연화증이 발병한 것"이라 봤다.

그는 "정상근무가 가능한 기초·기존질병에 훈련·직무 과중이 원인이 돼 자연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된 때도 증명에 포함된다"며 "장씨의 입대 전 신체 상황, 부상 사실과 치료 경위, 의학적 소견 및 변론 전체 취지에 비춰 이 사건 상이는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훈보상대상자 등록거부처분을 위법이라 판결했다.

다만 국가유공자 등록거부처분은 적법하다는 판단이 나와 항소심 진행 중에 있다. 1심에서 이 판사는 현행법상 국가유공자는 상이의 원인이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축구 경기로 인한 무릎 부상은 이같은 관련이 있다 볼 수 없다고 주장을 기각했다.

장씨를 대리한 공단 수원지부 김상윤 공익법무관은 "병역의무 이행 중 상이를 입어 하지 부위의 영구적인 장애로 제대 후부터 지금까지 30년 이상 정상적인 활동에 지장이 있었음에도 국가로부터 응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 것"이라며 "이번 판결로 보훈보상대상자 등록이 가능해져 연금 등 부수적인 예우를 받게될 텐데 의미있는 위로와 보상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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