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경제 > 금융ㆍ증권

표준감사시간에 뾰족한 수 없는 기업들, 법적조치도 '난망'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2019-03-15 06:05 송고
(한국공인회계사회 제공)© 뉴스1

한 달 전 회계 표준감사시간 제도 발표에 대해 법적조치 등을 언급하며 강하게 반발했던 기업들이 뾰족한 수를 못찾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기업 달래기에 기업들이 기존의 강경한 입장에서 물러선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는 지난달 14일 감사품질을 높이기 위해 감사인인 회계법인이 기업 규모별로 투입할 적정한 감사시간을 정한 표준감사시간 제도를 발표했다. 이로 인해 감사 시간과 보수가 늘어 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지속돼왔다.

이런 부작용을 인식한 한공회는 제도 발표 때 올해 감사시간 상승률이 직전 연도의 30~50%를 넘지 않도록 '상승률 상한제'를 담았다. 또 올해는 대기업만 적용하고 나머지 기업들은 단계적으로 적용하거나 유예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구체적인 설명 없이 이 제도만을 이유로 과다한 보수를 요구하는 회계법인을 제재하겠다는 방안도 마련했다. 감사인 지정사유인 '감사시간이 표준감사시간보다 현저히 적은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개별 기업의 구체적 상황을 고려해 판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상장회사들을 대변하는 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코넥스협회는 같은 날 공동 입장문을 통해 이 제도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제도의 절차적·내용상 하자에 대해 법적조치 등 모든 대응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도를 강제하는 것은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선(先) 상승률 상한제 강화 및 후(後) 제도 재논의, 외부연구용역을 통한 표준감사시간 산출방식 재도출 등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금융당국과는 별도로 신고센터를 운영하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지만 이들 단체는 별다른 대응방안을 못찾고 있는 모습이다. 한 관계자는 법적 조치에 대해 "아직 검토 중인 단계이고 경과가 없는 상황"이라며 "(법적 조치를 하기에는) 법리적으로 애매한 게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저희에게 유일한 무기는 금융당국이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부분"이라며 "회계법인에서 너무 무리한 것을 할까봐, 안전장치를 만들어준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의 추가 반발이 없는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기업 달래기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업의 외부감사 부담 완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각종 방안을 제시했다.

상장사가 외부감사 결과 적정 감사의견을 받지 못하면 상장폐지 대상이 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one strike-out) 방식의 상장관리 제도가 개선되고, 경영진의 회계부정 확인을 위한 디지털포렌식 조사의 남용을 막는 가이드라인 등이 마련된다.

한편 표준감사시간 제도의 늦은 발표로 인한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12월 말 결산법인의 경우 올해에 한해 감사인 선임 마감 시한이 기존 2월14일에서 이달 15일까지 연기됐다. 기업들은 새 제도에 따라 속속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pej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