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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에서도 직장에서도 광주는 온통 '전두환 성토'

(광주=뉴스1) 박영래 기자, 지정운 기자, 허단비 기자 | 2019-03-12 09:46 송고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을 마치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전씨는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9.3.11/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을 마치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전씨는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9.3.11/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11일 오후 9시 무렵 광주의 최대 상업지구인 상무지구의 한 주점.

30대에서 40대에 이르는 직장인들이 다섯 개 테이블을 꽉 채운 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얘기의 주제는 당연히 이날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전두환'이었다.
금융권에서 근무한다는 유모씨(43)는 "언론을 통해서 재판 관련 기사를 봤는데 화도 나고 답답한 마음에 친구들과 술 한잔 하고 있다"며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전두환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고 성토했다.  

함께 술자리를 하고 있던 유씨의 친구 오모씨(43)도 "가족을 잃고 피멍이 든 광주시민들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사과 한마디 없는 것 자체가 큰 문제"라며 울분을 토했다.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자영업자 양모씨(53)도 "(전씨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자유한국당에서 5·18을 부정하는 망언들이 나오는 것 아니겠나"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 주점의 여주인은 "전두환 하나 때문에 광주 전체가 아프다"며 "오늘 온 손님들 모두 하나같이 전두환 얘기 뿐이다. 전두환 때문에 몇십년동안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오늘까지 분통하고 화나고 아프다"고 전했다.
퇴근 뒤 함께 모인 가족들 역시 이날 진행된 전두환 재판과 사과 한마디 없이 광주를 떠난 전씨의 모습에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에 다닌다는 주부 이모씨(49·광주 서구 풍암동)는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가 그리도 어려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음 달 재판에 출석할 때는 진심어린 사과 한마디 기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12일 오전 출근한 직장인들 역시 동료들과 삼삼오오 모여 전날 진행된 전씨 재판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었다.   

직원 3명과 함께 광주에서 렌터카업체를 운영하는 손모씨(46)는 "억울한 진실도 밝혀져야 되고 용서도 구해야 맞지만 이 재판으로 인해 지역갈등으로 확산되는 건 아닌지 걱정도 크다"고 우려했다.

회사원 김모씨(50)는 "전두환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광주시민들에게 1980년 5·18학살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전씨 부부에 대해 분노를 넘어 측은지심을 보이는 시민들도 있었다.

보험사에 근무하는 직장인 강모씨(43·광주 서구 치평동)는 "광주시민들에게 마지막 사죄의 기회를 줬는데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전씨 부부의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는 측은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는 의견을 내놨다.


yr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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