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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사법부 발전 위해 헌신한 선의" 무죄 주장

첫 공판서 "정부와 협조 않고 유아독존 불가능"
"檢 공소장 문제…미세먼지 의해 형성된 신기루"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2019-03-11 12:52 송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1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3.1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1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3.1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이뤄진 사법행정권 남용에 관여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사법연수원 16기)이 법정에서 사법행정과 관련한 정부 부처간 협력의 필요성과 검찰의 위법한 피의사실 공표를 주장하며 무죄를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 심리로 11일 열린 1회 공판기일에 하늘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처음으로 출석한 임 전 차장은 발언권을 얻어 이 같이 밝혔다.
우선 그는 "법원을 떠난 후 2년 동안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하다가 적폐라는 감옥에 갇히고 결국 법정에 서게 돼 비통한 마음"이라며 "만약 엄중한 책임이 불가피하다면 당연히 감수할 것"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사법부가 재판거래를 일삼는 터무니 없는 사법적폐로 치부돼선 안 되고, 행정처에서 일했던 모든 법관을 인적청산 대상으로 봐선 안 된다"면서 "저들에게도 뭔가 사법부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선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관의 재판 독립은 양보할 수 없는 가치지만, 법원이 정부 유관 기관과 협조하지 않은 채 유아독존(唯我獨尊)할 수는 없다"며 "국가기관 상호간에 이해를 구하는 역할을 법원행정처가 담당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법부가 재판거래를 통해 정치권력과 유착했다는 건 사실이 아닌 가공의 프레임이라고 자신있게 말하겠다"면서 "행정처는 다양한 행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각 기관의 관심을 모니터링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재판독립의 가치가 훼손되선 안 되기에 늘 삼가하고 조심했다"며 "부득이하게 의견을 개진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게 일선 법관의 소신과 양심을 꺾고 행정처의 의견을 관철하려는 것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2019.3.1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2019.3.1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검찰이 공소장을 통해 그린 그림이 너무 자의적"이라며 "임의로 그린 범죄의 경계선의 폭이 너무 좁고 엄격하다"고 항변했다.

임 전 차장은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문건에 대해 검찰은 '삼권분립을 침해하는 권력남용'이라는 구조로 엮었다"며 "하지만 이는 사법부의 현안에 대해 당시 이슈가 된 내용을 정리하고 내부에 공유하면서 상존 가능한 여러 방안을 브레인스토밍하듯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작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적절한 방안을 찾는, 내부 논의를 위한 문서일 뿐"이라며 "검찰도 청와대도, 대한민국의 어느 조직이나 단체에서 능히 할 수 있는 내부검토다. 개인에 비유하자면 일기장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원행정처 하는 일 중에는 해도 되고, 해선 안 되는 일의 경계선이 뚜렷하지 않다"면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일부는 사법행정권 행사의 정당한 범위고 일부는 강제·일탈·남용이라 할 수도 있지만, 그게 형법상 직권남용으로 연결된다는 논리는 수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늙은 노인이 젊은 여인의 젖을 물고 있는 루벤스의 그림 '시몬과 페로(Simon and Pero)'를 언급하며 "처음 접한 사람은 포르노라고 할 수도 있지만, 실은 아버지에 대한 딸의 효성을 그린 성화"라며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그게 틀린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임 전 차장은 "앞으로 재판장께선 공소장에 켜켜이 쌓인, 검찰발 미세먼지에 의해 형성된 신기루 같은 형상에 매몰되지 말아달라"며 "명경지수같은 피고인과 변호인들의 주장을 차분히 듣고 공정히 심리해주길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밝혔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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