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어~하는 순간 와장창"…광안대교 사고 최초 신고자의 목격담

첫 피해 요트 선장 "요트 승객 내린 뒤 충돌…대형 참사날 뻔"
용호부두 회전반경 좁아 위험 상존 "지금이라도 대책 세워야"

(부산=뉴스1) 박세진 기자 | 2019-03-04 11:40 송고 | 2019-03-04 11:56 최종수정
·러시아 선박 씨그랜드호 충격으로 부상당해 병원에 입원 중인 다이아몬드 베이 요트 선장과 선원이 3일 뉴스1 취재진에게 사고 당시 상황을 전하고 있다. 2019.3.3/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러시아 선박 씨그랜드호 충격으로 부상당해 병원에 입원 중인 다이아몬드 베이 요트 선장과 선원이 3일 뉴스1 취재진에게 사고 당시 상황을 전하고 있다. 2019.3.3/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바로 옆에 있는 부산 용호부두를 드나드는 대형선박들이 요트 계류장 쪽을 지날 때마다 늘 불안했습니다. 이 날도 우리 요트 옆을 지나 광안대교 앞으로 돌아나가기 때문에 당연히 그럴 줄 알았죠. 그런데 산더미 같은 선박이 우리 쪽으로 오는거예요. '설마'하는 순간 우리 배들을 치고 들어왔습니다."

지난달 28일 발생한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5998톤)의 요트·광안대교 충격 사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한 윤종범 선장(61). 그는 씨그랜드호가 광안대교 충격 전에 들이받은 삼주다이아몬드베이 소속 요트 마이더스호의 선장이다.

그는 최초 피해자이자 해경에 처음으로 사고신고를 한 당사자다. 사고 당일 심하게 다쳐 현재 입원치료 중이다.  

사고 당시 요트에 타고 있던 40년 경력의 베테랑 선장 윤씨는 "아수라장이라는 표현도 모자랄 정도였다"며 치를 떨었다.

이날 윤 선장은 승객 8명을 태우고 운항을 나갔다가 오후 3시가 넘어 사고 현장인 요트 계류장으로 돌아와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

사고는 이날 오후 3시42분쯤 발생했다.

"용호만에는 대형 화물선이 수시로 다닌다. 인접한 용호부두에 드나드는 배들이다. 이날도 평소와 다르지 않은 용호만 바다 모습이었다."

그는 "이날도 대형 선박이 요트 쪽으로 오는 것을 보았다. 통상 뱃머리가 용호동 쪽으로 접안된 큰 배들은 나갈 때 요트 계류장 쪽으로 왔다가 광안대교 앞을 거쳐 해운대 방향으로 나간다. 이날도 당연히 그런 줄 알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러시아 선박 씨그랜드호가 연달아 충격사고를 낸 다이아몬드베이 요트 선착장과 광안대교 인근 해역.  씨그랜드호는 바로 옆에 있는  용호부두에서 출항하던 중 사고를 냈다. .(네이버 지도) © 뉴스1
러시아 선박 씨그랜드호가 연달아 충격사고를 낸 다이아몬드베이 요트 선착장과 광안대교 인근 해역.  씨그랜드호는 바로 옆에 있는  용호부두에서 출항하던 중 사고를 냈다. .(네이버 지도) © 뉴스1

하지만 문제의 선박은 눈 깜빡할 새 요트와 바지선을 들이받았다.

윤 선장이 전한 사고 당시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그는 "5000t급 이상의 배가 요트를 들이받았다고 생각해 봐라. 요트에 있던 사람이 날아갈 정도의 큰 충격이 전해진다"며 "당시 바지선에 서 있던 기관장은 넘어지면서 갈비뼈를 다쳤고, 나도 어깨에 부상을 입었다. 다른 선원 한명도 허리를 다쳤다.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고 전했다.

그 와중에도 윤 선장은 곧바로 부산해경에 신고를 했다.

"그나마 일반 승객들이 하선한 뒤 일어났기에 망정이지,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 했다"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윤 선장은 "당일 기상청 예보보다 바람 세기가 훨씬 강했다"며 "바람이 동백섬 쪽에서 요트 계류장 방향으로 불었기 때문에 씨그랜드호가 계속 멈춰 있었다면 바지선과 요트를 추가로 들이받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말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바로 옆에 정박해있던 부경대 실습선 2척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그는 "하지만 요트 충격 뒤 광안대교로 무리하게 돌진한 것은 선장으로서 이해가 안된다.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윤 선장은 "용호부두 해역이 좁아 배를 돌려 나가기 위한 충분한 공간이 없다는 것을 러시아 선박 선장도 알았을 것이다"며 "사고 이후 예인선을 불렀다고 하는데 부산항에서 용호부두까지 예인선이 오려면 최소 1시간은 걸리기 때문에, 러시아 선박이 기다리지 못하고 다시 운항을 시작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요트를 충격한 씨그랜드호는 30여분간 멈춰있다 갑작스럽게 움직임을 시작했다. 그리고 6분 뒤 광안대교를 들이받았다.

윤 선장은 "씨그랜드호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광안대교에 근접해서는 후진을 시도하려는 게 보였다. 통상 배가 전진하기 위해서는 배 밑에 있는 추진기가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는 데, 당시에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가며 물살이 형성되고 있었다"며 "하지만 이미 광안대교와 너무 가까워져서 들이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결국 광안대교를 충돌하더니 '와장창'하는 큰 소리가 났고, 그 이후에 후진 효과가 발생해서 배가 뒤로 빠졌다"고 설명했다.   

28일 오후  러시아 선박 씨그랜드호가 다이아몬드베이 요트와 바지선을 들이받은 채 멈춰 서있다.모습. © News1 여주연 기자
28일 오후  러시아 선박 씨그랜드호가 다이아몬드베이 요트와 바지선을 들이받은 채 멈춰 서있다.모습. © News1 여주연 기자

항만·해운업계에서는 한결같이 이번 사고가 예견된 것이라고 말한다.

용호부두가 위치한 용호만은 공간이 좁아 5000톤급 대형 선박이 회전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계속해서 받아왔다.

이번 사고 직후 정치권에서 '용호부두 폐쇄 및 이전'을 촉구하는 입장을 잇따라 공식발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도선법에 따르면 총톤수 2000톤 이상의 선박 및 1000톤 이상의 대한민국 선박은 '강제도선구역'으로 지정돼 도선사를 의무적으로 태워야한다.

하지만 용호만은 소규모 선박이 오간다는 이유로 도선사 없이도 입출항이 가능한 '임의도선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언제든 충돌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이 구간에서는 필요에 따라 선장이 예인선을 요청해야 한다.

부산해수청은 사고 발생 당일에야 "용호부두를 '강제도선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부산항만공사도 용호만 부두 안전 체계에 대한 점검과 사고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sjpark@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