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김정은 외신 질문에 '파격' 응대…방어 나선 리용호(종합)

외신에 첫 대답…말하려다 끊고 질문부터 듣기도
리용호는 "기자들 내보내는 게 어떻습니까" 제지

(서울=뉴스1) 김다혜 기자, 장용석 기자 | 2019-02-28 14:34 송고 | 2019-02-28 22:18 최종수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해 눈길을 끌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북미 확대회담 시작 전 모두발언 때 한 기자가 '비핵화를 할 준비가 되었느냐'고 묻자 "그런 의지가 없다면 여기 오지않았을 겁니다"라고 답했다. 

비핵화 의지를 의심한다며 자칫 불쾌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질문이지만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는 기회로 삼은 것이다. 

이를 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좋은 대답"이라며 "아마 당신(질문한 기자)이 들은 답변 중에 가장 좋은 답변일 수 있다"고 김 위원장을 치켜세웠다.

김 위원장은 이어 "우리"라고 말의 운을 뗐는데, 다른 기자가 '비핵화를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으면서 말이 겹치자 자신의 발언을 멈추고 기자의 말을 듣기도 했다. 질문에는 "지금 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북한 내에서 최고지도자가 갖는 권위 등에 비춰볼 때 파격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북한 관영매체 기자가 김 위원장의 말을 끝내기 전 공격적인 질문을 쏟아내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김 위원장은 앞서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회담 모두발언 때도 '회담 결과에 자신이 있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속단하긴 이르다고 생각한다. 예단하지 않겠다"라며 "그러나 나의 직감으로 보면 좋은 결과가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외신 기자들은 김 위원장의 파격적인 태도를 반겼지만 북한 인사들은 김 위원장에게 예민한 질문이 쏟아지는 상황이 곤혹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확대회담에 배석했던 리용호 외무상은 '김정은 위원장님, 미국이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것에 대해 준비가 돼 있습니까'라는 질문이 나오자 미국 측에 "기자들 내보내는 게 어떻습니까"라고 재빨리 말하며 상황을 정리하려고 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할 준비가 돼 있냐'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답한 후에도 계속 질문이 나오자 이를 끊어낼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흥미 있는 질문이다. 대답을 듣고 싶다"고 말하면서 질의응답은 조금 더 길어졌다. 

김 위원장이 "아마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하자 기자가 '오늘 발표될 예정이냐'고 물었고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는 이게(평양 연락사무소가) 양쪽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가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대답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살짝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김 위원장이 취재진에게 "우리가 충분한 이야기를 좀 더 할 시간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고 하면서 상황이 마무리됐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1분이라도 귀중하니까"라고 덧붙이며 자칫 분위기가 딱딱해지는 것을 막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서방 언론사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그 모습이 TV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된 것은 김 위원장의 조부 김일성 주석이나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도 없었던 초유의 일이란 평가가 나온다. 

작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정상회담 당시에도 미국 기자들이 김 위원장에게 질문을 던진 적이 있지만 그 땐 아무런 답변도 없었다. 

그 외 문재인 대통령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선 김 위원장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 기회가 아예 없었다.

이와 관련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김 위원장이 외국 언론과 문답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여준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김 위원장과 외국 기자 간의 첫 문답이 이번 정상회담 취재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순간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dhk@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