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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의료정보, 빅데이터 활용하려면 블록체인 도입해야"

[인터뷰]세르게이 야히모프 롱제네시스 부대표

(서울=뉴스1) 박병진 인턴기자 | 2019-03-04 08:05 송고 | 2019-03-04 09:27 최종수정
세르게이 야히모프 롱제네시스 부대표는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의료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News1
세르게이 야히모프 롱제네시스 부대표는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의료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News1

국내에서 의료 빅데이터 산업은 활로를 찾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등 데이터 수집과 활용을 제약하는 규제 탓이다. 민감한 개인정보를 담고 있는 의료 데이터 특성상 규제를 함부로 풀어서는 안된다는 논리도 설득력이 있다. 의료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을 개정하려는 노력이 국회에서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홍콩 기반의 블록체인 솔루션 업체 롱제네시스(Longenesis)의 세르게이 야히모프 부대표는 3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병원과 제약회사가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국내 실정법에 부합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데이터를 분산원장에 기록해 모든 유통과정을 추적할 수 있고,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노드간의 합의를 전제로 하는 블록체인이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주장이다.

롱제네시스는 지난 2017년 블록체인 토탈서비스 비트퓨리와 미국의 생명공학업체 인실리코메디슨이 총 150만달러(약 17억원)를 투자해 설립한 회사다. 의료데이터를 안전하고 투명하게 관리·유통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인공지능(AI) 솔루션을 국가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것을 사업모토로 하고 있다. 유럽연합(EU) 가입국에서는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을, 미국에선 건강보험 이전과 책임에 관한 법(HIPPA)을 따르는 식이다.

현재 미국 다국적 제약사와 6개월 이내 임상시험 관리시스템(CTMS) 도입을 협의중이고, 한국에서는 가천대 길병원과 기술교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데이터는 반드시 투명하게 관리·유통되어야 한다"는 게 롱제네시스의 모토다. 모든 거래를 투명하게 조회할 수 있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는 특정 의료데이터가 어디로 유통됐는지 쉽게 추적할 수 있다. 소중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주체인 환자는 정작 자신의 데이터가 어디서 어떻게 쓰이는지 알기 어려운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거래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노드간의 합의가 필요한 만큼, 환자 동의를 얻어 정보를 수집한다는 당위성도 확보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유통되는 데이터는 위변조할 수 없기에 제약 및 보험회사 등 의료데이터를 넘겨받는 제3기관도 그 내용을 신뢰할 수 있게 된다.

롱제네시스는 비트퓨리의 프라이빗 블록체인 프레임워크 '엑소넘'(Exonum)을 사용한다. 야히모프 부대표는 "의료데이터는 유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에 허가받은 이들만 쓸 수 있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게 당연하다"며 "롱제네시스는 분석 도구를 제공할 뿐, 데이터 접근 권한을 가지지 않기에 더욱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세르게이 야히모프 롱제네시스 부대표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대형병원간 네트워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 News1
세르게이 야히모프 롱제네시스 부대표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대형병원간 네트워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 News1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이유는 또 있다. '시스템을 완벽히 이해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만드려는 노력이다.

규제 못지않은 국내 의료 빅데이터 산업의 큰 걸림돌은 대형병원간의 폐쇄성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의료 데이터 분석에 AI나 블록체인을 도입하려는 노력은 병원별로 산발적으로 이뤄져 왔다. 야히모프 대표는 "한국 병원이 '우리 모두 환자에게 동의를 받는 투명한 인터페이스를 도입하자'고 먼저 용기를 내준다면 환상적일 것"이라며 병원간 통합데이터 시스템 구축을 돕는 윤활유 역할을 자처했다.

반드시 현지 규제를 준수한다는 롱제네시스의 철학은 실제로 암호화폐는 규제하되 블록체인은 육성하겠다는 정부 입장과 비슷하다. 롱제네시스는 설립 이래 지금까지 암호화폐공개(ICO)를 하지 않았다. 블록체인을 투명성과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한 기술로 활용할 뿐 돈을 모으기 위한 수단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히모프 부대표는 "지난 1, 2년간 워낙 쓰레기(junk)같은 ICO 프로젝트가 많았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대중에 부정적으로 비친 면이 있다"며 "그러나 이제는 블록체인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블록체인은 만능약이 아니며 어떤 산업엔 블록체인을 적용해도 비용과 시간만 소모될 뿐"이라며 "비즈니스모델(BM)에 적합한 형태로 접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롱제네시스는 ICO 대신 BM에 공감하는 소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오는 4월말까지 총 400만달러(약 45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할 계획이다. 야히모프 부대표는 "정확한 액수를 밝힐 순 없지만 투자금 유치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의료 데이터 오남용을 막는 감시견 역할을 잘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pb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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