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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母 뱀파이어여서 죽였다”…20대 조현병 환자 '징역 30년'

18일 국민참여재판서 배심원 만장일치로 ‘유죄’
재판부 “죄질 극히 불량…선처 여지 없어”

(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2019-02-18 18:51 송고 | 2019-02-18 19:02 최종수정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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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여동생이 뱀파이어여서 흉기로 찔렀다고 주장하며 국민참여재판을 요구한 20대 조현병 환자에게 중형이 내려졌다.
인천지법 형사15부(재판장 허준서)는 18일 존속살해 및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27)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30년간 위치추적장치 부착과 유족에게 접근금지를 명했다.

재판부는 또 A씨를 치료감호에 처했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날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평결한 배심원 9명의 만장일치 의견을 반영해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어머니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고, 여동생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며 "결과가 중대하고, 죄질 또한 극히 불량하다"고 밝혔다.
이어 "조현병으로 심신미약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고, 초범이긴 하나, 선처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5일 오후 10시40분께 인천시 부평구 부개동 한 아파트 자택 안방에서 어머니 B씨(55)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하고, 여동생 C씨(25)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당시 여동생 C씨의 119신고로 공조요청을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붙잡혔다.

B씨와 C씨는 119 소방대원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어머니 B씨는 치료 도중 숨졌다.

조사결과 A씨는 2015년부터 조현병으로 5차례에 걸쳐 병원 치료를 받았으며, 지난해 8월 조현병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검거 당시 경찰 조사에서는 "정신병 치료를 받고 있다"며 "어떻게 범행을 한 것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재판에 넘겨져 열린 2차 속행 공판에서 "어머니와 동생은 뱀파이어다. (어머니와 동생이) 뱀파이어여서 나를 잡아먹으려고 해서 죽였다"고 주장하며 국민참여재판을 요구했다.

A씨는 재판에서 변호인을 통해 "(범행 당일)어머니와 여동생의 앞니가 튀어나왔다. 뱀파이어가 어머니와 여동생으로 변신해 나를 죽이려 했다. 어머니로 변신한 뱀파이어를 죽였지만, 어머니는 어딘가에서 살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 측 변호인은 재판에서 최후 진술을 통해 "유년시절 이후 조현병이 발병한 상황에서 중고등학교 시절 따돌림을 당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아버지의 사업실패와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머니가 일을 하게 되면서 보살핌을 받는 시간이 줄었다"며 "혼자 있는 시간에 괴물을 물리치는 게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면서 피해 망상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조현병에 의한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다면 범죄를 저질렀을 리 없다"며 "중고등학교 시절 따돌림을 당했지만, 폭력적 성향을 드러낸 전력이나, 범법행위를 저지른 바가 없다"고 말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검찰은 A씨가 심신미약상태에 있으며 재범의 우려가 있어 징역 22년을 구형하고, 치료감호, 전자장치 부착명령 30년, 보호관찰 5년을 청구했다. 또 여동생에 대한 접근금지명령도 요구했다.

검찰은 재판에서 "A씨는 범행 당시 어머니와 여동생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범행을 저질렀으며, 망상, 환청 등의 정신증상은 의심되지만, 현실에 적응하는 수준이었다"며 "심신상실이 아니고 심신미약이라는 판단 하에 재범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으며, 여동생이 오빠가 찾아올까 두렵다는 등 분리를 요구하고 있어 보호관찰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뱀파이어라는 사람을 만나면 또 다시 범행을 저지를 수 있다"며 "중한 죄를 저지른 만큼, 이런 죄를 저지를 경우 엄한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시켜 줄 필요가 있으며, 그 정도의 변별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이들에게 유죄 평결을 내렸으며, 치료감호와 30년간 위치추적장치 부착명령에 대해서도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

다만 양형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배심원 6명은 A씨에게 징역 30년의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의견을 낸 반면, 3명은 징역 22년을 선고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aron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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