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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성추행’ 진실, 최영미 ‘25년 전 일기장'이 밝혔다

사건시기 특정 못 하다 1994년 늦봄으로 구체화
法 "고은 비정상적행동 짐작…조작 증거도 없어"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2019-02-16 13:13 송고 | 2019-02-17 02:42 최종수정
최영미 시인. © News1 구윤성 기자
최영미 시인. © News1 구윤성 기자

고은 시인(86)에 대한 최영미 시인의 성추행 폭로가 근거가 있다고 법원이 판단한 데는 최 시인의 진술, 특히 일기가 주요 증거가 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이상윤)는 고 시인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 시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고 시인에 대한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최 시인은 1994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근처의 술집에서 고 시인이 자위행위를 했다고 언론사에 제보했고 이 내용은 기사화됐다. 이후 고 시인 측은 "그러한 사실이 없다"며 최 시인과 언론사 등을 상대로 1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고 시인이 음란행위를 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최 시인의 주장에 대해서는 신빙성을 인정했지만, 고 시인 측은 해당 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최 시인이 사건 발생시기를 1992년 겨울에서 1994년 봄 사이로 포괄적으로 말했다가, 소송 과정에서야 '1994년 늦봄'으로 특정한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시간 경과로 인한 기억력의 한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최 시인은 '예전 일기를 찾아보라'는 동생의 조언을 들은 뒤 "광기인가 치기인가 아니면 그도 저도 아닌 오기인가~ 고 선생 대(對) 술자리 난장판을 생각하며'라고 기재된 일기를 발견하고 이를 재판부에 냈다.

재판부는 '1994년 6월2일자' 일기가 최 시인 주장의 신빙성을 뒷받침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일기를 보고 사건 시기를 1994년 늦봄으로 특정했다는 최 시인의 주장이 허위로 보이지 않는다"며 "최 시인이 고 시인의 비정상적인 행동을 목격했음을 미뤄 짐작하게 하는 일기가 존재하고, 위 일기가 조작됐다고 볼 만한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목격한 사건의 내용에 관한 진술과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최 시인의 손을 들어줬다.

고 시인 측은 최 시인이 자위행위를 목격한 시간을 1분에서 30분으로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진술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재판부는 "25년 전에 목격한 사건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목격했다면 아무 대응을 하지 않았을 리 없다'는 고 시인 측의 주장에도 재판부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부수적인 사정만으로 최 시인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며 "너무 놀라서 가만히 있었다는 최 시인의 주장을 수긍할 수 있고"고 봤다.

민사와 형사라는 차이가 있지만 앞서 비서 성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항소심에서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근거로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최 시인은 재판 결과를 환영하며 "진실을 은폐하는데 앞장선 사람들은 반성하기 바란다"고 말했고, 고 시인 측은 "굉장히 편파적인 재판"이라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park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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