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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보기] 보고서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직장인에게

백승권의 '보고서의 법칙'

(서울=뉴스1)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2019-02-15 08:56 송고
백승권의 ‘보고서의 법칙’

"전 구청에서 6급 행정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공무원 생활 15년 만에 이런 강의는 처음 들어봅니다." "그동안 보고서 강의 안 받아보셨어요?" "예. 별별 교육을 다 받아봤지만 보고서는 처음이에요. 이런 강의를 공무원 시작할 때 받았으면 그동안 보고서 쓴다고 밤잠 설쳐가며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 "지금이라도 배우셨으니 다행이네요." "그것도 그렇지만, 참 허탈한 마음이 드네요. 이렇게 분명한 방법과 길이 있다는 걸 진작 알았다면 제 공직 인생도 달라졌을 텐데." "교육 다니다 보면 선생님 같은 분 많이 만납니다."

비즈니스 라이팅 전문강사 백승권과 그의 강의를 들은 공무원의 대화다. 품의서, 기(획)안서, 보고서, 방침, 사업계획서 등등 공무원이든 일반 직장인이든 대부분의 일은 문서에서 시작해 문서로 끝난다. 그 문서의 대부분은 문장과 숫자로 채워진다. 산전수전 겪은 상사들은 초급 사원의 문서 하나를 받아보면 그의 능력 중 9할은 평가 가능하다. '가로, 세로, 대각선'이 일목요연한 사원이 업무능력도 뛰어날 가능성이 9할이다. 문서 작성이 '일의 각을 잡는' 일머리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가장 대비되는 두 사람은 보고를 받는 상대방의 관점에서 보고서를 쓰는 사람과 보고하는 자신의 관점에서 보고서를 쓰는 사람이다. 전자는 두괄식, 결론을 먼저 제시하고 근거를 뒷받침한다. 후자는 미괄식, 주저리주저리 근거를 대다가 상대방의 주의가 흐트러지는 말미에 가서야 결론을 제시한다. 전자는 안 될 일도 되게 하고, 후자는 될 일도 안 되게 한다. 또 전자는 보고서가 가능한 짧고 간략하나 후자는 길고 복잡하다. 이는 답안지가 길면 점수도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무지의 소치다.

'글쓰기가 처음입니다', '손바닥 자서전 특강'의 저자 백승권의 신간 '보고서의 법칙'은 보고서를 포함해 결국은 그 모든 '문서'들을 각 잡아 쓰도록 구체적 방법론을 정리한 매뉴얼이다. 특히 '일주일 내로 보고서를 써야 하는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썼다. 국문과 출신에 과거 대통령의 보고서와 메시지를 작성했었고, 지금은 연 평균 200회 800시간 이상 직장인들을 위한 보고서 글쓰기 강의를 해오는 저자가 거르고 거른 비책들이 실사례 보고서와 함께 깔끔하게 정리됐다.

저잣거리에는 상사 호불호 4유형이 있다. 가장 일하고 싶은 상사는 '똑게' 형이다. 똑똑하나 게을러서 딱 표 나는 일만 가져와 똑똑하게 처리한다. 부하들이 배울 건 많고 할 일은 적다. '똑부' 형은 똑똑하나 부지런해서 부하들이 많이 배우기도 하나 일에 치이는 단점이 있다. 기피 대상 상사가 '멍부' 형, 멍청하면서 일 욕심은 많아 온갖 일 다 떠맡아 온다. 마지막은 '멍게' 형, 멍청하면서 게을러 배울 것도 없고, 일도 없다. 실적을 내야 하는 부하들에게는 최악이다.
그런데 이런 상사 유형의 분류가 조사해 보면 그의 보고서(문서) 작성 능력과 비례할 것임이 분명하다. 일은 잘하지만 보고서를 못 써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할 경우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보고서의 법칙'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장담하건대 일은 못하면서 보고서만 잘 쓰기란 어렵다. 보고서는 수필이나 연애편지가 아니라 철저하게 일의 사실과 데이터에 기반한 실용문이기 때문이다. 저자 백승권은 곧 청와대에 들어가 문재인 대통령의 비서들을 대상으로 '보고서의 법칙'을 강의할 것임이 분명하다. 그렇게 하기로 했다는 언론 기사가 이미 떴다. 그러하다.

◇보고서의 법칙 / 백승권 지음 / 바다출판사 펴냄 / 1만65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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