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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 민낯…47개 혐의에 빼곡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공소장 47개 '사법농단' 혐의
상고법원 도입…범죄 관통하는 핵심

(서울=뉴스1) 윤지원 기자 | 2019-02-11 14:26 송고 | 2019-02-12 14:28 최종수정
(왼쪽부터)고영한, 차한성, 양승태, 권순일, 박병대© News1 

2011년 9월 취임한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의 사법농단은 재임 6년간 광범위한 분야에서 나타났다. 그의 공소장에 기재된 47개 혐의는 모두 헌법질서를 흔든 중대한 범죄 정황이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1일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허위공문서작성행사,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에 빼곡히 적혀있는 재판 개입 등 47개 혐의에 대해 양 전 원장은 전면 부인하는 입장이다.

◇사법농단 수사의 출발점, '법관 블랙리스트'

'사법농단'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이탄희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판사의 사직서 제출이 계기가 됐다. 2017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 발령난 이 판사는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서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대회를 견제하라는 지시를 듣고 항의한 뒤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후 행정처는 이 판사를 수원지법으로 복귀시켰지만 발령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의혹이 본격적으로 일었다.

이후 두 차례의 조사 끝에 법관 동향·성향 파악문건의 존재가 밝혀졌다. 그 내용은 2014년부터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추진 등 사법행정 방침 및 정책에 비판적이거나, 대법원의 입장과 배치되는 판결을 한 법관들의 성향과 활동을 사찰하고 징계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탄압했다는 것이다.

양승태 대법원의 법원 내 비판세력을 탄압하는 시도는 다양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와해하기 위해 정상적 지원을 중단하는가 하면 법원을 비판하기 위해 법관들이 외부 인터넷에 개설한 카페 폐쇄를 계획했다. 대법원장 입장을 거스르는 판결이 나오자 이런 법관을 징계하는 안도 검토됐다. 

검찰은 양 전 원장이 여기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문건에는 법원행정처 차장, 처장, 대법원장의 서명이 차례로 담겼다. 양 전 원장은 이에 대해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인사권자의 범위 내 일이지 직권남용은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숙원사업' 상고법원 도입위해 박근혜 정권과 '재판거래' 

양승태 체제의 사법농단 혐의를 관통하는 핵심은 '상고법원'이다. 양승태 대법원의 수많은 위법적 '무리수'는 상고법원 입법을 위해 벌인 것으로 봐야한다. 

양승태 대법원은 상고법원 입법을 위해 박근혜 정부에 적극 협력했다. 대표적 사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 개입한 것이다. 당시 행정처는 청와대 요구대로 재판을 지연시키고 배상책임 인정 결과를 뒤집는 대신 역점사업이었던 상고법원 추진 및 법관 해외파견을 얻어내려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검찰은 양 전 원장이 강제징용 사건 재판에 적극 관여한 정황을 이미 포착한 상태다. 양 전 원장이 당시 전범기업을 대리한 로펌 김앤장 소속 한모 변호사를 최소 3차례 이상 만났다는 물증과 재상고심 주심이었던 김용덕 전 대법관에게 '배상판결이 확정되면 국제법상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를 말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그러나 양 전 원장은 지난 구속심사에서 관련 물증에 대해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며 혐의를 일체 부인했다. 그는 "만났지만 그런(재판 개입 관련) 말을 했을 것 같지 않다"며 "(김앤장) 한모 변호사가 왜곡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 News1 DB

'박근혜 청와대-양승태 대법원' 협력 사례로는 강제징용 사건 외에도 Δ통상임금 사건 Δ키코 사건 등 국가경제발전 최우선 고려 판결, ΔKTX 승무원 사건 Δ콜텍 및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 Δ철도노조 파업 사건 등 노동개혁 기여 판결, Δ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Δ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사건 등 교육 개혁 판결 등이 더 있다.

'상고법원'을 위한 재판거래 의혹은 청와대뿐 아니라 입법부에도 닿아 있었다. 검찰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16기)을 추가 기소하면서 나온 공소장에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재판 청탁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이 외에도 전병헌 전 민주당 의원, 이군현 ·노철래 전 자유한국당 의원도 청탁 의혹 대상자다. 

◇헌법재판소 의식, '대법원' 위상 강화하기 위한 무리수

양승태 사법부는 헌재와 대법원을 끊임없이 비교했다. 대법원을 헌재 위 최고 사법기관으로 만들기 위해 각종 방법을 동원했다.

양 전 원장은 2015년7월부터 2년간 헌재 파견 부장판사에 재판 진행경과, 재판관 동향 등 내부 중요정보 총 325건을 수집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또 헌법재판소장을 흠집내려 그를 비난하는 내용의 법률신문 대필 기사를 행정처 심의관에 작성하도록 시킨 뒤 게재하게 한 혐의도 받는다. 

또 대법원을 보다 권위있는 정책법원으로 강화하려는 차원에서 재판에 개입한 정황도 다수 발견됐다. 

대표적 사례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이던 시절 옛 통합진보당 지방·국회의원 지위확인 소송에 개입한 혐의다. 2014년 12월 정당해산 결정 뒤 헌재가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원직 상실 결정을 내리자, 행정처가 나서 '국회의원의 지위존재 여부 판단권이 헌재가 아닌 법원에 있다'는 취지의 하급심 판결을 유도한 것이다.

◇판사 비리 덮는 등 부당한 조직 보호 

양승태 대법원은 조직 보호를 위해 판사 비위를 은폐하고 축소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양승태 행정처는 부산지역 판사의 비위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재판 개입을 시도했고 실제로 재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언론 보도를 막으려 비위 판사에 징계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정운호 게이트'에 관련된 전·현직 법관 7명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해 이들의 비위도 은폐, 축소했다. 양 전 원장 등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들에게 검찰이 청구한 수사 자료를 행정처에 보고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일감을 몰아준 대가로 뒷돈을 받은 서울서부지법 집행관사무소 사무원의 비리 수사를 막으려 수사 기밀 자료 수집을 지시하고 서울중앙지법 형사공보관 등에게 영장 청구서를 입수하여 보고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대법원장 '격려금'이 된 법원 운영비

양승태 대법원은 자신을 따르는 법관 포상은 확실히 했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대법원은 2014~2015년 전국 일선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로 사용할 것처럼 예산을 신청해 받은 3억5000만원을 빼돌려 대법원장 격려금으로 사용했다. 이는 상고법원 등 추진과정에서 고위 법관에 주는 '상금' 성격이었다. 

2015년 일반재판운영지원비 명목으로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가 새롭게 책정됐는데 검찰은 예산 신청 단계부터 비자금 조성의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yj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