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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감독은 자신의 영화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사람이었다. 배꼽 잡게 웃긴 재담꾼을 상상했다면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극한직업'의 개봉쯤 뉴스1이 만난, 이 타고난 '코미디 능력자'는 차분하고 침착했으며 어떤 질문이든 조곤조곤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정중하면서도 꾸밈없는 사람을 만날 때 상대는 편안함을 느낀다. 그런 면에서 이병헌 감독은 무척 편안한 인터뷰어였다. 이처럼 여유로운 성품이 그가 연이어 드러내고 있는 '코미디적' 재능의 원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웃음은 강박 아닌 여유에서 나오는 것이니까. '극한직업'은 지난달 23일 개봉 이래 연이어 신기록을 세우며 흥행 중이다. 개봉일 역대 코미디 영화 오프닝 스코어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3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 역대 1월 개봉 영화 중 최단 기록을 냈다. 개봉 14일째 벌써 900만 관객을 돌파해 역대 영화 흥행 순위 3위부터 10위까지의 작품인 '국제시장'(25일), '아바타'(32일) '베테랑'(19일) '괴물'(24일) '도둑들'(19일), '7번방의 선물'(27일), '암살'(20일), '광해, 왕이 된 남자'(31일)를 뛰어넘는 충격적인 속도를 보여줬다. 그리고 드디어 천만 관객 돌파도 눈 앞에 두고 있다. 

'극한직업'의 빠른 흥행은 오로지 웃음에만 '올인'한 이병헌 감독의 연출 덕이 크다. '극한직업'이 남녀노소 웃을 수 있는 재밌는 작품이 되기를 원했던 이 감독은 문충일, 배세영 작가가 쓴 재밌는 시나리오에 '말맛 코미디'라는 장기를 보태 매 시퀀스 웃음 터지는 영화를 완성했다. 거창한 주제나 소재를 다루지 않아도 훌륭한 콘셉트, 뚜렷한 연출 방향을 통해 보다 많은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N인터뷰]①에 이어>.

'극한직업' 스틸 컷 © 뉴스1

-신하균과 오정세 등의 캐스팅 과정은 어땠나. 

▶특별출연 형식에 조연이라서 신하균 선배까지는 생각을 못 하다가 제작사 대표님도 친분이 있었다. '신하균 어때?' 하는데 갑자기 웃음이 나오더라. 너무 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무배라는 캐릭터는 보여지는 것, 말투 하나로 설명돼야 하는데 가벼움과 무거움을 왔다 갔다 하는, 능숙한 베테랑 연기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신하균이라는 이름을 듣고 그냥 단번에 부탁했고 오정세도 마찬가지였다. 오정세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이 났다. 둘이 만났을 때 '이거 내가 생각했을 때보다 훨씬 재밌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신애의 캐스팅도 신선했다. ▶정말 갑자기 떠올랐다. 신신애 선배님이 영화에서 나왔을 때 정말 좋게 봤다. 허진호 감독님 작품에 나왔을 때 편하게 하시는 연기를 좋아했다. 어느날 갑자기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신신애 선배님 얼굴이 떠올랐다. 나와 친분도 없는데, 신신애 선배님이 하실 게 없을까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재밌더라. 내가 생각한대로 나왔다. 그대로 잘해주셨다. 

-전작은 말로 하는 '19금' 코미디에 가까웠다. 이번 영화는 '19금'이 거의 없다. 일부러 줄였나.

▶나는 사실 '19금' 코드나 이런 대사들을 모든 영화, 모든 이야기에 삽입하고 싶을 만큼 좋아하는 건 아니다. (웃음) 필요에 의한 것도 있었다. '바람 바람 바람'은 소재 자체가 불편한 지점이 있는 영화였고, '스물'은 스무살 남자 녀석들이 하는 대사 중 그런 게 없으면 뭔가 허전하고, 거짓말 같고, 오그라들 것 같았다. 물론 그때 내 나이도 어렸다. 그런데 이번 영화는 의도 자체, 접근 자체가 달랐다. 이 영화는 이래야 해 하는 게 분명했다. 온 가족이 불편함 없이 볼수 있는 영화여야 해 하는, 명확한 지점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를 떠나서 이 영화와 어울리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았다.

-이하늬와 진선규가 마지막에 격렬한 키스를 한다. 영화적 장치지만, 왜 그 둘을 붙이려고 했나.
 
▶고민을 많이 한 부분인데 가볍게 생각하면 코미디적 설정이다. 거기에 어떻게 진지하고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겠나, 남녀 사이 눈맞아 키스한 것을 가지고. 하지만 이들의 캐릭터가 영화 후반에 충분히 설명이 됐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전부 볼 수 없지만 이들에게는 오랜 시간 교감하고 교류해 온 시간이 있을 것이다. 그게 충분히 생각이 된다고 생각했다. 뭘 해도 괜찮은 사이처럼 느껴지는 것도 있었다. 키스신에 대해서는 '어? 갑자기?' 하는 게 나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질문을 많이 했다. 스태프들에게 괜찮느냐고 물었고, '찍어놓고 보자' 하고 봤는데 귀엽더라. 어마어마한 소동이 귀엽게 마무리 되는 느낌이 우리 영화 톤이랑 동떨어진 느낌이 안 들더라. 그래서 살아남은 신이다. 없어도 되는 신이라고 한다면 인정한다. 하지만 그런 재미를 준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 나도 재밌었다.

뉴스1 DB © News1 권현진 기자

-치킨 만드는 과정에 많은 공을 들인 것 같더라. 어떤 의도가 있었나.

▶디렉션이 딱 하나였다. '치킨 광고'처럼 보였으면 좋겠다. 대단한 걸 하려고 아이디어를 내지 말라고 했다. 편하게, 보통 TV에서 봐온 치킨을 튀기는 모습, 치킨의 모습들. 그것이 그렇게 사용된 것은 그게 가장 침샘을 자극하는 영상의 구도기 때문이다. 딱 그정도만, 특이한 것을 할 필요도 없고, CF처럼만 하자고 했다.

-가장 마지막 장면의 액션신은 어떻게 구상했나.

▶동선은 무술 감독님께 맡겼고, 내가 생각한 것은 이 캐릭터가 구사하는 액션 방식이 서로 달랐으면 좋겠다는 정도였다. 거기서 오는 쾌감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재된, 감춰진 소시민을 대표하는 캐릭터를 내세워서 몰랐던 능력치가 나오고 그게 폭발하면서 나오는 쾌감에 포커스를 맞췄다. 

-좀비인 고반장, 야구부 재훈의 설정은 어떻게 떠올렸나.

▶코미디적인 리듬이라고 생각했다. 다섯 명 모두가 멋진 액션을 할 필요는 없다. 영호가 특전사 액션을 하고, 장형사가 무에타이를 하고 마형사가 유도를 하는데, 너무 액션에 치우친 이미지들이 계속 보이는 게 우리 코미디 영화랑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야구부의 설정을 가져와서 '이게 안 아파' 하는 재훈의 대사가 시나리오에 쓸 때부터 내 머리에 있던 그림이었다. 그건 쓸 때부터 웃겼다. 또 고반장에게 좀비라는 약간은 과장된 설정을 주면서 마지막에 크게 웃음을 한번 주고 싶었다. 오징어 배 위 격투신에서 일어났을 때 좀비처럼 일어나는 모습이 내가 딱 시나리오 때 쓴 이미지다.

-영화에 소상공인을 위로하는 특별한 대사도 넣었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운 상황을 보고 생각한 게 있었나.

▶그렇다. 소상공인 문제, 자영업자들에 대한 문제는 최저임금과 연관돼서 이슈가 됐던 거지만 원래는 사실 꾸준히 힘들었다. 내가 장사를 해봐서 안다.

-무슨 장사를 했던 것인가.

▶작은 식당, 우동집을 했다. 망했다. 그래도 (장사)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있기는 하다. 그걸 또 이해한다고 구구절절 안다고 아는 척 하는 건 맞지 않고, 그래도 속시원하게 한마디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고반장의 입을 빌려서 대사도 썼다.

'극한직업' 스틸 컷 © 뉴스1

-혹시 고발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있었나.

▶그건 아니다. 고발 프로그램을 열심히 만드는 분들에게 정말 죄송한데 영화적인 장치로 활용한 것이다. 어떤 메시지나 비판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이 없었다. 스토리텔링의 한 장치로 사용한 것이다.

-경찰 이야기는 직접 취재한 것인가.

▶나도 의경 출신이고, 우리 매형도 경찰 공무원이다. 취재를 많이 했다. 경찰 친구도 많다. 인터뷰가 꼭 필요한 소재였다. 사실 '극한직업' 같은 식의 수사 방식은 일반적이지 않다. 코미디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희생된 부분이 있는건데 자문도 많이 구했다. 사실 실제 형사는 마약을 맛보거나 하지는 않는다. 도청 감시 수사도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베테랑'과 비교가 되기도 했다.

▶형사가 악당을 잡는 것 말고 공통점을 모르겠다. 결이 다른 영화라고 생각한다. 우리 영화는 코미디 설정이 확실하고, '베테랑'은 선악 대결 구조가 명확한 영화다. 너무 다른 영화라고 생각한다.

< [N인터뷰]③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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