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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인터뷰]①'극한직업' 이병헌 감독 "첫 정통 코미디…대중적이고 싶었다"(종합)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19-02-06 11:25 송고 | 2019-02-06 12:27 최종수정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이병헌 감독은 자신의 영화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사람이었다. 배꼽 잡게 웃긴 재담꾼을 상상했다면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극한직업'의 개봉쯤 뉴스1이 만난, 이 타고난 '코미디 능력자'는 차분하고 침착했으며 어떤 질문이든 조곤조곤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정중하면서도 꾸밈없는 사람을 만날 때 상대는 편안함을 느낀다. 그런 면에서 이병헌 감독은 무척 편안한 인터뷰이였다. 이처럼 여유로운 성품이 그가 연이어 드러내고 있는 '코미디적' 재능의 원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웃음은 강박 아닌 여유에서 나오는 것이니까. 

'극한직업'은 지난달 23일 개봉 이래 연이어 신기록을 세우며 흥행 중이다. 개봉일 역대 코미디 영화 오프닝 스코어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3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 역대 1월 개봉 영화 중 최단 기록을 냈다. 개봉 14일째 벌써 900만 관객을 돌파해 역대 영화 흥행 순위 3위부터 10위까지의 작품인 '국제시장'(25일), '아바타'(32일) '베테랑'(19일) '괴물'(24일) '도둑들'(19일), '7번방의 선물'(27일), '암살'(20일), '광해, 왕이 된 남자'(31일)를 뛰어넘는 충격적인 속도를 보여줬다. 그리고 드디어 천만 관객 돌파도 눈 앞에 두고 있다. 
'극한직업'의 빠른 흥행은 오로지 웃음에만 '올인'한 이병헌 감독의 연출 덕이 크다. '극한직업'이 남녀노소 웃을 수 있는 재밌는 작품이 되기를 원했던 이 감독은 문충일, 배세영 작가가 쓴 재밌는 시나리오에 '말맛 코미디'라는 장기를 보태 매 시퀀스 웃음 터지는 영화를 완성했다. 거창한 주제나 소재를 다루지 않아도 훌륭한 콘셉트, 뚜렷한 연출 방향을 통해 보다 많은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극한직업' 스틸 컷 © 뉴스1
'극한직업' 스틸 컷 © 뉴스1
다음은 이병헌 감독과 일문일답. 

-'극한직업', 왜 했나.

▶ '바람 바람 바람' 촬영을 끝나고 뭔가 다른 결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전작이 감정을 따라가는 드라마라 생각했기에 이번엔 상황을 따라가는 코미디를 한번 해보고 싶었다. 그러다 마침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내가 하고싶었던 톤과 맞았다. 아이템을 들었을 때 일단 나부터도 웃음이 났고 '내가 조금 더 재밌게 할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영화적인 평가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고 편하게, 만드는 사람도 즐겁게 웃으면서 작업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 '극한직업'이 그런 작품이라 생각했고 결과적으로도 그렇다.

-각색은 어디까지 관여했나.
 
▶일단 커다란 설정은 그대로 놓고 초고에서 많이 바뀌었다. 각색 작업은 배세영 작가님이 많이 해주셨다. 예고편에 등장하는 재밌는 대사들은 전부 배세영 작가님 손에서 나온 것들이다. 디테일하게 재밌는 것을 남겨놓고 나는 전체적인 분량, 기술적인 면을 수정해야 하는 것들이 조금 필요했다. 분량이나 리듬, 구조적 문제도 있었고 불필요한 인물도 많았었다. 또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것은 거의 모든 신과 모든 캐릭터에 코미디를 삽입하는 거였다. 조금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까지 해놓고 후반 작업에서 충분히 걷어낼 수 있으니까, 망설이지 말고 하자 싶었다. 웃기는 재밌는, 유쾌한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어서 호흡이나 리듬 쪽에서 많은 신경을 썼다. 표면적으로는 분량을 거의 20페이지 이상 줄었다.
-스스로 코미디 장르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가.

▶전작은 코미디로 분류되지만, 웃기는 것이 우선이 되는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절대적인 선이 있었다. (전작의)우선은 웃음 아닌 감정이었다. 그래서 전작들을 감정을 따라가는 드라마로 생각했다. 사실은 나는 이렇게 상황을 따라가는, 정통 코미디로 분류할 수 있는 작품은 처음 하는 것 같다. 웃기는 게 먼저가 돼도 상관없지 않나 싶은 작품은 이게 처음이다. 작업하면서도 전작들과 확실히 많은 차이점을 느꼈다. 작업 방식, 접근 방식에서도 그렇고 조금 더 대중적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질문도 많이 했다. 원래는 질문을 많이 받는 포지션인데 이번에는 역으로 질문을 많이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품은 배우, 스태프들과 공동 작업에 가까웠다.

-어떤 식의 질문을 많이 했나.

▶보통은 '이게 재밌을까요? 괜찮을까요?' 하는 식의 질문을 많이 했다. 어투, 어조도 마찬가지다. '이런 속도감, 이런 어투가 더 재밌지 않나요'라고. 전작들은 말투 하나로 감정 자체가 달라질 수 있어서 내가 요구하고 만들려는 게 많았다면, 이번에는 의견을 나누고, 아이디어를 서로 제시하는 작업이 많았다. '이거 어때요? 이게 더 재밌지 않아요' 하는 질문을 많이 했다.

-질문을 많이 하는 방식을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조금 더 대중적인 감성에 맞추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내 생각이 다 옳고 대중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비현실적인 설정도 섞여있고, 보통 사람들의 공감을 요하는 신들도 있다. 그래서 계속 물었다. '이거 유치하지 않나?' '과하지 않나?' '재밌나?' '재미없나?' 하는 질문을 스태프들에게 많이 했다. 이렇게 의견을 취합해서 결정한 것들이 많다.
© 뉴스1 영화 '극한직업' 제공
© 뉴스1 영화 '극한직업' 제공
-가장 많은 사람에게 물어본 장면이 있다면.

▶거의 많이 물어봤다. '극한직업'은 거의 매 시퀀스 코미디가 있다. 코미디 호흡에 관해서 편집 기사님하고도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나눴다. 주로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실에 스태프 몇명 앉혀 놓고 다수결로 거수도 많이 했다. 언제 어떻게 끊고 붙이느냐에 따라서 받아들여지는 게 굉장히 다르다. 나는 블랙코미디를 좋아하기 때문에 어둡고 가라앉은 것을 자주 선택했다면 편집 기사님들은 조금 더 밝고 재밌는 것들을 선택하셨다. 무엇이 재밌는지, 거수를 많이 했는데 보통은 내가 졌다.

-중반으로 가면 속도감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속도 조절은 어떻게 하려고 했나.

▶그 부분에서 약간 미스가 있었다. 보통의 영화보다 훨씬 속도감 있고 다른 생각을 못 하게 하고 싶었던 지점들이 분명히 있었다. 그러면서도 교과서적인 구조를 따라갔다. 앞과 뒤는 빠르게 해놓고, 중간에 생각할 수 있는 지점들이 있다. 그건 모든 영화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구조상 필요한 시퀀스이기도 한데, 내가 다른 신은 빠르고 재밌게 쳐놓고, 그 부분에서만 교과서를 들이댄 것 같다. 여기서 해결을 못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시사회 때 보고 알았다. 다행히 뒷부분 인물들이 빠르게 움직여 주고, 그들이 갖고 있는 숨겨졌던 능력치가 폭발할 때 주는 쾌감이 커 그걸 커버해주고 있는 것 같다.

-보통 코미디 영화는 앞은 웃기고 뒤는 울린다. 작정하고 코미디 영화를 만드려고 했을때 '감동 한 스푼'의 유혹은 없었나.
  

▶0.1g도 없었다.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나도 신파를 좋아하고 실제 기획하는 것도 있는데 영화에 어울리지 않으면 안 한다. 필요에 따라 양념 뚜껑을 여는 거지, 이 영화에는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 뉴스1 영화 '극한직업' 스틸컷
© 뉴스1 영화 '극한직업' 스틸컷
-배우들의 캐스팅, 조합은 어떻게 선택하고 무엇을 담당하도록 했나.

▶시나리오에 다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설계도니까. 류승룡 선배가 캐스팅 되고 나서 나도 안정감이 느껴지더라. 캐스팅 과정에서 여유가 생겼다. 고반장이라는 역할을 류승룡이라는 배우가 잘해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거의 이미지 캐스팅이라 생각했다. 장형사(이하늬 분) 마형사(진선규 분)가 사실 전형적으로 빠질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흔히 봤던 걸걸한 여자 형사와 삼촌 같은 유머를 하는, 허세 잡고 싸움 잘하는 형사다. 시나리오에서는 그들을 새롭게 만들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류승룡 선배의 캐스팅으로 중심을 잡고 보니 이하늬 진선규라는 신선한 조합이 떠올랐다. 그들에게 장형사, 마형사를 붙이니까 캐릭터가 새롭고 유니크 해졌다. 영호(이동휘 분) 캐릭터는 가장 정상인이어서 이런 코미디 영화에서 묻힐 수 있는 캐릭터다. 다섯 명이 한 팀인 영화에서 한 명의 비중이 떨어져 눈에 보이는 게 없으면 밸런스 안 맞아 보일 수 있는데 이동휘라는 배우가 캐스팅되면서 영호라는 캐릭터가 확 살아났다. 그건 캐스팅이 만들어준 것 같다. 재훈(공명 분)이는 이미지적으로 공명과 너무 잘 어울렸다. 맑고 순수하고 하얗고. 그런데 일어나면 장딴지가 굵어서 싸워도 아무나 못 이길 것 같은 그런 느낌이더라. 공명은 딱 그랬다. 

-악역들까지 코믹한 캐릭터로 만든 이유가 있을까.
 
▶상황도 그렇지만, 인물들도 버라이어티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색다른 악당에 대한 욕심이 누구나 있다. 그래서 설정을 줬다. 절대 악으로 보이는 악당 캐릭터가 있고, 이런 류 코미디에서 오버스럽게 만들어진 악당 캐릭터가 있다. 이 두개가 적절히 섞인 캐릭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테드창(오정세 분)과 이무배(신하균 분)라는, 대비되는 두 인물을 붙였을 때 시너지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말투 하나, 복장, 스타일에서도 설명이 됐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이무배는 스타일도 멋스럽게 하고 2대 8 가르마에 더블 슈트, 말투도 가벼운 말투와 묵직한 말투가 순식간에 오가는 캐릭터로 만들었다. 신하균이라는 배우가 캐스팅 되면서 또 다시 그 캐릭터, 내가 만든 캐릭터가 살아났다. 오정세가 캐스팅 되면서 테드창이 확 살아나고, 그 둘이 만나서 시너지가 생겼다. 악당도 재있었으면 좋겠다, 버라이어티 했으면 좋겠다는 처음 생각을 배우들 덕분에 충족시킬 수 있었다.

-신하균 옆에 있는 여성 경호원(장진희 분) 캐릭터는 왜 만들었나. 이하늬 캐릭터와 붙이기 위해서인가.

▶단순하게 생각했다. 할리우드 히어로물에는 악당 옆에 항상 수행원이자 경호원이 있다. 검은 슈트를 입고 있고, 포인트로 머리를 하나로 묶고 그런 캐릭터를 생각했다. 그래서 캐스팅 당시에도 동양의 갤 가돗 같은 이미지가 없을까, 생각했었다. 영화적 재미를 위한 배치였다.

<[N인터뷰]②에 계속>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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