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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률 0% 도전"…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여교수의 다짐

女風 이끄는 성인심장 이삭·소아심장 신유림 교수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김규빈 인턴기자 | 2019-02-08 07:55 송고
국내 여성의사 중 최초로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로 임용된 이삭 교수(오른쪽)와 후배의사 신유림 교수. 이삭 교수는 성인심장, 신유림 교수는 소아심장을 전공해 환자 사망률 0%에 도전하고 있다./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매년 1월1일이 되면 환자 사망률 0%를 달성하겠다고 다짐해요. 스펙을 쌓고 잘 나가는 의사가 되는 것보다 좋은 의사라는 말을 가장 듣고 싶어요."

8일 <뉴스1>과 만난 이삭(45)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는 영락없는 직장맘에 가까웠다. 세돌이 지난 자녀 얘기를 묻자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이 교수는 "실제로 아이들을 무척 좋아한다"며 "그런데도 성인심장을 전공한 이유는 예후가 나쁜 아이들을 지켜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삭 교수는 의사이자 교수로서 환자 치료뿐 아니라 논문 작성, 전공의 교육 등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있다. 집에 돌아가면 엄마 역할이 기다리고 있다. 직업이 3개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피곤할만도 하지만 인턴생활을 시작한 1999년부터 20여년간 시간을 쪼개가며 생활했다고 한다. 여성 전공의가 없는 흉부외과에 지원해 72시간 연속으로 근무하고, 일주일에 7시간만 자면서 환자를 진료한 적이 있다. 이 교수는 "쪽잠을 자는 극한의 생활이었지만 심장을 고치는 의사가 된다는 생각에 잘 이겨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심장판막과 관상동맥질환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장병철(현 분당차병원) 교수 밑에서 의술을 배웠다. 이후 펠로우(전임의)를 거쳐 여성의사 최초로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로 임용됐다. 전공 분야는 판막과 대동맥 등 성인심장질환이다. 그는 심장판막질환에 대한 연구논문 수십편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이 교수는 "심장병 환자들은 위독한 상태로 실려왔다가 두 다리로 멀쩡하게 병원 밖으로 걸어나갈 수 있는 유일한 질병"이라며 "내가 흉부외과를 전공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첫 교수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나를 롤모델로 삼는 후배들이 생겨나고 있어 책임감을 느낀다"며 "여성이라서 특별히 힘들거나 배려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성보다 손이 작은 것은 오히려 섬세한 수술에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한동안 흉부외과를 조명한 메디컬 드라마가 잇따라 방영되면서 이 교수는 수술을 참관하거나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학생들의 이메일을 많이 받았다. 의과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스펙을 쌓기 위해 이 교수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이 교수는 "많은 학생들을 봤지만 썩 공부를 잘하지 못했던 한 여학생이 유독 기억이 남았다"며 "의사가 되고 싶다는 순수한 열망이 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시간이 꽤 흘렀고 최근 그 학생으로부터 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이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이 학생은 올 2월에 이삭 교수 밑에서 학생실습을 받을 예정이다.    

이삭 교수는 "지금은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고 평가하는 시대가 아니"라며 "의사를 꿈꾸는 많은 여학생들이 용기를 가지고 당당하게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이삭(아래) 교수와 신유림 교수는 "여성은 세심하게 수술을 준비하고 손이 작은 게 오히려 도움이 될 때가 많다"며 "용기를 가지고 당당히 흉부외과를 지원하는 여성 후배들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이삭 교수에 이어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에 합류한 신유림(35) 교수의 전공분야는 소아심장이다. 신 교수는 의대 시절 병리학이나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꿈꿨다가 인턴을 하면서 심장수술에 큰 매력을 느꼈다. 그렇게 남들이 피하는 흉부외과에 지원했다. 심장수술 중 가장 까다롭다는 소아심장을 전공한 건 아이들이 건강을 회복하는 모습에 큰 보람을 느꼈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소아심장은 질병 형태가 다양하고 의학적으로 성인보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저출산 시대에 심장병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이 제대로 치료받고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도록 돕는 게 내 역할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이라서 체력이 약하고 힘들 것이란 시선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수술실에 들어가 집중하다 보면 10시간이 1시간처럼 느껴진다. 여성이기 때문에 더 세심하게 수술을 준비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신 교수는 지난해 11월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인공심장 이식한 1세 여자아이에게 생체심장을 다시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국내 소아 인공심장 이식환자가 생체심장까지 이식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 교수는 "힘든 순간이 많았지만 환자들의 극적으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면 짜릿할 정도로 기뻤다"며 "용기를 가지고 당당하게 흉부외과에 지원하는 여성 후배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병원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웃었다.


s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