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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식민, 민주화…혼동의 아시아에서 자라난 미술을 만나다

'세상에 눈뜨다: 아시아 미술과 사회 1960s-1990s'전
13개국 주요작가 100명의 170여 작품 선보여

(서울=뉴스1) 여태경 기자 | 2019-01-30 17:40 송고 | 2019-01-31 08:29 최종수정
국립현대미술관 '세상에 눈뜨다'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세상에 눈뜨다' 전시 전경

20세기 후반 아시아 국가들은 탈식민, 이념 대립, 민족주의의 대두, 근대화, 민주화운동 등 엄청난 변화를 경험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예술가들은 '예술을 위한 예술'에서 벗어나 사회의 맥락에서 예술을 파악하고 질문하고 참여하며 다양한 미학을 시도하는 새로운 미술 운동을 출현시켰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아시아 국가들의 사회·정치·문화적인 변화 속에서 진행된 아시아 현대미술을 조망하는 대규모 국제 기획전이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직무대리 박위진)은 '세상에 눈뜨다: 아시아 미술과 사회 1960s-1990s'전을 31일부터 MMCA 과천 1,2 전시실 및 중앙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도쿄국립근대미술관, 싱가포르국립미술관, 일본국제교류기금 아시아센터의 공동 주최로 4년여간의 조사·연구를 바탕으로 기획됐다.

총 8명의 큐레이터가 12개국 17개 도시를 방문해 작가들을 만나고 연구결과를 토대로 참여 작가를 선정했다.

한국, 일본, 중국, 타이완,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인도, 미얀마, 캄보디아 등 아시아 13개국의 주요 작가 100명의 작품 170여점이 선보인다.

전시를 기획한 배명지 학예연구사는 30일 개막 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국가별로 전시하지 않고 초국가적이고 비교문화적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작가 F.X. 하르소노이 30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자신의 작품 '만약 이 크래커가 진짜 총이라면 당신은 무엇을 하겠습니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인도네시아 작가 F.X. 하르소노이 30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자신의 작품 '만약 이 크래커가 진짜 총이라면 당신은 무엇을 하겠습니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전시는 20세기 후반 미술의 경계가 시험대에 오르고 미술의 정의가 변화하기 시작한 시기를 다룬 '구조를 의심하다', 급격한 산업화로 형성된 도시가 예술가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조명하는 '예술가와 도시', 미술의 사회적 역할에 주목한 '새로운 연대' 등 총 3부로 구성했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권총 모양의 분홍색 크래커 더미를 마주하게 된다.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독재에 저항해 신미술운동을 이끈 F.X. 하르소노(70)의 '만약 이 크래커가 진짜 총이라면 당신은 무엇을 하겠습니까?'이다.

전시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하르소노는 "1977년 신미술운동 전시를 위해 제작한 것을 재제작한 것으로 당시 전시에 참여한 아이들이 크래커를 먹기도 했다"며 뒷이야기를 전했다.

싱가포르 작가 탕다우가 30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전시 중인 '도랑과 커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싱가포르 작가 탕다우가 30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전시 중인 '도랑과 커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1부 '구조를 의심하다'에서는 전통적인 미술 매체 대신 신체나 일상의 재료를 사용하며 다양한 삶의 조건을 예술로 표현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한국 실험미술의 대표작가 중 한 명인 이승택(87)과 김구림(83), 일본 개념미술가 노무라 히토시(74), 싱가포르 아티스트 빌리지의 설립자인 탕다우(76), 타이완 사진작가인 장자오탕(76) 등의 대표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특히 이우환 작품 중에서는 드문 소재인 철과 솜으로 만든 작품 '관계항'도 전시 중이다.

탕다우 작가는 전시 중인 자신의 작품 '도랑과 커튼'에 대해 "싱가포르는 11월에서 2월까지가 우기인데 도랑 안에 천을 넣어 실험한 것"이라며 "이 작품은 제가 만든 것이 아니라 자연이 만든 것이다. 제가 한 것은 선을 그은 게 전부"라고 말했다.

2부 '예술가와 도시'에서는 1960년대 이후 국가 주도하에 전략적으로 진행된 경제개발과 근대화 속에서 예술가들의 예술무대인 동시에 비판의 대상이 된 도시를 조명한다.

대표적인 민중미술작가인 오윤의 대표작 '마케팅 I: 지옥도'와 민정기의 '영화를 보고 만족하는 K씨, 태국 작가 바산 시티켓의 '자신을 격려하다', 중국 작가 장페이리의 '물 : 치하이 사전 표준판 ' 등을 소개한다.

윤석남 작가가 30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자신의 작품 '어머니 2—딸과 아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윤석남 작가가 30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자신의 작품 '어머니 2—딸과 아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3부 '새로운 연대'에서는 태국의 '태국예술가연합전선', 필리핀의 '카이사한', 한국의 '민중미술운동' 등 집단적 '연대'를 토대로 권력, 사회적 금기와 이데올로기에 도전한 예술행동주의 작품을 대거 소개한다.

일본의 나카무라 히로시의 미군기지의 잠재적 폭력을 드러낸 '기지', 중국 베이징 이스트 빌리지의 대표적 집단 퍼포먼스 '이름 없는 산을 1미터 높이기', 한국여성미술계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명인 윤석남의 '어머니 2—딸과 아들', 필리핀의 여성미술연대 카시블란의 창시자 중 한 명인 리 루크 '생각하는 누드'등이 전시 중이다. 이와함께 미술평론가 최열이 기증한 '민중미술 컬렉션'도 만나볼 수 있다.

도쿄 전시에 이어 한국에서 열리는 '세상에 눈뜨다' 전은 5월6일까지 이어지며 한국 전시가 끝나면 싱가포르국립미술관으로 옮겨 전시할 예정이다.


h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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