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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원유제재로 마두로 압박?…"역효과만 날 수도"

"국영기업 70억달러 자산 동결"…마두로 돈줄 차단
제재로 역풍불까…"경제 파탄 책임만 떠안을 수도"

(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 2019-01-29 13:56 송고 | 2019-01-29 18:46 최종수정
존 볼턴 백악관 NSC 보좌관이 2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함께 베네수엘라 사태 관련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존 볼턴 백악관 NSC 보좌관이 2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함께 베네수엘라 사태 관련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불법 마피아'로 규정한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겨냥해 국영석유업체 자산 동결이라는 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다. 원유 거래를 중단하는 전면적 제재까진 아니지만, 국영업체를 통해 정권으로 흘러가는 자금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28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베네수엘라 국영석유기업 PDVSA에 대한 제재 계획을 발표했다.

제재 계획에 따르면 PDVSA의 미국 내 70억달러 규모 자산은 동결되고 원유 수입 대금을 관리하는 계좌는 인출이 제한된다. 동결된 자산과 계좌는 베네수엘라에 합법적인 지도자가 새로 선출될 경우 다시 베네수엘라 측에 반환된다. 므누신 장관은 제재 효력은 발표 즉시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베네수엘라와 원유 거래는 중단하지 않는 대신, PDVSA가 절반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미국 정유사 시트고(Citgo)를 사실상 압류하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미 텍사스에 본사를 둔 시트고는 주로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수입해왔다. 시트고와 PDVSA의 관계를 끊어낼 경우 베네수엘라에 더는 미국 측 대금이 지급되지 않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시트고를 통해 베네수엘라로 건너간 달러가 마두로 정권의 비자금으로 사용돼왔다는 입장이다. 미 재무부가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PDVSA에서는 지난 2014년 6억달러가 불법 세탁돼 정권에 흘러 들어갔고, 2015년에는 이보다 2배 증가한 12억달러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므누신 장관은 "PDVSA는 베네수엘라 정권의 횡령 및 부패 도구로 활용돼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 로이터=뉴스1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 로이터=뉴스1

미 정부는 마두로 대통령의 돈줄을 죄는 이번 제재로 베네수엘라 정권에 큰 경제적 타격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계산대로 상황이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오히려 미국에 경제 파탄 책임을 되묻는 베네수엘라 여론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 인터넷 매체 복스는 "마두로는 베네수엘라 경제 불황을 미국 탓으로 돌려왔고, 이번 제재로 그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며 "제재가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전했다. 마두로가 미국을 외부의 적으로 상정, 체제 강화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경우 미국에 핍박받고 있다는 여론이 강화돼 오히려 '친(親)마두로' 세력이 힘을 얻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국영TV 연설을 통해 "미국이 베네수엘라로부터 시트고를 훔치기로 했다"며 여론전을 벌였다. 미국은 가해자, 베네수엘라는 피해자라는 구도를 강조한 것이다.

익명의 미 정부 관리는 복스에 "이번 제재는 아주 훌륭히 마두로에게 오줌을 싸는 것, 그 이상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친정부 시위대.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친정부 시위대.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wonjun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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