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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삭스 "베네수엘라, 폴란드식 타협안 구할 때"

CNN 기고…"美 개입 정권교체하면 분노살 것"
"마두로-과이도 권력 분점 경제 살리기 필요"

(서울=뉴스1) 김윤경 기자 | 2019-01-28 14:05 송고 | 2019-01-28 14:50 최종수정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 임시대통령을 자처하고 있다. © AFP=뉴스1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 임시대통령을 자처하고 있다. © AFP=뉴스1

베네수엘라가 국가 존립의 위기에 처해 있다.

대통령이 2명인 상황이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 국가들이 인정하는 대통령은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 그러나 재선에 성공했고 미국이 쿠데타를 조장하고 있다며 항변하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역시 러시아와 중국의 지지를 받고 있어 국제 대리전 양상마저 띠고 있다.
이런 상황과 관련해 미국이 베네수엘라 사태에 개입하는 것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가 27일(현지시간) CNN에 기고한 글에서 주장했다.

제프리 삭스 교수는 우선 구이도를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미국의 움직임은 도발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이미 역사적으로 남미에 개입한 전력이 있고 이러한 개입은 직간접적으로 한 세기 이상 동안 수십 차례의 체제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특사에 신보수주의자인 엘리엇 에이브럼스를 임명한 것도 비난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했다.

에이브럼스 전 국무부 차관보는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때 중앙정보국(CIA)가 적성국이었던 이란에 무기를 몰래 수출해 받은 대금으로 니카라과의 우익 반군 콘트라를 지원했다가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 이른바 '이란-콘트라' 사건에도 개입해 니카라과를 지지했던 인물로 강경한 매파로 분류된다. 당시 미국의 의도는 사회주의 성향 정권인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 정권을 무너뜨리고자 했던 것.
이 사건에 개입했던 인물을 특사로 임명한 건 미국이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해 역시 강공 전략을 펼치고 깊숙이 개입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삭스 교수는 "구이도 의장이 권력다툼에서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전 세계 사람들은 마두로 정권의 전복은 미국 주도 정권 교체의 가장 최근의 사례로 볼 것"이라며 "미국이 다시 한번 체제 변화를 이끄는데 힘을 썼다는 시각은 몇 년간 베네수엘라를 분노에 사로잡히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미 주도의 정권 교체 대신에 베네수엘라 내 정부와 반정부 세력 양측이 아마도 오는 2021년 새 선거가 있을 때까지 일시적으로 권력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폴란드의 민주주의 체제 이행이 적절한 예가 된다고 주장했다.

1989년 초 폴란드는 계엄령과 경제 붕괴, 초인플레이션 등으로 재앙적 상황에 직면했었다. 당과 정부, 노조, 지식인 대표 등 55명으로 이루어진 원탁 협상(Obrada Okragłego Stołu)를 통해 논의했고 그해 6월 열린 총선에서 자유노조가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둘 사이에선 교착 상태를 평화적으로 타개해보려는 방법을 찾았고 그 결과 공산당이 대통령직과 내무부, 국방부의 권력을 잡고 야당 지도자 중 한 명이 내각 임명권을 가진 총리가 되는 형태를 채택했다.

이 타협안은 러시아와 미국, 유럽,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지도와 지원 하에 실행됐다. 공산주의자들은 경제 운용에 간섭하지 않았고 새 폴란드 정부는 개혁을 거듭, 경제 성장이 마침내 재개됐다. 1990년엔 공산당 마지막 지도자인 보이치에흐 야루젤스키가 물러났고 자유노조를 이끌었던 레흐 바웬사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삭스 교수는 베네수엘라 역시 1989년 폴란드와 마찬가지로 정부와 야당 간의 폭력적 대립, 군사 쿠데타, 심지어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대리전 등의 양상을 띠고 있으며 이를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폴란드와 마찬가지로 경제적 붕괴를 겪은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경제 제재에서 촉발된 것이란 점을 상기했다. 연간 100만%에 이르는 초인플레이션은 가속 조짐마저 보이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에 빚진 돈을 포함해 많은 외채를 불이행했다는 점도 폴란드와 유사한 점으로 짚었다.

삭스 교수는 그러나 마두로 정권은 경제 위기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면서 마두로가 대통령과 군부, 국무부와 내무부, 야권의 후이도가 총리를 맡아 민간 내각을 이끌고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을 맡아 경제 정책을 지도하는 등 폴란드식 해법이 적용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미국은 마두로 정권 교체와 제재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는 실현 가능하더라도 더 많은 폭력과 경제 위기를 고조시켜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아울러 "지금은 타협이 절박한 시기이지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식의 결전을 할 때가 아니디"라고 강조했다. 


s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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