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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구속 '大·V' 직접개입 물증 결정타…"모함" 자충수

'재판 개입' 독대문건·이규진 수첩·블랙리스트 체크
조직적 헌법 위반…"조작" 주장에 증거인멸 우려도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2019-01-24 09:16 송고 | 2019-01-24 10:29 최종수정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19.1.2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19.1.2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이 결국 구속되면서 법원의 판단한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범죄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탄탄한데, 범행을 총괄한 '사법부 수장'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며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형사소송법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을 때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도망할 우려는 없지만, 법원은 다른 이유를 들어 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명 부장판사의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가 소명된다"는 설명은 주목할 만하다. 재판거래 등 사법농단 의혹이 실제 재판에서 유죄가 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법리·증거가 탄탄했다고 본 것이다.

애초에는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 다른 법관들처럼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기각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의 경우엔 각종 사법농단 의혹에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개입했다는 점을 증명하는 검찰이 제시한 여러 물증들이 '스모킹 건'이 돼 구속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일제 강제징용 재판 관련 양 전 대법원장의 역할을 정리한 '김앤장 독대문건' △판사 불이익 처분과 관련해 직접 'V'표시를 했다는 기안 문건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사항에 한자 ‘大(대)’자로 구체적으로 표시한 이규진 부장판사의 업무수첩 등 물증을 영장에 포함했다.

실제로 전날(23일) 양 전 대법원장과 같은 죄목(직권남용)으로 법정구속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경우 여러 정황과 관련자의 진술만으로도 유죄가 인정됐다. 검찰은 이런 안 전 국장과 비교하면 확실한 물증이 확보된 양 전 대법원장은 범죄사실이 더욱 소명된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2019.1.2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2019.1.2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사안이 중대하다"는 점도 구속으로 판단한 주요 근거가 됐다. 법관은 법률과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하라고 헌법에 명시됐는데, 각종 재판 개입은 이를 훼손한 것이다.

법원은 일반 판사가 아니라 '사법부 수장'의 지휘 아래 법관들이 조직적으로 헌법을 위반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사법행정사무에 대한 포괄적인 지휘·감독권이 있는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이 밖에도 양 전 대법원장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점도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 사유가 됐다. 그는 전날 영장심사에서 "후배 법관들이 거짓진술을 했고 검찰이 제시한 물증은 조작 가능성이 있다, 모함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의혹의 정점에 있는 피의자가 이렇게 혐의를 부인한다면, 불구속 재판으로 진행할 경우 남아있는 증거를 없애거나 후배 법관 등에게 입을 맞추라고 강요할 가능성도 있다. 법원은 이런 가능성도 없애기 위해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를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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