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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숍 신화의 민낯]③스킨푸드 점주 "밀린 임대료 1억5천만원"

"'시위대' 진압하던 내가 오죽하면 거리투쟁 나서겠나"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정혜민 기자 | 2019-01-24 08:00 송고 | 2019-01-24 09:41 최종수정
편집자주 '1세대 화장품 로드숍의 신화.' 그동안 조윤호 스킨푸드 대표를 설명하는 수식어였다. '한 집 건너 화장품 가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로드숍 대중화시대를 열고 '케이(K)-뷰티' 열풍을 이끈 주인공 가운데 한명이었다. 그러나 스킨푸드가 경영난으로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그동안 성공 신화에 가려졌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횡령과 사기, 사익편취 등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뉴스1>은 가맹점주와 협력업체 대표의 증언을 토대로 그의 실상을 추적해 봤다.
가맹점주와 협력업체 대표 등으로 구성된 스킨푸드 채권자 단체가 21일 낮 중구 봉래동 서울역 앞에서 조윤호 스킨푸드 대표의 배임·횡령을 의혹을 제기하며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21/뉴스1 치 © News1 박정호 기자
가맹점주와 협력업체 대표 등으로 구성된 스킨푸드 채권자 단체가 21일 낮 중구 봉래동 서울역 앞에서 조윤호 스킨푸드 대표의 배임·횡령을 의혹을 제기하며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21/뉴스1 치 © News1 박정호 기자

화장품 업체 스킨푸드 가맹점주 정진호씨(가명·31)는 월말이 되면 한숨을 크게 내쉰다. 임대료 지급일자인 31일이 임박하기 때문이다. 정씨가 서울 도심에서 운영하는 가맹점 월 임대료는 약 3000만원이다. 가맹점 규모는 72.7㎡(22평)다.

정씨는 4개월째 임대료를 내지 못했다. 이번 달 31일이 되면 밀린 임대료 금액에 8자리 숫자가 더해진다. 정씨가 지급해야 할 임대료가 총 1억 5000만원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그는 "이번 달 임대료도 내지 못할 것"이라며 "정상적인 영업 활동을 못해 내고 싶어도 낼 돈이 없다"고 호소했다.
"'젊으면 고생을 사서 한다'고 하죠? 문제는 이 고생이 언제 끝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혼 계획은 일단 보류했습니다. 원래 올해 하려고 했는데…"

◇스킨푸드·아이피어리스 채무 '320억원'…점주들 발 '동동'

그는 스킨푸드 채권단 대책위원회 소속이다. 대책위는 스킨푸드 가맹·유통점주, 스킨푸드 자회사인 아이피어리스의 협력업체 대표 등 약 200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이 스킨푸드·아이피어리스로부터 받아야 할 금액은 총 320억원 수준이다.
가맹점주들은 스킨푸드로부터 물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매장마다 차이는 있지만 기존에 공급받던 물량의 절반 이상이 줄어 정상적인 영업이 힘들다고 한다. 정씨의 경우다. 백화점 등에 입주한 유통점주들은 보증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이피어리스 협력업체 대표들은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스킨푸드는 경영난으로 지난해 10월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가맹점주·유통점주·협력업체 대표로 구성된 채권단이 대금과 보증금, 물품을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인 것이다.

그러는 사이 정씨의 일상은 출렁이고 있다. 매일 술을 마시고 늦은 밤 비틀거리며 귀가한다. 같이 사는 여자친구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본다. 정씨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술에 취했다. 취기 가득한 목소리로 "나는 평범했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어린 시절 크게 사고 친 적 없었고 음악을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지방 4년제 대학교에 입학했다. 의무경찰로 군복무를 마쳤다. 2008년 의무경찰 시절 '광우병 반대 촛불 시위대'를 진압하면서 "거리 투쟁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위대가 일방적인 의견만 주장하고 있다"는 불만이 많았다.

스스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정씨는 서울 아침 기온 영하 6.4도를 기록한 지난 21일 서울역 앞 '거리'에 섰다. 그는 가맹점주를 포함한 채권자 80명과 '스킨푸드 말아먹고 (스킨푸드 대표) 조윤호는 잠이 오냐'는 펼침막을 들었다.

© News1 DB

정씨는 이날 기자회견 후 서울서부지법으로 이동해 조 대표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는 고소장을 들고 서부지법까지 이동하는 시위 퍼포먼스 '행진'을 했다. 정씨는 지난해 스킨푸드 본사 앞에서 진행된 규탄집회에도 3차례 참석했다.

"평범했던 제가 거리 투쟁에 나설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순수 실력으로 승부하자는 마음으로 스킨푸드 가맹점을 시작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한 벤처기업에 입사했는데 지방대 출신인 저는 '학력의 벽'을 느꼈습니다. 그동안 모은 자금에 삼촌에게 손을 벌려 서울 도심에서 가맹점을 운영했어요. 이것이 저를 '투사'로 만들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거세지는 논란…조윤호 대표, 거액 연봉에 횡령 의혹

정씨는 2016년 10월 가맹점 시작 후 6개월간 제법 수익을 냈다. 한 달 최대 2000만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그 후로 매출이 계속 줄어들었다. 지난해 2월부터는 적자 행진이다. 한창 수익의 10분의 1수준으로 매출이 쪼그라들었다.

매출 하락 원인은 복합적이다. 장기화하는 경기 침체에 로드숍을 운영하는 스킨푸드 브랜드의 경쟁력 약화가 거론된다. 물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 점도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정씨는 스킨푸드 본사에서 물품을 받지 못해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 접속해 스킨푸드 인기 상품을 구매해 매장에서 팔았다.

가맹점주가 일반 소비자처럼 쇼핑몰에서 스킨푸드 제품을 구입한 것이다. 본사로부터 가맹점주가 물품을 공급받지 못해 발생한 기막힌 일이다. 본사 자금으로 운영되는 쇼핑몰 수익은 조윤호 스킨푸드 대표 개인이 한동안 모두 챙겼다는 사실을 정씨는 후에 알았다고 털어놨다. 

스킨푸드 가맹점 수는 지난 2016년 590개까지 늘었다가 경영난이 가속화한 2018년 가파르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말 기준 스킨푸드 가맹점수는 470개 수준으로 추정된다.

전국 스킨푸드 빈 매장마다 '임대'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정씨는 "불과 몇 개월 사이 폐업 매장 수는 급속도로 늘어나 현재 전체 가맹점 수는 200개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킨푸드 사태'의 장본인 조윤호 대표는 최근 3년9개월 동안 최대 53억원의 부당 이익을 취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주식회사 '스킨푸드'가 운영하는 온라인 사업 이득을 조 대표 개인이 챙겼다는 '횡령' 의혹이다. 스킨푸드 채권자 대책위원회는 21일 이 같은 혐의로 조 대표를 형사 고소했다.

조 대표의 거액 연봉은 재무구조 부담을 가중해 스킨푸드 기업회생 돌입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스킨푸드가 129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2015년 조 대표의 연봉은 무려 46억원이었다.

그의 가맹점 축소 계획도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조 대표는 지난해 11월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채권자협의회에서 "전국 로드숍 가맹점 수를 150개 이하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가맹점 470개 중 최소 68%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가맹점을 책임져야 할 조 대표의 입에서 '가맹점들은 없어지게 돼 있다'는 발언도 이날 나왔다.

정씨는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으냐"며 "그럴 거면 가맹점은 왜 모집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조 대표는 스킨푸드 가맹점을 아우르고 관리하고 책임져야 하는 본사 대표 아닌가"라며 "가맹점을 바라보는 조 대표의 부적절한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알바생 3명 내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조 대표 사퇴해야"

정씨의 싸움은 자신만을 위한 투쟁이 아니다. 이것은 수사가 아니라 '현실'이다. 정씨는 거듭된 적자로 이달 아르바이트생 3명의 고용을 중단할 계획이다. 아르바이트생 7명에서 4명으로 줄이는 것이다. 수익이 더 나빠지면 남은 아르바이트생도 내보내야 한다.

정씨는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인 조 대표가 사퇴를 해야 스킨푸드는 경영 정상화를 도모할 수 있다"며 "경영 정상화가 돼야 점주들은 물품을 제대로 받아 수익을 내고,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임금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씨의 목표는 평범했던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는 "예정대로 결혼을 하고 걱정 없이 음악을 듣고 싶다"며 말끝을 흐렸다. 목표 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스킨푸드 논란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씨와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은 이미 얼어붙어 있었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이 기사는 지난 17일 서초구 한 술집에서 진행한 정진호씨(가명·31)와의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작성한 것입니다.


mr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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