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규 빙상연맹 전 부회장(한국체대 교수)이 2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빙상계 성폭력 은폐 의혹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2018.1.2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가 빙상계 (성)폭력 관련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전명규 교수는 21일 서울 송파구의 올림픽파크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빙상문제로 국민들에게 아픔을 준 것에 대해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한다. 형용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심석희에게도 사과하고 싶다"고 입을 열었다. 최근 빙상계 성폭력 의혹 사태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의 폭로로 시작됐다. 심석희는 조재범 국가대표 전 코치에게 미성년자 시절부터 성폭행을 당해왔다고 추가 고소했다. 

이후 젊은빙상인연대(이하 연대)가 빙상계의 성추행 피해자가 추가로 있다고 주장했다. 연대는 이들 가해자들이 전명규 교수의 제자이며 동시에 비호를 받고 있다고 했다. 

이와 같은 각종 의혹에 대해 이날 전명규 교수는 전면 부인했다. 먼저 전 교수는 "오전에 대한빙상경기연맹이 (대한체육회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봤다. 퇴출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보고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관리단체로 있는 빙상연맹이 대한체육회의 가맹단체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소식에 기자회견을 갖기로 결심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조재범 전 코치의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옥중편지와 녹취록에 대해서는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전명규 교수는 비밀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사용하도록 지시하고 피해자들을 압박하라는 언급도 있었다. 

전명규 교수는 "조재범이 구속되기 전에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지금 젊은빙상인연대의 어떤 사람이 전명규의 비리를 주면 합의서를 써주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들었다. 나도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을 통해 내용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전명규 교수는 '조재범 전 코치가 형을 감면 받기 위해 옥중편지를 거짓으로 썼다고 생각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나를 찾아와서 녹취를 한 친구가 내게 녹취를 했다고 하지도 않았다. 이후 그것을 연대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내용을 전체적으로 펴놓고 보지 않으면 그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전 교수는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녹취록의 '정신병원에 갈 정도로 압박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 "표현이 과한 부분은 있다고 생각한다.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다음은 전명규 교수의 일문일답이다. 

전명규 빙상연맹 전 부회장(한국체대 교수)이 2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빙상계 성폭력 은폐 의혹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8.1.2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 기자회견 연 이유는.
▶ 먼저 빙상문제로 국민들에게 아픔을 준 것에 대해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한다. 조재범 코치로부터 형용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심석희에게 사죄하고 싶다. 제자를 잘못 키워 인간으로서 감내하기 힘든 상처를 안겨준 것은 용서되지 않을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는 1987년부터 2002년까지 15년 간 국가대표 지도자로서 국제대회 메달을 획득하는데 조력하며 한국빙상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왔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4월 빙상연맹과 관련된 어떠한 일도 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다. 늦게나마 국민들에게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마음 먹기까지 인내와 용기가 필요했다.

적폐로 지목된 내가 국민들 앞에 서서 모든 진실을 밝히고 싶었지만 내 발언이 또 다른 갈등의 분쟁의 씨앗이 될까 두려워 서지 못했다. 이 자리도 자칫 또 다른 곡해를 불러 일으키지 않을까 두렵다. 특정한 의도를 지닌 경기인과 이에 결탁한 일부 매체, 균형감각을 상실한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를 알리고 있다. 내 개인 뿐 아니라 열악한 조건 하에서 열심히 일해 온 선수 지도자 등 빙상인에 누가 될 까 싶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 심석희 폭행 의혹에 대해 평창올림픽에서 기자회견을 무마했다는 의혹이 있다.
▶ 지난 국정감사에서 답변 했다. 기자회견을 막은 것이 아니라 나중에 해도 되지 않느냐고 했다. 평창올림픽 경기력을 위해 집중할 때가 아니냐고 했다. 기자회견은 언제나 할 수 있다는 의미로 말했다. 이해를 받아들여서 나중에 하는 것으로, 연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 오늘 기자회견 열게 된 계기는. 
▶ 아침에 신문에서 빙상연맹이 (대한체육회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보도를 봤다.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빙상연맹이) 효자종목이었는데 이렇게까지 되는 것은 있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 심석희 포함 성폭력 의혹 사례 중 전 교수의 제자들이다.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있다. 반론이 있다면.
▶ 성폭력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전부 알 수 없다. 알 수 있는 사항도 아니다. '네가 어떻게 몰랐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조재범 코치가 석희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해왔다는 것도 몰랐다. 석희는 어려서부터 조재범 코치에게 배웠다. 대학에 들어와서도 대표팀 소속으로 선수촌에 있었다. 그런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 알 수 없었다. 책임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 부분에 대해 석희에게 미안하다. 여러분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 젊은빙상인연대의 주축이 특정 지역 빙상장을 거점으로 한 스케이트 코치 많다는 이야기도 있다. 특정 세력 이 말인가. 
▶ 젊은빙상인연대가 하고 있는 행위들이 진정으로, 진심으로 빙상 발전을 위해 하는 것인지는 개인적으로 의구심이 든다. 

- 손혜원 의원과 젊은빙상인연대가 이날 오전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은폐 의혹 부인하나.
▶ 해당 내용을 보지 못했다. 말하기 어렵다. 

- 성폭력 사실을 알고 무마한 것인가. 
▶ 그 내용에 대해 당시 연맹에서 조사했다. 조사해서 어떤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 빅 존(big john) 아이디를 쓰나.
▶ 지금은 없다. 국제 무대에서의 내 별명이다. 

- 녹취록에는 조재범 코치의 탄원서 받아오라, 정신병 걸릴 때까지 압박해야 한다 라는 등의 발언이 담겨있다. 
▶ 조재범이 구속되기 전에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지금 젊은빙상인연대의 어떤 사람이 전명규의 비리를 주면 합의서를 써주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들었다. 나도 내가 알고 있는 사람도 이런 내용을 확인했다. 

나를 찾아와서 녹취를 한 친구가 내게 녹취를 했다고 하지도 않았다. 이후 그것을 젊은 연대 친구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내용을 전체적으로 펴놓고 보지 않으면 그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표현이 과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고 유감스럽다. 

녹취에 나온 과격한 표현에 대해서는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재범도 내 제자, 석희도 내 제자다.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 그런(폭행) 상황에서는 구속됐다고 해서 과하지 않나라고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 옥중 편지는 조재범 코치가 형을 감면 받기 위해서 거짓으로 썼다는 건가.
▶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전명규 빙상연맹 전 부회장(한국체대 교수)이 2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빙상계 성폭력 은폐 의혹과 관련한 입장 발표에 앞서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2018.1.2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 공개는 안 됐지만 성폭행 관련, 제자인 다른 지도자가 있다고 지목됐다. 보도가 나간 뒤 이를 인지하고 지도자들에게 물어보고 알아 본 것은 있나. 
▶ 그런 내용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른다. 물어보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들었다. 알아본 적은 없다. 

-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경기복 교체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 옥중편지에도 담겨 있다. 
▶ 경찰에서 조사 받았다. 이와 관련해서 내가 나중에라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거짓말이다. 

- 심석희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나중에 조재범 코치를 살려주겠다고 말한 것은 사실인가.
▶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유사한 이야기를 했다. 다만 나는 석희에게 회장님이 보고를 잘못 받은 것 같다. 신경쓰지 말고 경기에 전념하라고 말했다.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했는지는 정확하게는 알고 있지 않다. 유사한 내용인 것은 맞는 것 같다. 

- 이기흥 회장이 잘못 이해한 건가. 
▶ 그래서 석희에게 (이 회장이) 보고를 잘못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의치 말고 경기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조재범의 옥중편지에 담긴 특정 선수를 밀어주라는 지시. 누구를 밀어주라고 했나.
▶ 그렇게 한 적 없다. 

- 텔레그램 등 기록 남지 않는 것을 사용하라 했나. 
▶ 평창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만신창이가 될 정도였다. 지금도 심리적으로 불안한 부분이 있다. 주변에 (텔레그램을 이용하라고) 이야기하고는 한다. 떳떳하고 안 떳떳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당하고 보니 그런 게 좋다고 생각했다. 다른 의도는 없다. 

- 피해자를 압박하라고 했던 부분, 녹취만 들으면 정황이 있어 보인다. 
▶ 그 시기에 어떤 상황에서 설명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름 그 친구가 조언을 구해서 그런 의미로 대답했다. 부적절했다. 그친구가 그렇게 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 2014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성 추문으로 떠난 B 코치를 목동빙상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빙상계에 압력을 가한 사실이 있나. 
▶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 대한항공 관계자에게 선수를 선발하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대한 반박은. 
▶ 한 적 없다. 사실 아니다. 대한항공에 누구를 취직시키려 한 적은 없다. 

- 대한항공 측에 문자를 보낸 것이 있다. 면접 시간 등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 그런 기사를 봤다. 청탁을 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 않다. 

- 법정 다툼을 할 생각이 있나.
▶ 모두 빙상인이고 제자이며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다. (법정다툼은) 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생각한다. 내가 아프고 상처 받아도 가급적 하지 않으려 한다. 나는 스스로 얼음판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던 지도자라 생각한다. 감수할 일이 있다면 감수하겠다. 

- 빙상인들만 제기하는 건 아니다. 아까 외부인들이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외부인에게라도 대응할 생각이 있나. 
▶ 여러가지로 고민해보겠다. 

- 옥중편지가 거짓이라고 했는데 관련 내용으로 구체적인 장소나 액수도 많이 있다. 한체대 레슨으로 버는 현금을 조교수에게 분배하고 할당하라는 등. 
▶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25살에 국가대표 코치가 됐다. 학부모로부터 커피 한 잔 받지 않겠다고 마음 먹고 들어갔다. 한체대에 들어와서는 입시에서 어떤 불합리한 일에 쏠리지 않겠다고 했다. 입학하면 (학생들에게) 공개적으로 불합리하게 들어온 사람 없냐고 확인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젊은빙상인연대가 제기한 가해자들의 성폭력 의혹에 대해서는. 
▶ 연맹에서 어떤 조치를 했다. 결과를 만들었다. 공정위원회 절차를 거쳤다. 정확하게 기억하지는 못하고 있다. 

- 논란이 생길 때마다 전 교수가 거론되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 4년 전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내가) 러시아에 안현수를 보냈다고 시끄러웠다. 그때 심각한 정신병이 올 정도로 힘들었다. 누구를 원망하지는 않았다. 조용히 있으면 진실이 알려질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이런 일들이 현장에 있는 선수들이나 지도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내 이름이 거론되는 이유는 오랫동안 대표팀 지도자 생활을 했고 내 역할이 있었기에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보도된 것처럼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고 내 마음대로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럴 수 있는 조건도, 시스템도 없다.
 
빙상연맹이 다 잘하지는 않았지만 대한체육회의 많은 단체들 중에서는 상위 클래스의 연맹이었다고 생각한다. 후원사는 연맹을 뿌리치고 밖으로 나갔지만 나는 후원사를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던 부분이 가슴 아팠다. 후원사를 내보내자고 했을 때 실제로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삼성이라는 후원사는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 함부로 돈을 쓰지도 않는다. 시스템을 넋 놓고 관리하지도 않았다. 나도 힘들 정도로 꼼꼼하고 체계적으로 했다. 말하는 것처럼 혼자 다하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 2018년 4월 노진규 사망 사건에 관한 보도가 나왔다. 훈련을 압박했다는 이야기가 있고 노진규 일기장도 있다. 해명은.
▶ 사실이 아니다. 정확하게 몇년 도인지 기억하지 못하나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노진규가 찰스 아믈랭과 피니시때 (부딪혀) 어깨를 다쳤다. 잠을 못 잘 정도였다. 내가 팀 리더로 갔는네 하루 일찍 데리고 한국에 들어왔다. 

솔 병원이라는 곳에 어머니하고 같이 보냈다. 당시 종양이 의심되니 병원 두 군데를 추천했다. 연세 세브란스와 건대병원이다. 이후 어머니가 찾아와서 말씀하길 세브란스는 바로 수술하자. 건대 병원은 치료를 하면서 할 수 있다. 악성으로 될 확률이 미세하다고 이했다. 

어머니에게 나는 의사가 아니니 의학적 지식이 없다. 가족들이 상의해서 결정해주면 수술을 하든, 운동을 하든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 와중에 건대병원 가서 확인하니 악성이 될 확률이 몇 퍼센트가 안 된다고 해서 운동하기로 했다. 이에 맞춰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1월 중순쯤 노진규의 팔굼치가 부러져 건대병원에 다시 갈 때 부모님에게 이제는 더이상 안 된다고 했다. 이후 다른 병원으로 가서 수술했다. 수술하는 건 내 권한이 아니다. 의학적 지식이 없어서 부모님에게 판단을 맡겼다. 

-여러 피해자가 나온다. 가해자로 여러 명 지목되고 있는데 전 교수 제자로 나오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나. 많은 제자들이 이런 일에 연루되고 징계를 받고 감면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 자괴감이 많다. 부끄럽고 죄송하다.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정말 죄송하다. 

- 젊은빙상인연대의 어떤 사람이 전 교수의 비리를 주면 합의서를 준다고 했다고 말했다. 무슨 합의서인가. 
▶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변호사와 협의했다. 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고 했다. 

- 젊은빙상인연대가 전교수를 공격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 내가 많이 부족해서 그렇다. 그사람들과 대화 안 해봤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 본인이 정치적으로 이용된다고 생각하나.
▶ 거기까지 생각 안 해봤다. 

- 빙상계의 파벌싸움에 대한 보도가 과거에도 있었다. 이번도 마찬가지인가.
▶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부족한데 남에게 떠넘기는 말인 것 같아 죄송하다. 이정도로 하겠다. 나름대로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지금 추운 빙판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이 있다. 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잘했으면 좋겠다. 고생하는 빙상인도 많이 있다. 이 사람들로 하여금 빙상이 발전해나갔으면 좋겠다. 오늘 아침 기사로 접했지만 빙상연맹이 퇴출되지 않고 앞으로도 효자종목으로 남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