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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 같고, 다랑논 같고…디귿의 미학, 남춘모 '부조회화'

코블렌츠 루드비히미술관 전시 앞두고 서울 전시
입체적인 선 통해 한 화면에 빛의 변화 다 담아

(서울=뉴스1) 여태경 기자 | 2019-01-18 07:30 송고
남춘모 작가가 17일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전시 중인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무지를 개간하는 심정으로 앞으로도 계속 작업을 해나갈 것입니다." 단색 '부조회화' 작가로 불리는 남춘모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남 작가는 올해 6월 독일 코블렌츠 루드비히미술관 전시를 앞두고 최근작들을 먼저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루드비히미술관은 앤디 워홀 등 팝아트 거장들의 작품과 피카소의 작품을 다량 소장하고 있는 독일의 대표적인 미술관 중 하나로 쾰른과 코블렌츠 등에 있다.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17일 만난 남 작가는 "제 작품의 큰 테마는 선에 대한 이야기이다. 서양화는 물감을 화면 전체에 덮는 반면 우리 조상들은 몇개의 선만으로 여백의 공간감을 표현하는 것이 흥미로웠다"면서 "선에 공간감을 불어넣을 수 없을까 생각하다가 입체적인 선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네나 세잔이 하나의 풍경을 빛의 변화에 따라 아침, 점심, 저녁으로 그렸다면 저는 입체의 그림 하나를 가지고, 한 화면에 빛의 변화를 다 담은 것이다"라고 했다.

남춘모는 선을 어떻게 입체적으로 공간에 구현해 낼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평면의 회화 공간을 입체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최소 단위인 'ㄷ'형을 고안했다.

광목천을 나무틀에 고정시키고 합성수지를 발라 건조한 후 일정 크기로 자른 'ㄷ'형을 캔버스 위에 반복적으로 붙여 패턴화된 공간을 만든다. 이후 검정과 흰색, 빨강과 파랑 등 단색 아크릴 물감을 칠해 작품을 완성한다. 대략 한 달 정도 걸리는 길고도 지난한 작업이다.

남춘모 개인전 전경© 뉴스1

하지만 작가는 의도적으로 'ㄷ'형을 정확한 규격으로 찍어내지 않는다.

전시를 기획한 성신영 디렉터는 "남 작가는 '자연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작업한다. 한국의 정원이나 돌담은 규칙을 갖고 있지만 자연스러움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남 작가의 작품은 생동감과 역동성이 있고 이 점이 서구 회화랑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남 작가는 "두메산골에서 태어나 어릴 때 밭 이랑을 만들고 검정비닐로 이랑을 덮는 것을 많이 도왔다. 내가 비닐을 잡고 아버지가 이랑 끝까지 비닐을 씌우기 위해 걸어가는 동안 바람에 비닐이 펄렁이던 잔상들이 지금도 남아 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들은 마치 산의 지형에 따라 빚어낸 거대한 다랑논을 연상시킨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상징적인 작품인 격자 골조의 '빔(Beam)' 시리즈와 곡선을 주조로 한 최근 시리즈 '스프링(Spring)' 등 부조회화와 드로잉, 설치작품 등을 선보인다. 전시는 1월17일부터 3월30일까지.


har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