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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무비] 반갑다, 작정하고 만든 코미디…'극한직업'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19-01-23 10:34 송고 | 2019-01-23 15:05 최종수정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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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감독의 신작 '극한직업'은 한줄짜리 흥미로운 로그라인만으로 시나리오 단계부터 입소문이 났던 작품이다. 위장창업한 마약 수사반 형사들의 치킨집이 '맛집'으로 소문이 나게 되다니. 마약범 잡으랴 치킨 튀기랴 정신없을 형사들의 '극한' 체험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만으로 웃음이 나온다.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먼저 공개된 '극한직업'(이병헌 감독)은 기대만큼의 재미를 갖춘 코미디 영화였다. 그간 코미디 영화는 남자들이 떼로 나오는 범죄 영화들에 밀려 다소 위축돼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스물'로 이미 관객들과 소통에 성공한 바 있는 이병헌 감독은 본격적으로 마음 편히 웃을 수 있는 코미디 영화를 내놨다.

영화는 건물 외벽에 매달려 범인을 잡는, 그런데 그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어설프고 허술한 마약반 5인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마약범을 잡기 위해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다 결국 대형 사고를 내고 만 5인방은 서장에게 제대로 깨진 후 해체위기에 몰린다. 이들에게는 마약 업계의 거물 이무배(신하균 분)를 검거하는 것이 위기를 해결할 가장 좋은 대책인 상황.

이무배를 쫓던 마약반 멤버들은 이무배 부하들의 집결지 근처 허름한 치킨집에 앉아 잠복을 시작한다. 치킨집 사장과도 친분이 생길쯤 사장은 치킨집을 팔아버릴 계획이라고 말하고, 이무배 일당 소탕을 위해 치킨집의 위치가 너무도 절실했던 5인방의 리더 고반장(류승룡 분)은 사비를 털어 치킨집을 인수하고 만다.  

가끔 들어오는 손님을 돌려보내고, 포장을 바꿔 배달을 하는 것도 한계에 다다른 지경. 이들은 결국 의심을 피하기 위해 직접 치킨을 만들기로 한다. 프라이드는 그럭저럭 했는데, 양념이 문제였다. 마침 수원 왕갈비집 아들인 마형사(진선규 분)가 집안의 비법 소스를 사용해 갈비양념치킨을 만들었고, 이 맛있는 양념 때문에 갑자기 손님들이 몰리기 시작한다.

졸지에 '치킨 맛집'이 돼버린 '수원왕갈비통닭' 형사들은 주객전도된 상황에서 혼란을 겪는다. 심지어 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려봐도 손님들은 더 몰려든다. 그동안 아내에게 명품 가방 한 번 사주지 못한 고반장은 기분좋게 돈다발이 가득 든 명품 가방을 건넨다. 본래의 목적인 이무배 감시를 잊고 손님 맞이에 정신이 없는 마약반 5인방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병헌 감독이 '누구나 웃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 만큼 '극한직업'은 그의 전작인 '스물'이나 '바람바람바람'과는 다른 색깔의 웃음을 주는 영화다. 작정한 듯 매 신마다 농담이나 코미디 장면을 넣었는데 타율이 좋다. 

무엇보다 고반장부터 장형사(이하늬 분) 마형사(진선규 분) 영호(이동휘 분) 재훈(공명 분)까지 5명의 캐릭터와 역할이 뚜렷해 이들이 부딪치면서 만들어내는 웃음이 크다. '직업이 적성에 안 맞는 거냐'며 핀잔을 들을만큼, 한편으로는 딱하고 한심한 이들의 면면은 매너리즘과 직업의식 사이를 오가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직업인들의 공감을 자아낼 만하다. 그 때문일까? 후반부 발휘되는 각 멤버들의 진가는 지켜보는 것만으로 통쾌함과 위로를 준다. 

쉴틈없이 터지는 웃음과 직업인들의 페이소스까지 남아낸 '극한직업'은 반가울 정도로 '순수한' 코미디 영화다. 23일 개봉.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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