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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고 버틴다"…철거 앞둔 옐로하우스 성매매 종사자 '절규'

1962년 조성 성매매집결지 3월 철거 예정…'전운'
성매매 종사자 "이주비 달라" vs 조합 "못 준다"

(인천=뉴스1) 강남주 기자 | 2019-01-18 06:00 송고 | 2019-01-18 10:18 최종수정
옐로하우스 전경.(인천시 제공)© 뉴스1
옐로하우스 전경.(인천시 제공)© 뉴스1

“수십년간 일한 삶의 터전에서 쫓아내면서 이주비 한 푼 안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

인천의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 ‘옐로하우스’에서 30여년 동안 성매매에 종사했다는 50대 여성 A씨는 조만간 이곳에서 빈털터리로 쫓겨날 거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A씨는 옐로하우스 이주대책위 대표를 맡고 있다.
철거를 앞두고 있는 옐로하우스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18일 인천 미추홀구에 따르면 옐로하우스는 오는 3월께부터 철거가 시작된다. 한 지역주택조합이 옐로하우스와 주변 일대(부지면적 1만5000여㎡)에 추진하는 아파트 건설(700여세대)을 위해서다.

1962년 인천항 주변에서 이전해 조성된 옐로하우스는 33호가 있었지만 2/3가 떠났고 현재는 11호만 남았다. 30~60대 성매매 종사 여성 50여명은 퇴거를 거부하며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이 퇴거를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주비’다. 삶의 터전을 잃는 대가를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조합은 여러 경로를 통해 “이주비는 줄 수 없다”고 분명히 해 충돌이 예상된다.
이미 옐로하우스 주변 철거현장에서 주민과 철거업체 직원 간 충돌이 발생해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13일 성매매업소 앞 주택 등을 철거하던 용역업체 직원 B씨(41)가 ‘먼지가 난다’며 항의하던 주민 C씨(72)를 폭행했다. C씨는 손목이 부러지고 허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했으며 B씨는 경찰에 입건됐다.

C씨는 성매매업소에서 음식 등을 하는 이른바 ‘주방이모’의 남편이다.

이 사건 이후 성매매 종사 여성들은 ‘자신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에 떨면서도 한편으론 각오를 다지고 있다.

A씨는 “폭행사건을 보면서 어떻게 불안하지 않을 수 있겠냐”며 “그러나 여기서 쫓겨나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끝까지 버틸 것”이라고 했다.

이어 “휘발유를 준비하자는 동생도 있다. 그만큼 각오가 남다르다”며 “조합에서 이주비를 줄 때까지 한발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옐로하우스 성매매 종사자 35명으로 구성된 이주대책위가 지난해 10월29일 오전 미추홀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한터전국연합 제공)뉴스1DB
옐로하우스 성매매 종사자 35명으로 구성된 이주대책위가 지난해 10월29일 오전 미추홀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한터전국연합 제공)뉴스1DB

행정당국이 조례를 만들어 성매매 여성들을 지원할 예정이지만 성매매 종사 여성들은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미추홀구는 성매매 종사 여성이 ‘탈 성매매’ 후 자활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 생계비 1200만원, 직업훈련비 360만원, 주거보증금 700만원(임차권자 구청장) 등 최대 22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추홀구는 올해 9040만원의 관련 예산을 편성하고 성매매 종사 여성 실태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실태조사에만 수개월이 걸려 이들이 실제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A씨는 “남아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고, 다른 기술도 없어 이곳에서 이주비를 받지 못하고 쫓겨나면 노숙자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며 “살려고 버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지역주택사업은 민간이 토지를 매입해서 하는 방식으로 조합이 성매매 종사 여성에게 이주비를 줄 의무가 없다”고 했다.


inam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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