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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드는 합산규제·모호한 통합방송법…변화 가로막는 국회

전문가들 "국내 방송발전과 콘텐츠 경쟁력 저해" 우려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2019-01-20 07:40 송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의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2018.12.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의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2018.12.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유료방송 시장이 급변하는데 국회가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과 통합방송법 논의 등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를 방송규제에 포함하는 '통합방송법' 제정과 동일기업집단의 유료방송 합산 시장점유율이 33.33%를 넘으면 안된다는 '합산규제' 재도입에 관한 논의에 나섰다.

국회의 이런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국내 방송시장의 공정경쟁과 보호라는 입법 취지를 살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통합방송법'을 통해 OTT를 방송으로 끌어들여 규제하는 것이다. 현재 OTT는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 규정돼 있다. 방송법에서 정의하는 '방송'이란 '방송프로그램을 기획, 편성 또는 제작해 이를 공중에게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송신하는 것'인데, OTT는 공중에 전파하는 방송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OTT가 사실상 방송과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서 '동일서비스-동일 규제' 원칙에 따라 방송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이에 국회는 '최소 규제' 원칙으로 접근하며 OTT를 '통합방송법'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문제는 OTT는 인터넷으로 서비스되는 무수한 사업 가운데 하나이자 4차 산업혁명의 미디어를 끌고 갈 핵심분야라는 점에서 법을 통한 규제는 지나치다라는 지적이 많다.
강홍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박사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 영상콘텐츠 소비행태를 보면 OTT는 하루빨리 키워야 하는 사업임에도 우리는 때를 놓쳤다"며 "이런 상황임에도 공정경쟁-보호라는 측면으로 접근해 손발을 묶는 것은 옳은 방향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도 "OTT같은 새로운 성장산업에 대해서는 기존의 규제 중심의 관점보다는 미래 먹거리 산업에 대한 진흥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OTT를 방송으로 규제한다고 해도 국내외 역차별이 여전히 존재하는 등 '사각지대'가 곳곳에 있는 것도 문제다. 사각지대를 모두 없애기 위해 계속해서 법안을 보완하다 보면 목표였던 '최소규제'는 사라지는 꼴이 된다.

대표적인 예가 국내 OTT를 위협하는 유튜브같은 존재다. 통합방송법에서 유튜브는 기존 방송프로그램을 제공하지 않고 이용자와의 계약없이 서비스되기 때문에 규제 대상이 아니다. 더구나 월정액을 받고 광고가 없는 프리미엄 서비스(계약 관계)를 갖췄음에도 규제 예외 사업자다.

국내 OTT사업자가 국내와 해외에서 동시에 서비스를 했을 때, 해외에서는 규제를 받지 않는 것도 모순이란 지적이다. SK텔레콤과 지상파 방송3사가 설립하기로 합의한 'OTT 통합법인'은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미주, 유럽 등 해외 시장을 겨냥하고 있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김여라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방송프로그램-방송콘텐츠-방송편성 등에 대한 개념 이해가 어렵고 '방송'이라는 용어와 개념이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등 통합방송법안에 모호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6월27일 일몰된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다시 논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수합병(M&A)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시점에 합산규제를 다시 도입해 막는 것이 시장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겠냐는 것이다.

실제 2015년 합산규제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케이블TV 진영은 지난해 상반기 가입자수를 IPTV에 역전당했다. 합산규제가 살아있던 3년동안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여러 정책에도 시장의 큰 흐름을 돌릴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성 등 케이블TV의 공공적인 성격은 유지해야 하지만 그것이 합산규제 등으로 발현될 일은 아니다"라며 "빨리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이뤄 빠른 판단, 새로운 기술 및 서비스의 상용화 등으로 무장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복잡성 때문에 OTT를 방송법으로 끌어들일 게 아니라 방송사가 받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매체의 발달로 콘텐츠의 유통 경로가 다양화돼 기존 방송사들의 영향력이 분산되고 있다"며 "오히려 기존의 불필요한 방송 규제를 완화해 국내 방송·콘텐츠 시장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을 모색할 때"라고 강조했다.


ic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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